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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 #책

읽는 중
3년 전 · #책

그는 문득 자신이 그 적막 속에서 양치기처럼 천천히 산책을 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 이따금 바다보다 인적이 드문 초원을 몇 백 킬로미터씩 지나다 보면 외딴 농가를 만나기도 하는데, 농가는 마치 출렁이는 초원의 물결 속에 인간의 삶을 싣고 뒤로 휩쓸려가는 배처럼 보였다. 그럴 때면 그는 비행기 날개를 움직여 그 배에게 인사를 했다. ch.1, p.16 ︙ 무선기사는 과일 속의 벌레처럼 하늘 저 어딘가에 뇌우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ch.1, p.17 ︙ 파비앵은 산 훌리안을 향해 엔진 속도를 낮추면서 피로를 느꼈다. 인간의 삶을 부드럽게 하는 모든 것들 , 예를 들어 집이나 작은 카페, 길가의 나무들이 그를 향해 점점 크게 다가왔다. ... 인간은 가난 속에서도 넉넉한 마음올 살아가기 마련이니, 이제부터는 그저 소박하게 창문 밖으로 변함없는 풍경을 바라보며 살고 싶었다. 그는 이런 조그만 마을이라도 좋을 것 같았다. 인간은 일단 선택하고 나면 삶이 빚어내는 우연에 만족하며 그곳을 사랑하는 법이니까. ch.1, p.18 ︙ 이제 그는 한밤중의 야경꾼처럼 밤이 보여주는 인간의 모습들, 그 부름들, 그 초조함 같은 것들을 발견한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저 소박한 별 하나는 외딴 집 한 채다. 불빛이 꺼지면 집은 자신의 사랑 속에 갇힌다. 또는 근심 속에 갇힌다. 그 집은 이제 세상과의 교신을 그치게 된다. 식탁의 등불 앞에 앉은 저 농부들은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지 못한다. 그들은 그들의 욕망이 이 거대한 밤 속에 이렇게 멀리까지 와 닿는 줄 모른다. 하지만 파비앵은 1,000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날아오는 동안 극심한 격랑 속에서 비행기가 살아 숨 쉬듯 요동칠 때, 전쟁터 같은 열 번의 뇌우를 건너고, 그 뇌우 틈새에서 비치는 달빛을 지나올 때, 그리하여 승리감에 젖어 그 불빛들 하나하나에 다가렀을 때 그들의 욕망을 발견한다. 저 농부들은 자신들의 등불이 초라한 식탁을 비출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80킬로미터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곳에서는 그것이 마치 누군가가 무인도에서 바다를 향해 절망적으로 흔들어 대는 등불처럼 보여 그 불빛의 부름에 감동받는 것이다. ch.1, p.22 ︙ 밤의 장막을 향해 눈먼 화살처럼 내던져진 우편기의 음울한 노래 소리는 얼마나 괴롭던지! ch.6, p.50 ︙ 인생에서 돌들만이 그에게 온순했다. ch.6, p.51 ︙ 르루의 모든 위대함은 자신의 삶을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게 만든 그의 볼품없는 외모에 있는지도 모른다. ch.6, p.51 ︙ 한동안 바람과 공간이 인간의 목소리에 실어 온 그 깊은 울림이 들려왔다. (?) ch.9, p.74 --> ︙ 잠들어 있는 이 도시는 그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그가 젊은 신처럼 먼지를 일으키며 하늘로 솟아오를 때, 도시의 불빛은 허망해 보일 것이다. ch.10, p.78 ︙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 도시에서⋯⋯ 곧 아주 멀어질 것이다. 밤에 떠나는 일은 아름답다. 남쪽을 향해 엔진 레버를 잡아당기면 십 초도 안 되어 풍경은 뒤바뀌고, 북쪽을 향해 날게 되지. 그러면 도시는 깊은 바다일 뿐이다.' ch.10, p.81 ︙ 그는 조종사를 생각했다. '나는 그를 두려움에서 구해 주고 있다. 내가 공격한 것은 그가 아니다. 미지의 사태에 맞닥뜨렸을 때 사람을 마비시키는 압력을 그를 통해 공격한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주고 그를 동정하고 그의 모험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그는 자신이 신비의 세계에서 귀환했다고 믿어 버릴 텐데, 두려움의 근원은 바로 그 신비에 있다. 그는 그 어두운 우물 속으로 내려가야 하고 거기에서 다시 기어 올라와 그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밤의 가장 깊숙한 한복판으로, 손이나 비행기 날개만을 비춰 줄 뿐인 광부의 조그만 램프 따위도 없이, 그 두터운 어둠 속으로 내려가야 한다. 미지의 세계로부터 어깨 넓이만큼 거리를 두어야 한다.' ch.11, p.87 ︙ 리비에르는 반박했다. "그것은 우리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우리는 낮 동안에 철도나 선박에 비해 앞섰던 것을 매일 밤 까먹기 때문이죠." ch.11, p.88 ︙ 어쨌든 모든 것이 이 짙은 어둠 속에서 해결될 것이다. ⋯ 그와 해 사이에는 헤어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밤이 놓여 있었다. ch.12, p.97 ︙ 실패는 강한 자들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사태의 진정한 의미는 거의 고려되지 않는 그런 도박을 인간들에 대해 벌이고 있다. 우리는 표면상으로 이기거나 지게 되고, 보잘것없는 점수를 얻는다. 그리고 그 피상적인 패배에 결박되어 버리는 것이다. ch.13, p.99 ︙ "파비앵 부인이 소장님과 통화하고 싶답니다."" '그럼 그렇지! 걱정하던 일이 드디어 터졌군!' 리비에르는 생각했다. 극적인 사건의 감정적 요소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에 그는 그런 요소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어머니와 아내 들은 수술실에 들어가지 않는 법이다. 위험에 처한 배 안에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감정은 사람을 구하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ch.14, p.109 ︙ 사업은, 다리 하나를 건설하는 일에서도 개인의 행복을 부숴버린다. 이제 리비에르는 '대체 무슨 명목으로'라는 자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그 승무원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저녁의 불빛이 비치는 황금빛 성소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들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무슨 명목으로 나는 그들을 성소에서 끌어낸 것일까? 대체 무슨 명목으로 그들을 개인적인 행복으로부터 빼내 왔을까? 그런 행복을 보호하자는 게 제일의 법칙 아니었나? 그런데 자기 자신도 그 행복을 부숴 버리고 있었다. 황금빛 성소들은 운명적으로 언젠가는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노화와 죽음이 리비에르 자신보다 가혹하게 그 행복을 파괴해 버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구해 내야 할 어떤 것, 좀 더 지속적인 다른 것이 존재할 것이다. 리비에르가 이렇게 일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인간의 바로 그런 부분을 구해 내기 위해서일까? 그렇지 않다면 행동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ch.14, p.112 ︙ 고대의 지도자는 인간의 고통에 대해서 연민을 갖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는 엄청난 연민을 가졌을 것이다. 인간 개개인의 죽음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바다가 쓸어버리는 모래와도 같은 인간 종족에 대한 연민 말이다. 그리하여 그는 사막이 파묻어 버리지 못할 돌기둥이라도 세워 놓으려고 백성을 산으로 이끌었던 것이리라. ch.14, p.114 ︙ 그는 아직 싸울 수 있고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외적인 숙명이란 없으니까. 하지만 내적인 숙명은 있다. 인간이 스스로의 나약함을 깨닫는 순간 그것은 찾아온다. 그러면 온갖 실수가 현기증처럼 우리를 엄습하는 것이다. 바로 그 순간, 그의 머리 위에 폭풍우가 갈라진 틈새로 죽음을 부르는 덫 속의 미끼처럼 몇 개의 별들이 반짝였다. 그는 그것이 분명 덫이라고 생각했다. 구멍 속에서 세 개의 별이 보여, 별을 향해 올라가지만 그다음에는 더 이상 내려올 수 없고, 거기에서 별을 깨물고 머물러야 하는 덫. 그러나 빛에 대한 갈망이 너무 컸던 나머지 그는 올라가고 말았다. ch.15, p.119 ︙ '미소를 짓다니 내가 완전히 미쳐버렸군, 우리는 길을 잃었는데.' 그렇지만 그는 헤아릴 수 없는 모호한 위력에서 풀려났다. 잠시 꽃들 사이를 혼자 거닐어 보라고 풀어 주는 죄수의 수갑처럼, 그를 묶었던 속박이 풀어진 것이었다. '정말 아름답구나.' 파비앵은 보석처럼 빼곡하게 들어찬 별들 사이를 헤맸다. 그 안에는 파비앵과 그의 동료 이외에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었다. 가공의 도시 속에 들어선 도둑들처럼 더 이상 빠져 나갈 수 없는 보석 방 안에 갇힌 느낌이었다. 그들은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 사형선고를 받은 채 그 차가운 보석들 사이를 떠돌고 있었다. ch.16, p.123 ︙ 리비에르는 파비앵의 손을 생각했다. 아직도 몇 분 동안 자신의 운명을 조종간에 맡기고 있을 그의 손을. 어루만지던 그 손. 어느 가슴 위에 놓인 신의 손처럼 그 가슴에 동요를 일으키던 손. 어느 얼굴 위에 놓여 그 표정을 달라지게 하던 손. 기적을 일으키던 그 손을. ch.18, p.127 ︙ "이보게, 로비노. 인생에는 해결책이 없어. 다만 추진력이 있는 거야. 그런 힘을 창출해야 하고. 그러면 해결책은 뒤따라오는 법이네." ch.19, p.129 ︙ '우리는 영원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어떤 행위나 사물이 갑자기 의미를 상실하는 것을 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허함이 드러나게 되고⋯⋯.' ... '그리고 바로 그런 것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죽음이 찾아드는 것이다. ...' ch.19, p.134 ︙ "조심해, 밤이니까. 알았지!" 그는 동료의 충고를 듣지 못했다.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머리를 뒤로 젖혀 구름과 산들과 강과 바다를 마주하고 이제 그는 조용히 웃기 시작했다. 희미한 웃음이었지만 그것은 나무에 이는 미풍처럼 그의 온몸을 떨리게 했다. 희미한 그것은 이 구름과 산과 강, 그리고 바다보다 훨씬 더 강력한 웃음이었다. "무슨 일이야?" "그 어리석은 리비에르 말이야⋯⋯. 내가 겁먹고 있다고 생각하잖아!" ch.22, p.148 ︙ 승리⋯⋯ 패배⋯⋯ 이런 말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생명이란 이런 말들의 이미지보다 더 깊은 곳에 있으며, 이미 새로운 이미지들을 준비하고 있다. 한 번의 승리는 한 민족을 약화시키고, 한 번의 실패는 다른 민족을 각성시킨다. 리비에르가 감내한 패배는 어쩌면 진정한 승리에 가까이 다가서는 하나의 약속일 것이다. 오직 전진하는 사건만이 중요하다. ch.23, p.151 ︙ 리비에르가 고민하는 문제는 인류사에 살아남을 위대한 가치에 대한 단순한 옹호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위해 치러야 했던 '개인의 희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을 건드리고 있다. 그의 긴 명상의 끝은 인간의 영원성에 다다르고 있는 듯하다. '목표는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못하지만 (목표에 이르는) 행동은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구원해 준다.'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생텍쥐페리는 행동을 통한 인간의 영원성을 대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소시민이 누리는 행복, 저녁 식탁 앞의 평온함, 이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다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잉카 문명의 돌기둥 같은 영원성으로 인간의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러한 영원성에의 의지(이것을 意志와 依支로 함께 이해하고 싶다!)가 바로 야간 비행이라는 위험한 과업을 강행하는 리비에르의 속내일 것이다. 작품 해설
3년 전 · #책

요즘 창업팀 일과 별개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있는데 프론트/백엔드 각각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서 둘을 연결할 때가 왔다(사이드 프로젝트의 정체에 관해서는 그 MVP를 배포할 때쯤 글을 쓸 것 같다). EC2에 돈 나가는 건 싫고 gunh.ee용 라즈베리파이를 나눠쓰는 건 문제가 복잡해보이니, 지난 글 에서 랜선 문제로 내팽개쳐두었던 다른 라즈베리파이를 다시 초기화해서 부팅했다. 이더넷 인터페이스는 아직도 안 잡히지만 속도는 당장 문제가 아니니 차차 생각하자구요. 라즈베리파티 우리집에 주어진 하나의 public IP를 향하는 인바운드 트래픽을 구분하기 위해 두 서버는 별개의 외부포트를 사용해야 한다. 포트번호는 SSH는 22, HTTP와 HTTPS가 각각 80과 443인 것과 같이 그 용도마다 통상적으로 쓰는 값이 있다. 그래서 gunh.ee용 서버는 그 번호를 그대로, 사이드 프로젝트용은 거기에 10000을 더한 값을 외부 포트로 삼고 공유기에서 사이드프로젝트로 향하는 트래픽을 10000을 뺀 통상적인 값의 내부포트로 translate하도록 설정해두었다. 위 세 개가 gunh.ee용, 나머지가 사이드프로젝트용이다. 진짜 이런 작업 할 때마다 전산망개론 들어놓았던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감사합니다 professor Moon ︙ gunh.ee 세팅할 때 이미 한번 겪었던 우분투 초기화 과정이지만 가끔 헤매는 포인트가 아직도 있어 여기에 좀 써두겠다. (Mac 기준) 우분투 이미지를 받고 SD카드에 올려서 부팅하는 전과정은 여기 에 상세히 기술되어있다. SD카드 포맷은 디스크 유틸리티 앱에서 SD카드를 선택하고 '지우기', 'MS-DOS(FAT32)'를 선택하여 진행하면 된다. 다운받은 이미지 파일을 SD카드에 올리려면 다음 명령을 사용하면 된다. 이미지 파일은 압축을 풀지 않은 그대로 진행한다. sudo sh -c 'gunzip -c ~/Downloads/ | sudo dd of= bs=32m' 부팅을 완료하면 여기 에 기술되어있는대로 /etc/netplan/50-cloud-init.yaml 에 무선랜 정보를 입력, 저장하고 재부팅한다. /etc/network/interfaces 은 ifconfig 가 사용하는 파일인데 ifconfig 가 초기 우분투에 깔려있지 않으므로 여기에 정보를 입력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3년 전 · #CS #웹개발

진짜정말아주많이 재밌다. 배경음악부터 일단 깔아주시구요 볼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친구가 남는 영화표가 있대서 그냥 상영작 중에 하나 골라서 본 건데, 세상에 이런 명작을 놓칠 뻔했다니 정말 아찔하다. 근래 본 영화 중, 그리고 내가 보아왔던 애니메이션 중 가장 재밌었다. 뻔한 스토리라면 질색이고 애니메이션도 즐겨보지 않는 나한테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어야 정상인데 연출과 음악이 그걸 다 커버한다. 북산고 선수들 처음에 스케치로 하나씩 등장할 때, 송태섭 각성할 때, 마지막 1분 남았을 때 등등 여러번 소름돋았다. 원작에 대한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도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작년에 원작 소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듄(⊃∪∩∈)을 보러 갔다가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다. 앞부분에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잠깐 있었다고는 하지만 방대한 이야기 중 일부일 뿐이고 그것마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서, 영화관에서 영화 보다가 처음 졸아봤다. 근데 이번에는 전에 강백호 이름 몇 번 들어봤던 게 전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마다 독특한 생김새, 성격과 잘 풀어나간 서사 덕분에 곧 등번호만 봐도 그 선수의 세부사항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하 이거 이러다 원작 만화도 다 보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송태섭과 같은 각성의 순간이 과연 내게도 있었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치열하게 살아야겠다
3년 전 · #영화

이런 내용일 줄 몰랐는데...ㅋㅋㅋㅋ 중후반부터 돌이킬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고전문학이라면 도통 흥미를 붙이지 못하던 나였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이제 그 진가를 조금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까 하여 고른 책. 클래식 시리즈 입문으로 나쁘지 않았다. 등장인물 므슈 볼데마르 / 볼로댜 (16) 지나이다 (21) 말렙스키 백작 의사 루신 시인 마이다노프 퇴역장교 니르마츠키 장교 벨롭조로프
3년 전 · #책

오늘 gunh.ee 서버의 성공적인 이더넷 연결을 자축하며 쓰는 글이다. gunh.ee에 관한 충격적인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를 호스팅하는 서버가 우리집 거실 TV 뒤에 위치한 라즈베리파이라는 점이다. 21년 12월 13일 처음 전원에 연결했을 때 찍어놓은 사진 많고 많은 호스팅 서비스를 두고 왜 서버 컴퓨터를 직접 구축하는 힘든 길을 선택했냐 하면... 호스팅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그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공유 호스팅과 VPS 호스팅. 전자는 웹사이트를 개시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고 대학교 1학년 가을학기에 연 내 첫 사이트도 이 방법을 사용했다. 문제는 저렴한만큼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 가장 간단한 형태의 웹사이트가 돌아가는데 필요한 프로그램은 모두 지원했지만 그 외의 것을 실행할 수는 없었다. 물론 아는 게 많이 없었던 그때의 나에겐 충분히 유용했고 주어진 프로그램으로 실컷 놀고 배웠다. 시간이 흐르고 4학년 말이 됐을 때 난 내 새로운 서버로 훨씬 더 많은 걸 해보고 싶었다. node.js로 직접 웹서버를 짜서 돌리고, API를 만들고, 웹이 아닌 다른 용도에도 써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VPS 호스팅을 써야 했다. VPS 호스팅에서는 물리적인 기기만 나에게 없을뿐 내게 할당된 공간 안에서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설치해서 쓸 수 있었다. 1학년 때 썼던 호스팅 업체에서도 VPS 호스팅을 지원했지만 자원 할당의 유연함과 평판 등을 들어 이번에는 AWS EC2를 써보기로 했다( EC2는 가상화 정도에 있어 VPS와 다소 차이가 있다 고는 하나 어쨌든 비슷). 나름 공들여 만들었던 임시 랜딩페이지 실제로 EC2 인스턴스를 만들어 도메인 연결까지 마치고 임시 랜딩페이지를 띄워놨다. 한두 달 정도가 지나고 인스턴스 사용료가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비용이 정확히 얼마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매달 돈이 나갈 거리가 있다는 게 찜찜했고 가능하다면 이를 아끼고 싶었다. 그때 우리집에서 굴러다니던 라즈베리파이가 생각났다. 실물이 없는 소비는 아무래도 심리적 장벽이 높다 1년쯤 전에 과방에서 주워온 Raspberry Pi 3 Model B+ 2대였다. 본체가 부속 센서, 전선과 함께 상자에 담겨있고 필요한 사람 가져가라고 뚜껑에 적혀있었다. 전공 수업이나 사이드 프로젝트 마치고 남은 것들이었나보다. 그럴 생각으로 데려온 건 아니었지만 서버로서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성능이 구릴 건 분명했지만 어찌되었든 하나의 온전한 컴퓨터고 떨어지는 성능만큼 가만히 짱박아두기가 아깝지 않을테니까. 학기가 종강하자마자 서버 구축에 돌입했다. EC2 때보다 할 게 훨씬 많았다. EC2는 원하는 운영체제를 선택하고 포트 규칙 몇 개만 설정해주면 바로 원격 SSH 접속이 가능했는데, 라즈베리파이의 경우 주 저장소가 되는 SD카드를 포맷하고 - 우분투 이미지 파일을 받아서 부팅하고 - 네트워크 연결하고 - SSH에 포트포워딩하는 이 모든 걸 직접 해줘야 했다. 라즈베리파이에는 화면이 없는데 그렇다고 내가 외장모니터가 있던 것도 아니어서 거실 TV에다가 HDMI로 연결해놓고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작업했다. 서버가 TV 뒤에 자리잡은 것은 공유기가 가깝고 물건 이동이 잦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SSH 연결 전까지 모든 CLI 작업을 TV를 보고 해야 했기 때문이 가장 크다. 사나흘을 거의 이거에만 매달렸다. SSL 인증서 발급해서 HTTPS 연결 뚫고 로컬에서 작성해오던 Vue.js 프로젝트 빌드해서 서버에 올리고, 마침내 아이폰으로 정상 접속을 확인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21년 12월 18일 그때 찍어놓은 스크린캡쳐. 지금 게시물 보기 페이지와 다소 차이가 있다. 지금은 커버 이미지도, 헤더 이모지도 없다. 나는 이 사이트가 트렌디하면서도 담백하길 바랐다. 개발을 시작할 때 개인적으로 노션의 디자인이 아주 괜찮다고 생각하던 터라 노션 페이지 하나를 HTML로 내보내서 스타일시트를 싹 긁어왔다. 필요에 따라 일부 수정은 했지만 대체로 스타일을 유지하며 페이지들을 만들어나가고 있을 때 문득, 이게 담백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노션 페이지에 자주 등장하는 이모지들은 젊고 산뜻했지만 한편으로는 산만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특히 글이 주가 될 내 사이트에서는 글의 압축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이모지와 이미지는 필요한 곳에만, 유채색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페이지가 담백함을 유지하도록 계속 다듬어나갔다. 사이트를 만들면서는 조선일보 사이트 의 디자인이 괜찮다고 생각했고(정치 성향과 무관) 작년 말에 뉴욕 여행하면서 들어가 본 MoMA 와 휘트니 미술관 의 것도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다고 느꼈다. 세 개 다 들어가보면 내가 추구하는 느낌이 어느 정도 보일 듯. 사실 위의 개발기는 이 사이트의 첫 번째 와 두 번째 글 에 쓸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에 배우고 느낀 수많은 점들을 한 글에 모두 담으려고 하다보니 중간에 지쳐버려서 결국 글을 완성하지 못하고 내팽개쳐두었다. 많은 걸 망각한 지금이 되어서야 전체 과정이 앉은 자리에서 정리가 되네. 참고 소스들 메모해둔 것도 그냥 여기에다 덤프해놔야겠다 ⋮ 요점은 이 사이트가 우리집 TV 뒤 조막만한 라즈베리파이에서 돌아간다는 거다. 즉 당신이 gunh.ee에 접속할 때마다 만들어내는 신호는 우리집을 들렀다가 당신의 기기로 되돌아간다. ... 다시 오늘로 돌아와서. 서버가 live된 이후로 블로그 글 올리는 것 외에도 꽤 많은 용도로 이 친구를 사용해왔다. 무엇보다 웹서비스 배포 시험용으로 쓰기가 아주 편리했다. 새 도메인을 파서 배포하려면 도메인 새로 사랴, 호스팅 서비스 구하랴, DNS propagation 기다리랴 이게 다 돈과 시간이었는데 gunh.ee에 서브도메인 하나만 새로 파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었다. WLAN에 의존하던 라즈베리파이를 이더넷으로 연결시키자는 오늘의 생각도 새 서비스를 gunh.ee에서 시험해보고자 하던 도중 든 것이다. 수많은 요청-응답을 시험해보기 전 서버 연결을 최적화하는 게 우선일 것 같았다. 사실 이더넷 전환 시도는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블로그 글에 이미지 로딩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라즈베리파이 연산 속도가 느려서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것보다는 이미지 크기와 연결 속도가 문제일 것 같았다. 이미지는 아이폰에서 찍은 수 MB짜리 원본이 압축 없이 그대로 들어가고 연결은 무선이니 환장의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지 크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동 압축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놓아야 하는데 그건 너무 귀찮고, 일단 연결 상태라도 개선해보고자 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랜선을 꼽기만 해도 자동으로 연결이 수립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ifconfig를 찍어보니 이더넷 인터페이스 자체가 리스트에 없었다. 온 구글을 뒤져보았지만 어떤 해결 방법도 나한테 적용되지 못했다. 결국 일단 WLAN 현상 유지. 그게 한두 달쯤 전이다. 상황에 변화는 없었지만 오늘 다시금 필요성을 느끼고 착수. 저번과 비슷한 방법들을 다시 시도해봤고 진전은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놀고 있던 다른 라즈베리파이(이하 B)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주 저장소인 SD카드만 갈아끼우면 되기 때문에 전환은 쉬웠다. 문제는 B가 이전에 서버로서 활용에 실패한 이력이 있다는 것. B는 지금 돌아가던 애(이하 A)와 달리 프로세서와 랜컨트롤러에 방열판이 달려있어서 가능하다면 B를 쓰고 싶었는데, 부팅 후 HDMI로 터미널이 안 떠서 B를 버리고 A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B를 전원에 연결하면서도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어라? 터미널이 이번엔 뜨네? 곧이어 기대하는 마음으로 랜선도 연결해봤는데 ! 이더넷이 잡혔다. 처음부터 되진 않았고 집에 있던 랜선 여러 개를 시도하다 보니 하나가 갑자기 됐다. 하필이면 그 랜선이 다른 곳에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긴 놈이고, A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밝혀내지 못한 건 많이 아쉽지만... 그래 뭐 어때, 돌아가면 된거야. 이제 방열판도 달려있으니 더욱 잘 됐다. 돌아가면 된거야 저장소 내용은 동일해도 라즈베리파이가 바뀌면서 MAC주소도 같이 바뀌어서일지 기기의 private IP도 172.30.1.20에서 172.30.1.77로 바뀌었다. 때문에 SSH와 HTTP 연결이 모두 막혔는데, 라우터에서 포트포워딩 설정을 수정해주니 바로 복구됐다. 예전에는 해결에 반나절 걸렸을 일이 이제는 대충 상황 파악이 되고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럴 때 성장했음을 느끼고 기쁘다. 랜선이 연결된 B. 우리 오래오래 가자 라즈베리파이야 const notes = ` Add virtual host https://stackoverflow.com/questions/59549309/unable-to-find-a-virtual-host-listening-on-port-80-please-add-a-virtual-host Issue SSL Certificate https://certbot.eff.org/ https://certbot.eff.org/instructions?ws=apache&os=ubuntufocal Ubuntu version check lsb_release -a command https://ubuntu.com/tutorials/install-and-configure-apache#1-overview https://stackoverflow.com/questions/56291492/how-to-save-a-file-in-vscode-remote-ssh-with-a-non-root-user-privileges sudo chown -R myuser /path/to/folder https://roboticsbackend.com/install-ubuntu-on-raspberry-pi-without-monitor/ security find-generic-password -wa "KT_GiGA_5G_Wave2_****" ********** (password) https://askubuntu.com/questions/1152159/how-to-enable-wifi-on-ubuntu-server-18-04-without-existing-connection Let's Debug is a diagnostic tool/website to help figure out why you might not be able to issue a certificate for Let's Encrypt™. https://letsdebug.net/gunh.ee/816059 ReservedAddress FATAL A private, inaccessible, IANA/IETF-reserved IP address was found for gunh.ee. Let's Encrypt will always fail HTTP validation for any domain that is pointing to an address that is not routable on the internet. You should either remove this address and replace it with a public one or use the DNS validation method instead. 172.30.1.20 curl icanhazip.com (from https://raspberrypi.stackexchange.com/questions/14846/how-can-i-find-my-pis-external-public-ip-address) --> Router의 public address를 반환한다. --> 따라서 Router에서 port 80에 대해 Raspberry Pi로 포트 포워딩을 해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public address: ***.***.***.** 포트 포워딩 22->22 80->80 443->443 https://m.blog.naver.com/PostView.na
3년 전 · #CS #웹개발
3년 전
어지러운 코시국 속에서 34개월간 살아남다 이씨 마참내 확진판정을 받다. 사실 몸이 아픈지는 꽤 됐다. 귀국하기 2-3일 전 여행 끝물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2주쯤 전에 심한 감기몸살에 걸려 죽는 줄 알았다. 하루에 2만 보 넘게 3주를 걸어다녔으니 골병이 안 드는 게 이상하긴 해. 고열에 칼에 찔린 듯한 목 상태, 이건 틀림없이 코로나다. 그간 마스크 안 쓰고 신나게 돌아다닌 업보를 치르는구나. 엥 그런데 인천공항 검역 PCR 음성, 동네 이비인후과 신속항원 음성. 이번에도 피해간다고? 그러고 약 열흘, 병원에서 지어준 3일치 약 다 먹고도 일주일쯤 지나니 몸이 엥간 돌아온 것 같았다. 그럼 뭐하겠어? 바로 클라이밍 조졌다. 더클 파랑 14개랑 초록 25개 풀고 왔다(몸살 때문에 근손실 왔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선방해서 흡족). 근데 그게 좀 무리였나보다, 다음날인 어제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열이 다시 났다. 하루가 더 지난 오늘 목마저 다시 아파졌지만 그래도 귀국 전후보단 증상이 마일드해서 며칠 더 지켜보려고 했다. 사실 저번에 이비인후과 갔을 때 인천공항 검역에서 음성 받았다는 말이 동기부여가 됐는지 검체 채취 봉을 너무 깊게 찌르시는 바람에 약간 트라우마가 생겨서 재방문을 꺼리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원래도 좀 무통기(氣)가 있다는 걸 익히 아시는 어머니께서 내일은 병원도 다 닫지 않냐면서 오늘 방문을 강력 주장하시는 바람에 결국 저번주와 다른 곳을 찾아 방문했다. 접수하시는 분께서 항원검사 받겠냐고 물어보시기에 트라우마 + 나는 슈퍼면역자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분께서 내 체온을 재신 후 나의 희망은 즉시 반려됐고, 그 후에는 뭐,, 다시 코를 찔리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좀 의아한 부분은, 2주 전과 증상이 거의 동일하고 정도는 지금이 오히려 나은데 왜 그때는 음성이 나왔을까? 그때는 정말 단순 감기몸살이었고 그 이후에 감염자를 접촉한 것이라 하기에도, 그간 컨디션이 좋지 않아 똑바로 된 외출이라곤 클라이밍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오늘 테스트기에 뜬 실선을 보니 정말 몸 안에 바이러스가 그득한 것 같던데 하루이틀만에 그 정도로 증폭되는 게 가능한가도 싶고. 코로나 상황이 오래되어서 무뎌진건지 '걸리면 걸리는거지 뭐'식의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걸리고 나니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가능하다면 걸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육통과 목 부은 게 고통스럽긴 하지만 그건 오히려 괜찮다. 금방 나을 거란 확신이 있고, 내가 말했잖아 내가 좀 무통기가 있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인지 기능의 저하. 귀국한 후에, 다른 증상들보다 좀 늦게 발현된 것 같은 이 증상은 나로서는 처음 겪어보는 것이다. 일에 잘 집중할 수가 없고 정신이 혼탁하거나 붕 뜬 듯한 느낌이 든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도 문장이 정상적인 사고 회로가 아닌 샛길(?)을 지나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멋들어진 기행문을 써보자고 시작부터 벼르고 어떤 감상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에 꼭꼭 적어두었는데, 지금 괜히 글을 썼다가 쓰레기만 생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본문에는 거의 손도 못 댄 상태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장감이 떨어지는 글이 될텐데 좀 아쉽다. 사실 지금 이 글도 아까는 똑바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좀 나아진 듯. 찾아보니 브레인포그 brain fog 라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수반하는 흔한 증상 중 하나인 것 같다. 좀 무서운 건 이게 만성 증상에 속한다는 점인데, 내 경우에도 육체적 통증이 거의 없었던 이번주 초 중에도 그런 느낌이 계속 남아있었다. 그러니 언제쯤 정신이 말짱하게 돌아올지 점치기가 어려운 상황. 비슷한 증상 겪었던 친구들 있으면 경과가 어땠는지 공유 좀 해줘. 학교에서 하는 창업 교육을 요즘 듣고 있는 게 있는데 컨디션 때문에 똑바로 engage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다. 학점 채워 듣는 보통 학기 때 이랬으면 어떻게 됐을지 좀 아찔하네.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마침 다음주에는 창업 교육도 한 주 쉬어가니 얌전히 격리하면서 푹 쉬어야겠다. 책 영화 드라마 인생작 추천받습니다.
3년 전

작년 가을학기 학복위 북마켓에서 3000원 주고 산 책, 이제야 읽는다. 앞선 책들은 게시물을 올리는 시점이 모두 읽은 후였는데, 이 책은 이렇게 공개적으로 박아두고 시작하지 않으면 끝까지 안 읽을 것 같아서. 무려 1100 페이지임. 원래 금연도 주위 사람들에게 소문내고 시작하는게 효과적이라고 하잖아? 가까운 시일에 날 만난다면 '너 패턴랭귀지 다 읽었냐?'라고 물어봐줘. 노파심에 말하는데 나 담배 안 피움. 학복위 도서 리스트에서부터 날 사로잡던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을 개별적인 요소[패턴]로 해체, 분석한 후 각각이 지닌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듯하다. 추정의 어투를 쓴 것은 내가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역자 서문과 서문을 읽은 참이지만 현재로서는 내가 책을 구매할 때 예상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각각의 패턴은 아주 포괄적이거나 혹은 세부적일 수 있어서, 패턴 사이에도 상하 관계가 존재한다. 한 패턴은 상위 패턴에 필수적이며 하위 패턴에 의해 비로소 완성된다. 저자는 이러한 개별적인 패턴을 규정하고 이를 재구성함으로써 인간 생활에 보다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방법[랭귀지]을 제시하려 한다. 건축에 대한 이 책의 접근은 수학과 상당히 닮아있는 것 같다. 가장 기본이 되는 패턴이 실제로 우리가 활용 가능한 공간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은, 특정 공리계에서 몇 개의 공리를 전제로 유도를 통해 다양한 명제를 도출해내는 과정과 아주 비슷하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캠브리지대학교에서 건축학과 수학 을 전공했다고 한다. 이러한 접근은 많은 비평의 대상이 되었다고도 한다. 서문에서 역자가 언급했듯이 건축은 좋은 공간의 창출이라는 목적 이외에 수많은 외부적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학문이기에, 수학과 같은 이상론적인 사고는 무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실현은 어렵다 할지라도 그 건축물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회 집단에 의해 민주적이며 적극적인 방식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시험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설계론은 큰 의미가 있다고 역자는 말하고 있고, 이에 대해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지난 한두 달 간 내가 거의 펼치지 못하고 질질 끌어왔던 합리적인 세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는데, 내용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7일=1주, 12월=1년 등 통상적으로 쓰여왔던 단위들을 싸그리 무시하고 모두 "상식적"으로 새로 정의한다면 그 모습이 어떨까에 대한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그를 적용하려는 시도는 많은 convention에 익숙해져있는 사회의 반대에 부딪히겠지만, convention이 서서히 변해간다면 그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혹은 그냥 세상이 이랬더라면 하는 망상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그런 시도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글을 쓰기 시작했던 내 이러한 생각이 저자의 생각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 서문 하나 읽어놓고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출발~
4년 전 ·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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