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er's High[Runner's High] 러너스하이는 달리기 애호가들이 느낄 수 있는 도취감을 말합니다. 러너스하이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A.J.맨델이 1979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입니다. 주변의 환경자극이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행복감을 말합니다. —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자료실 얼마 전부터, 한 1-2주 전부터 꾸준히 야외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있다. 러닝을 꾸준히 해보려는 본인의 시도는 여러번 있었는데 매번 날씨나 다른 운동 스케줄을 핑계로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최근 달리기에서 발견하고 있고, 그래서 헬스처럼 달리기가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페이스를 늦추고 거리를 늘렸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달리기 하러 나가면 보통 2km를 잡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페이스로 뛰었다. 그래봤자 km당 4분 40초대(이하 페이스는 모두 per km 기준) 언저리였지만 정말 죽을 듯이 힘들었고 컨디션이 나쁘거나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날은 2km도 한번에 채우지 못하곤 했다. 그런데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좀 느리게 긴 거리를 달려야겠단 생각을 어느 순간 했고 그때부터 5km를 잡고 뛰었다. 처음 몇 번은 페이스 조절을 못하고 초반에 빠르게 뛰다가 3km 가서 퍼지기도 했었지만 점점 5km를 전부 뛸 수 있는 적정 페이스를 익혀갔고 그때부턴 그 페이스를 조금씩 줄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니 관련된 유튜브 영상도 자연히 보게 되고, 거기서 주법과 페이스에 대한 도움도 많이 얻고 있다. 5km로 거리를 늘리고 내가 처음 접한 문제는 정강이 통증이었다. 정식 명칭이 전경골근이라는 것 같은 이 근육이 1-2km만 지나면 뭉치면서 아파오는 것이었다. 이 근육은 발 앞쪽을 들어올려 뒷발을 끌고 올 때 땅에 끌리지 않도록 해주어서 뛸 때 특히 많이 쓰였다. 클라이밍에서의 전완근처럼 그 운동에 특화된 근육을 내가 아직 단련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고, 자주 뛰거나 고무 밴드로 정적인 훈련을 해주면서 근육이 길러지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강이뼈와 뒷쪽 근육 사이에 숨은 탓에 마사지로 깊은 자극을 주기도 어려워서 단기간에 통증을 무마하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이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었는데 그건 바로 주법의 변화를 통해서였다. 이전까지 나는 뒤꿈치 쪽으로 착지를 했었는데, 유튜브에 누군가가 미들풋 주법이라고 불리는, 발 가운데로 착지하는 방법을 추천하길래 한번 따라해봤다. 말이 미들풋이지 발은 오목하기 때문에 발 전체가 한번에 닿도록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인 것 같고, 그렇게 하려면 자연스레 상체도 앞쪽으로 좀 더 숙이게 된다. 이 새로운 착지법을 도입하고 나서 정말 정강이 통증이 눈에 뛰게 줄었다! 이전에는 숨이 차기도 전에 정강이가 너무 뭉쳐서 못 뛰겠는 정도였는데 착지법 전환 이후 그런 주객전도는 없어졌고, 오늘의 달리기에서는 덜 아픈 정도를 넘어 아예 아프지 않은 단계에 가까워진 것 같았다. 요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또 하나는 목의 각도이다. 러닝 영상을 보다 보니 급기야는 이봉주 선수의 훈련을 담은 다큐멘터리까지 보게 됐는데ㅋㅋㅋ 앞에서 선수는 뛰고 있고 뒤에서 코치가 차로 슬슬 따라가며 확성기로 외쳤던 조언이 턱을 너무 들지 말라는 거였다. 나도 뛸 때 보니 턱을 꽤 들고 있었고 턱을 당겨주니 숨 쉬기가 훨씬 편해졌다. 뛰다가 힘들면 습관적으로 턱을 들게 되는데 그래서 뛰는 내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의식적으로 턱을 내려야 한다. 이렇듯 간단하게는 흡흡후후 하는 호흡법부터 시작해서 착지, 상체의 각도, 목의 각도까지 신경쓰다 보니 달리기를 하는 것도 대단한 집중이 필요한 일이라고 요즘 느낀다. 딴 생각을 하다 보면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페이스를 잃는다. 그래서 음악도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만 틀어두고 온 정신을 달리기에만 집중한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모든 분야가 그렇듯 기록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5분 40초 중반대였는데 며칠 전에 30초대로 내려왔다. 페이스 전략을 바꾼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원래는 초반에 5분 30초 페이스로 뛰다가 후반으로 갈 수록 허억허억하면서 뒤쳐지곤 했다. 그리고 점점 늘어지는 페이스에 속으로 슬퍼했지. 그러다가 3일 전인가부터는 초반에 목표 페이스보다 약간 느리게 뛰다가 후반에 점점 끌어올리는 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렇게 하니 비슷한 시간임에도 덜 힘들었고 결국 기록 단축까지 이어졌다. 그끄저께가 28분 17초(5'38" 페이스), (그저께는 축구,) 어제는 28분 09초(5'37" 페이스)를 기록했다. 그래서 오늘은 27분대만 나와도 대성공이다 하고 나갔는데 웬걸, 31초나 줄은 27분 38초를 기록했다! 원래처럼 5분 40초 페이스로 뛰다가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끌어올려서 5분 32-33초가 찍히기 시작했는데 뭔가 오늘은 그 페이스로 퍼지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들었고 그대로 해냈다. 러너스하이가 온 것도 큰 요인이었다. 저번에 250m 남겨두고부터 스퍼트를 시작했더니 힘이 좀 남아서 이번에는 4,500m 지점부터 페이스를 더 올렸는데, 4,600~4,700m 사이 그 어딘가에서 러너스하이를 경험했다. 첫경험이었다. 러너스하이라는 용어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예전에 달리다가 정신이 멍해져서 힘든지도 모르게 되는 이 시점을 러너스하이라고 부르는 건가, 긴가민가해 하곤 했었다. 그런데 진짜 러너스하이를 경험해보니 이건 긴가민가해 할만한 경험이 아니었다. 영화 명장면을 볼 때 돋는, 그런데 그것보다 좀 더 강렬한 소름이 등골을 타고 쫙 내려왔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남은 거리를 아주 빠른 페이스로도 비교적 쉽게 주파할 수 있었다. 찾아보니 보통 분당 심박수 120회 이상으로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경험하게 되는 것이 러너스하이라고 한다. 이 설명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한번 러너스하이를 경험한 사람은 여기에 마약과 같이 중독될 위험이 있다는데,, 난 아니겠지? 근데 당장 내일도 뛰러 갈거임.ㅋㅋㅋㅋ 아직은 몸에 이상이 없으니 다행인데, 만약 내가 부상을 입고도 뛰려 한다면 그때는 옆에서 좀 말려줘. 아 그리고 한강에서 같이 달릴 분 있으면 연락주세요. 한계 극복이 달리기의 주 목적인 사람으로서 본 페이스로 뛰기 어려운 단체 러닝을 매일같이 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가끔 만나서 같이 뛰고 땀흘리는 건 좋잖아요? ︙ 내 장비도 여기서 한번 소개해볼까. 사실 장비랄 게 없다. 나는 스마트워치도 없고 그냥 핸드폰을 손으로 쥐고 뛴다. 기록은 Nike Run Club으로 한다. 인터넷에서는 기록 내보내기의 편의를 들어 Strava를 추천하던데 나는 페이스 읽어주기가 필요해서 Nike를 쓴다(찾아보니까 Strava도 읽어주기 있네? 근데 옵션이 부족해서 계속 Nike 쓸 듯). 250m마다 총 시간을 제외한 거리, 페이스를 읽어주도록 설정해놓았다. 복장은 반팔-반바지 위에 집업, 오늘 처음으로 장갑을 챙겼는데 안 썼다. 그렇지만 금방 또 미친듯이 추워지겠지… 소지품은 핸드폰이랑 귀가를 위한 교통-체크카드 한 장. 사실 2.5km 뛰고 돌아가면 먼길 걷거나 대중교통 탈 필요 없는데 사람 심리란 게 꼭 왔던 길 돌아가기가 싫다? 그래서 항상 5km를 쭉 달려버리곤 한다. ︙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건 내 친구가 추천해줬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인데 미루다가 이제 마침 때가 온 것 같아서 읽어보려고 한다. 마침 오늘 뛰러 나가는 길에 예약 도서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대문호가 달릴 때 하는 생각은 과연 나의 그것과 닮아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