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혼자서 또 제주도 - 본편 에서/으로 이어집니다. 나는 원래도 P지만 여행을 떠날 때면 더더욱 P가 된다. 이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 먹은 건 떠나기 3일 전, 숙소와 교통편 등등을 알아보기 시작한 건 하루 전이다. 사실 저번 자전거 일주 때도 이런 타이밍으로 움직였는데 별 문제가 없었어서 걱정을 안 했다. 근데 웬걸, 한라산 탐방 예약 시스템에 자리가 없었다. 하루에 1500명씩이라 다 찰 거라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나보다. 몇 분을 뒤적거려봐도 자리가 날 기미가 안 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매크로를 짰다. POST 요청을 넣어 정원 및 신청인원 정보를 가져오는 과정을 반복했다. 내가 워낙에 쫄보라서 서버에 무리가 가게는 안 짰다. 심심할 때마다 실행을 시키면 일정 내 모든 날짜-시간-코스 조합을 한 바퀴만 시도한 뒤 종료하도록 했고 요청 사이에 0.5초씩 텀도 두었다. 정원과 신청 인원이 상이하면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준다 지난 학기 컴퓨터윤리와사회문제 글쓰기 과제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만... 상시 돌린 것도 아니고 신청은 수동으로 했으니 한번만 봐주십시오. 결과는 성공! 얼마 지나지 않아 빈 자리를 찾아 얼른 주웠다. 더 나은 날짜·코스를 잡고자 몇 번 더 돌렸는데, 돌아가는 양상을 보아하니 신청 취소는 상당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았다. 단지 그 자리가 눈깜짝할 새에 다시 채워질 뿐. 자리를 잡음으로써 여행은 확정됐고, 어느새 등산 당일이 되었다. 등산 준비물은 다음과 같았다: 폴리에스터 티셔츠 - 등산복 외투 - 등산복 바람막이 - 경량패딩 무릎보호대 - 히트텍 하의 - 등산바지 등산 양말 - 등산화 아이젠 , 스틱 , 장갑 , 선글라스 , 등산가방 , 붙이는 핫팩 에너지바 긴거 × 4, 한입짜리 × 8 500ml 생수 × 4 등산을 즐겨 다니는 편이 아니라서 많은 물품을 아빠한테 빌렸다 . 설산 전용 장비는 현지 대여점에서 빌렸고 , 전날 게스트하우스에서 같이 묵은 아저씨들한테 지원받은 것들 도 있었다. 이게 지원받으려고 받은게 아닌데... 같은 방에 중년 아저씨 세 분이 계셨는데 처음 들어갈 때는 간단히 인사만 나눴다. 근데 내가 짐을 싸니까 갑자기 모든 이목이 쏠리더니 내일 한라산 가요? 예약은 했어요?처럼 간단한 물음으로 시작해서 뭐뭐는 챙겼어요? 안에 면티 입으면 땀에 젖어서 큰일나요. 로 확장되더니 결국 다 싼 짐을 갈아엎고 다시 처음부터 같이 싸는 지경에 이르렀다. 티셔츠랑 에너지바도 "이거 가져가면 좋을 거에요"가 아니라 "이거 없으면 너 큰일난다"는 느낌으로 받은 것. 등산 과정 중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주셨는데 너무 많아서 여기 나열하기엔 지루할 것 같다. 전반적으로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됐지만 일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글 중간중간에 진실 혹은 거짓 으로 검증할 예정.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귀여워 --> 첫 번째 조언은... 입산 시각 상관 없다! 6시 땡 치자마자 닌자처럼 뛰어올라가서 비석 사진을 쟁취해야 한다. 예약 시스템 상 내 입산 시각은 8시부터였는데, 아저씨들 말씀에 따르면 예약 날짜만 중요할 뿐 입산 시각은 상관 없었다. 더군다나 시간이 늦으면 정상의 비석 앞에 사진을 찍으려고 긴 줄을 서기 때문에 정상에 누구보다 빨리 도착하는 것이 중요했다. QR코드를 뻔히 찍는데도 문제가 안 된다는게 무척 의아했지만 세 분이 입을 모아 말씀하셨기 때문에... 믿고 새벽 5시에 숙소에서 출발했다. 첫차 운행보다도 전이라서 택시비를 18000원씩이나 내고 5시 55분 성판악탐방로 초입에 도착했다. 줄을 서고,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QR코드가 잘 인식되게 하려는 마음 5%, 아래 적힌 입산 시각을 숨기려는 의도 95%로 QR코드를 확대해서 안내원 분께 보여드렸다. 하지만 안내원 분은 입산 시각을 보여달라고 칼같이 요구했고, "7시 50분에 다시 오세요."라는 말과 함께 나는 입구컷을 당했다. 진짜 설마설마 했는데... 결국 안내소에서 두 시간 여를 기다려야 했다. 이로써 첫 조언부터 거짓! 기다리는 동안 뭘 할까 고민하다가 넷플릭스에 <모럴센스>가 오늘 개봉한다는 게 떠올라서 바로 들어가봤다. 하지만 아직 공개가 되어있지 않았다. 알고보니 개봉 기준 시각이 태평양 표준시. 아침부터 허탕을 두 개씩이나 치다니, 시작이 별로였다. 그래서 그날 숙소 들어가서 보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항마력이 딸려서 30분도 못 봤다. 그래도 유튜브 보다 보니까 시간이 금세 갔다. 마음을 다잡고 이제 진짜 출발! 07시 50분 성판악 입산 굳이 오래 기다려서 비석 사진을 찍을지는 아직 고민이 됐지만, 만약 찍는다면 등산객들이 사진 찍고 빠지는 속도보다 새로 도착하는 속도가 더 빠를 것( ṁ in > ṁ out ㅎㅎ... )이기 때문에 일단 빠르게 올라갔다. 기온이 낮아서 핸드폰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정상에 가서 사진 찍으려면 아예 입산할 때부터 전원을 꺼두어야 한다. 라는 조언도 있었다. 그래서 올라가는 동안 사진도 찍지 않고 걷는 데에만 집중했다. 핸드폰 전원을 켜고 첫 사진을 찍은 건 3분의 2 정도 올라간 진달래밭 대피소 앞. 09시 47분 진달래밭 대피소 이후로 핸드폰을 쭉 켠 채로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하산을 종료할 때 배터리가 51프로였다. 내가 아이폰 13 미니인데다가 앞에 유튜브까지 봤으니 요즘 핸드폰은 배터리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겠다. 다만 절전모드를 켜놓고 주머니에 핫팩과 함께 두는 최소한의 관리는 했으니 이번 조언은 반맞반틀 드리겠습니다. 두 시간 동안 비스듬한 흙인줄 알았던 길이 알고보니 계단이었던 건에 대하여 올라가는 동안 바람막이·경량패딩을 자주 입었다 벗었다 했는데도 땀이 조금씩 났다. 안에 면티는 절대 입으면 안된다는 말 진실! 면티 입었으면 고생깨나 했을듯. 폴리에스터 운동복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지가 보인다! 어떤 미친놈이 이 급경사에서 썰매를 타 했는데 아까 계단 사진 본 친구 바로 "썰매 타면 재밌겠는데" 시전 11시 03분 정상 도착 세 시간의 산행 끝에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오래 기다려야 하면 비석 사진은 그냥 찍지 말자는 게 원래 생각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또 찍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시간 반 여를 기다린 끝에 소중한 사진 획득! 기다리는 동안 가만히 서있으면서 바람까지 부니 좀 추웠다. 옷도 아저씨들 코디에 따라 원래 계획보다 좀 가볍게 입고 갔는데, 여기에 몇 개 더 걸쳤다면 베스트였을 듯. -->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백록담. 정말 아름다웠다. 온통 눈으로 덮여있어서 처음에는 크기가 잘 와닿지 않았지만 제일 낮은 부분의 나무를 보니 어느 정도 가늠이 됐다. 여름에 풀로 덮인 모습을 보러 한번 더 와야지, 그리고 가운데서 집 짓고 살면 재밌겠다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나 여기서나 컵라면을 먹는 사람이 많았다. 컵라면을 먹으려면 무거운 보온병도 챙겨야 해서 나라면 다음에도 안 가지고 올 것 같았는데, 끼니거리가 있는 건 좀 부러웠다. 중간중간 에너지바 착실히 챙겨먹으면 끼니거리 없이도 끄떡없다는 아저씨들 말 믿고 또 안 챙겨갔는데, 내려가서 두루치기 먹는 그 순간까지 속이 허해서 많이 힘들었다. 아쉽지만 이번 조언은 거짓! 선물해주신 핫브레이크들은 감사히 먹었습니다. 이제 다시 내려가보자. 하산할 때는 성판악 대신 관음사 코스로 내려갔다. --> <img src="https://files.gunh.ee/p/35/IMG_1406
4년 전 · #제주도 #여행

작성중 혼자서 또 제주도 - 본편 에서/으로 이어집니다. 한림에서 할 거리를 알아보던 중 발견한 한림공원. 겨울철에다 입장료도 있었지만 평이 워낙 좋아 가보기로 했다. 결과는 대만족. 10만평이라 할 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이 야자수를 포함 공원의 많은 나무가 공원이 처음 생겨날 때 씨앗을 뿌려 자라난 결과라고 한다. 공원이 1971년에 지어졌으니 이 나무는 우리 학교와 동갑인 셈이다. 장투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버핏 아저씨 아리따운 머리칼을 가지신 분과 함께,,,^^ 팻말이 전부 도자기에 파란색 유성 글씨로 써있다. 백자 느낌도 나고 아주 예쁘다. 이어지는 동굴. 사설 공원 내에 동굴이 있는 것부터가 신기한데, 더구나 이 협재굴은 바닷로부터 날려온 조개가루 덕에 용암동굴과 석회동굴 두 가지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학술적 가치가 높은 동굴이라고 한다. 초딩 시절 <동굴에서 살아남기>에서 보았던 동굴 산호 🌻🌻🌻 🌻🌻🌻 너무하네 진짜 심지어 bald 철자도 틀렸어 철자는 모르겠고 어떻게든 놀리고 싶던거야.. bayum~
4년 전 · #제주도 #여행

다시 제주도다. 코로나 창궐 이후 지난 8월에 처음 방문하고 여섯 달 새에 총 세 번째, 혼자서는 두 번째다. 지난 자전거 일주 처럼 이번에도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 바로 한라산 등반. 하지만 그 하나 때문에 제주를 왕복하기는 너무 번거로웠기에 좀더 시간을 내서 등반 앞 3일을 협재에서 보내기로 했다. 협재에서 들렀던 한림공원 , 그리고 한라산 은 각각 내용이 너무 많기에 별도의 글로 빼고, 이 글에서는 둘의 나머지를 다룬다. 1일차 가보자고 → 한림 숙소 가는 길에 본 기묘한 그래피티 알고 보니 따끈따끈한 신작 숙소 뷰 최고 but 바람 미친듯이 불어... 결국 다음날부터 반강제적으로 왁스도 안 바르고 후드 레이어드로 다녔다 숙소 도착한 게 이미 4시라 첫날은 신창풍차해안만 보고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시간이 애매해 첫끼는 라면 3km 정도 걸어 도착한 신창풍차해안. 일몰이 임박해서 쫓기는 마음이 있었는데 석양이 오히려 최고의 경치를 선사해주었다. 파란 선이 보이는 대부분의 길을 내가 이미 한번쯤 지난 적이 있음을 떠올리면 감회가 새롭다 돌아오는 길에 보말칼국수 2일차 흑돼지고기국수 로 아점을 먹고, 협재 해변을 좀 둘러보다가 한림공원으로 향했다. 한림공원은 별도의 게시물 참고. 한림공원 미리보기1 한림공원 미리보기2 공원에서 나와 먹은 금능샌드 숙소에서 맥북만 집어들고 바로 다시 협재행. 좀 따뜻한 곳에서 경치도 보고 사진 정리도 할겸 카페에 들렀다. 우도 땅콩 크러플 을 시켜 먹었는데, 저번에 크러플을 처음 먹을 때도 느낀 거지만 정말 미친듯이 달다. 그래서 맛있다. 2일차의 마지막 끼니는 평이 아주 좋았던 곳 의 연어 아보카도 덮밥. 밥을 하나 추가하니 양도 딱 맞고 연어도 싱싱해서 맛있게 먹었다. 인테리어도 아주 아늑했지만 사람이 많아서 사진은 생략. 사시미가 있는 혼술 세트도 있으니 만약 혼자 다시 협재를 오게 된다면 또 들러도 좋을 듯하다. 숙소인 게스트하우스는 남자와 여자 방을 딱 정해놓았을 줄로 알았는데, 크기가 다른 두 방을 유동적으로 바꿔가며 사용했다. 첫날에는 큰 방에서 네 명이서 자고 둘째 날 여자 손님이 여럿 들어온다길래 유일하게 연박하는 내가 방을 옮겼다. 새로운 방에서는 31살 공고 건축 선생님 과 23살 대학생을 만났다. 대학생 친구는 들어갈 때부터 멘탈이 나가있더니 곧 오는 길에 렌터카 사고가 났다고 실토했다. 제주 운전이 어렵다고 누누이 들어왔는데 이렇게 바로 사고 당사자를 만날 줄이야. 다행히 도로변 조경석에 바퀴를 긁은 가벼운 사고였다고 한다. 면허 따고 첫 운전 여행이라 기대를 많이 했었나 본데 남은 여행 좌절하지 않고 재밌게 즐겼기를... 3일차 협재만큼이나 아름다웠던 금능 간장새우장 정식 7 레이어 가나슈 케이크 어제는 새로운 맛을 찾아 카페에 들렀다면, 오늘은 체크아웃 이후 갖고다닌 캐리어도 있고 해서 익숙한 스타벅스 에 들어갔다. 달달한 케이크와 함께 하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술술 읽혔다. 이제 제주 시내로. 숙소와 협재를 오갈 때 애용한 202번 버스를 제주 시내로 가는 길에도 탔다. 지나는 정류장이 상당히 많았는데 사실 이건 전체 노선의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202번 버스는 일주서로를 따라 섬의 서반부 전체를 도는 버스로서 총 정류장 개수가 180개에 육박한다고 한다. 일주동로를 따라 도는 201번 버스와 짝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나는 길에 본 제주공항 활주로 착륙유도등 제주시외버스터미널 근처 숙소 에 짐을 놓고 내일 쓸 등산 장비를 대여하러 가보자. 숙소에서 대여점 까지는 1km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한천이 흘렀다. 겨울철이라 물이 다 말라서 바닥의 돌들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그 모양이 마치 "나 용암이었어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제주는 섬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강변의 가로수들도 볼거리였다. 2020년 이탈리아 여행 중에 로마에서 보았던 우산소나무와 똑같이 생겼는데, 정확한 수종을 아는 사람은 제보 바람. 로마 제국 시대 문화재들의 이미지와 맞물려서 그런지 느긋하고 풍요로우면서도 신성한 정취를 자아낸다. 그곳에서도 참 아름답다고 느꼈던 모양의 나무를 제주에서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똑같이 생겼지 빌린 스틱과 아이젠을 숙소에 떨구고 식당과 이마트를 향해 해안가 쪽으로 이동. 화산섬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3km를 걷는 내내 길이 해안가 쪽으로 꾸준히 기울어 있었다. 수제버거집 탐방은 제주에서도 계속된다 이마트는 다음날 등반에 필요한 물과 음식을 사려고 들렀는데, 에너지바 등 대부분의 살 것이 대량포장되어있는 탓에 편의점을 다시 들러야했다. <img src="https://files.gunh.ee/p/33/IMG_1308.jp
4년 전 · #제주도 #여행

원본: 2021년 9월 26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5년 전 · #인스타그램 #제주도 #여행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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