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시물
#책(31) #수필(17) #인스타그램(13) #CS(10) #여행(8) #웹개발(8) #프랑스(8) #교환학생(7) #제주도(4) #BuyBus(3) #그림(3) #미술관(3) #아카이브(3) #요리(3) #월간(3) #창업(3) #해커톤(3) #넷플릭스(2) #버킷리스트(2) #상하이(2) #영화(2) #전시(2) #중국(2) #펜화(2) #AI(1) #CG(1) #드라마(1) #시(1) #운동(1)
얼마 전에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다 나왔는지, 부모님께 흥미로운 사실을 들었다: 전남도청이 과거 광주에 소재했다는 것. 과거에 그랬다는 사실의 단순 전달이었는지 아니면 지금도 그런지에 대한 의문 제기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건 내겐 의외였다. 내가 태어난 때부터 항상 광주는 광역시로서 전라남도와 같은 광역자치단체 레벨에 있었고, 과거를 따지기에도 전라남/북도청은 전라도의 이름이 유래한 전주나 나주에 있는 편이 더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듣고보니 광주는 근대에 전주나 나주를 능가하는 체급에 있었으므로 혼자 광역시로 승격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승격 직전까지는 광주에 전남도청이 속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부모님의 말씀대로 전남도청의 과거 소재지는 광주였고, 지금은 무안에 위치한다. 비슷한 양상이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알아보니 인천광역시와 울산광역시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개 광역시 모두가 한때 자신이 지리적으로 속한 도의 도청 소재지였고, 해당 도청들은 시의 승격 이후 각각 관내의 다른 도시로 이전됐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나는 이것이 마치 경기도청이 한때 서울시내에 있었다는 말처럼 들려 느낌이 이상했고, 이런 나를 보고 부모님께서는 세대차이를 느낀다고 하셨다.ㅋㅋ 부모님이 나와 이야기하듯 내가 미래 세대와 이야기한다면 거리감을 느낄 요인이 될만한 행정구역 수정이 요새도 일어나고 있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에도 변화들이 있었는데 그중 내가 살던 지역에 적용된 건 고양시 일산구의 일산동구+일산서구로의 분구 정도. 주민등록초본을 떼니 거기 기입되어있더라. 그런데 이 정도로는 사소하고, 이와는 비교도 안 될 큰 변화가 눈앞에 있는데 바로 경기북도의 신설이다. 경기도를 남북으로 분도하며 남쪽은 그대로 경기도로 부르고 북도를 새로 두자는 것이다. 경기도 전체 인구, 그리고 서울이라는 메가시티로 인한 분단을 보았을 때 아주 이상한 제안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명칭이다. 경기북도, 본딧말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가칭이고 정식 명칭이 되기도 어렵다. 두 글자로 줄였을 때 경상북도와 구분할 수가 없기 때문. 그래서 새로운 이름을 위한 공모전을 열고 오늘 그 결과가 나왔는데 결과를 두고 대단한 논란이 일고 있다. 대상 수상작이 '평화누리특별자치도'인데 이걸 구글에 그대로 치기만 해도 불만이 한 바가지니 논란의 내용을 더 서술하지는 않겠다. 웹사이트나 앱의 UI가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될지라도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행정구역 이름도 너무나 익숙해서 사실 그걸 무엇으로 바꾼다고 한들 여론이 좋았을 것 같지는 않다. 다른 도들이 명명된 방식처럼 주요 도시 머리글자만 따서 지었어도 중박은 쳤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경기북도에 속할 시들 중 상위 2개 시인 고양시와 남양주시를 따면, 고남시? 똑같이 낯설었을 것이다. 다만 그걸 감안해도 앞으로 익숙해지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 같다. 평화누리특별자치도, 줄이면 평누도. 내 고향이 평누도 고양시가 된다고? ㅋㅋㅋㅋ뭔가 많이 웃긴데. 경기북도가 경북과 겹쳐서 문제라면 차라리 경기는 유지하되 다른 구분자를 쓰는 것이 어떨까도 싶은데. 남북 말고 상하를 쓴다면⋯ 경기상도를 줄이면 또 경상도가 되네. 또 북쪽이 위인건 누가 정했냐면서 남반구 사람들이 따지려나? 경기일도와 경기이도로 구분하기에도 누가 일도가 될 것인가 하는 논란이 있겠지? 아니면 남북 모두 '경'을 떼고 이미 수도권의 의미를 지닌 '기畿'만 유지하면서 기남도, 기북도? 남북 모두 경기라는 이름을 버림으로 인한 행정 비용이 크려나. 쉽지 않은 문제임은 분명해보인다. 공모전 결과로 명칭이 완전히 확정되지는 않은 것 같고, 아직 다른 이름으로 변경될 여지도 있어보인다. 어떤 이름으로 정해지든, 다소간의 거부감을 지닌 기간을 지나 결국에는 모두가 익숙해지겠지. "경기도랑 XX도가 원래 하나였다고요?"라며 누군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묻는 날도 올 것이다. ⋮ 고향 이야기를 하다보니 함께 드는 생각. 어떤 도시는 고풍스러운 멋을 뽐내며 늙어가고, 어떤 도시는 달리 대책이 없어 늙어간다. 어떤 곳은 금세 갈아엎어지고 새 도시가 되기도 한다. 다른 도시는 몰라도 자신의 고향만큼은 옛 모습을 유지하며 오래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고향인 일산은 어느새 서른 살을 넘긴 도시가 되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살던 강선마을 14단지가 고양시 최초로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지난해 초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다고 한다. 분담금 등의 문제 때문에 갈등이 빚어져 이후 진행이 더딘 것 같긴 한데,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언젠가는 이루어질 분위기다. 나는 유년기를 아주 행복하게 기억하고 있고 내가 일산에 살았던 것이 그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규모와 연식의 아파트 단지, 그 안에 작은 화단이 딸려 있던 1층집. 걸어서 5분 거리의 학교, 풀과 나무를 좋아하는 내가 어린 나이에도 혼자 찾아갈 수 있었던 바로 앞 호수공원. 그런 일산을 두고 중학교에 입학하며 서울로 이사를 와야 했던 초반에는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서울에서도 금방 적응은 했지만 행복한 기억은 남아 먼 거리를 혼자 오갈 정도가 된 고등학생 때는 혼자서도 몇번씩 귀굣날* 이른 시간에, 아니면 방학에 일산에 들렀던 기억이 난다. 운전면허를 딴 이후에는 부모님 차를 끌고 다녀오기 시작했고 지금도 일산은 내가 가장 즐기는 드라이빙 코스 중 하나다. *우리 고등학교는 학기 중에 달에 한 번씩만 주말에 학생들을 내보냈고 그 주말 끝에 학교로 돌아오는 일요일을 귀굣날이라고 불렀다. 그런 일산에 우리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바뀌면 솔직히 많이 섭섭할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나,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여야지. 그 전까지 더 많이 방문하고 더 열심히 눈에 담아두어야겠다. *** 이 아이는 훗날 십자인대를 끊어먹고도 축구를 끊지 못합니다. 선생님 지나가시기도 전에 후리죠? 근데 나 몇 년 전에 부모님 골프연습장 따라가서 채 휘둘러봤는데 공 맞히지도 못하던데 이때는 어떻게 한거지 ㅋㅋㅋㅋ뚝딱거리는 것 좀 보소
2년 전 · #수필

읽는 중
2년 전 · #책

읽는 중 *다음은 간만에 입맛에 맞는 소설을 찾아 흥분한 필자의 두서없는 폭주 감상문이니 읽는 이들의 주의를 바란다. **아래 "SPOILER ALERT!" 전까지는 스포일 위험도가 낮다. 일부 사항을 언급하긴 했으나 대부분 1부 초반부터 나오거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을 내용들이니 안심하라. 이 글이 오히려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Radiohead -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 <삼체>의 예고편 중 하나 에 삽입된 음악의 원곡인데, 책이나 이 감상문을 읽으면서 들을 노래를 찾는다면 이걸 들어라. 뽕맛이 두 배가 된다. ⋮ ⋮ --> 첫만남 넷플릭스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다 보고 나니 이어 나온 예고편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삼체』. 예고편을 끝까지 보았지만 스케일이 크다는 것만 느껴질뿐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전혀 짐작이 안 가서 오히려 호기심이 생겼다. 또 원작이 내가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중국 소설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설국』을 읽은 직후에 도전하기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아시아 소설 최초로 휴고상을 수상하고, 오바마도 이 책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 소설부터 바로 읽기로 했다. 3월 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원작 소설도 이미 꽤나 많은 인기가 있는 듯했다. 원작 소설은 총 3부로 이루어져있는데 그중 1권이 동네 도서관은 이미 예약 가능 인원 초과, 전자도서관은 예약이 15명, 이튿날 다시 보니 22명으로 늘어있었다(지금은 45명이다ㅋㅋ). 어중간하지도 않게 그냥 이번 계절 안에는 대출이 불가능한 인원이길래 그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았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직접 사는 방법을 알아보았는데 종이책은 꽤 비쌌고(15,300원. 한끼 식사, 영화 한편에 비슷한 금액을 태우는 세상에 그리 비싸지 않을 수도 있는 금액인데 이상하게 책에 대한 가격 저항은 세다) 전자책 가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교보문고의 전자책 구독 서비스인 sam으로 삼체를 빌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달마다 일정 권수를 빌릴 수 있는 프리미엄, 그리고 무제한 플랜이 있었는데 무제한이 더 저렴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이러한 가격 책정에는 두 플랜으로 각각 빌릴 수 있는 도서 pool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가 있었다. 프리미엄 플랜으로는 『삼체』를 대여할 수 있었지만 무제한 플랜은 그렇지 못했다. 사실 이건 미련하게도 무제한에 혹해서 그걸 먼저 끊고는 삼체를 빌리지 못한다는 걸 확인한 다음에야 깨달았다. 월 당 두 권의 프리미엄 플랜이 월 9000원. 책을 꾸준히만 읽는다면 오프라인 도서관에서 원하는 도서를 예약해놓고 - 제때 찾아가고 - 다시 반납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저렴하다는 생각, 그리고 첫달은 1000원 행사를 하길래 다른 온라인 구독 서비스에 비해 큰 고민 없이 결제했다. 돈은 물건뿐만 아니라 시간과 체력도 살 수 있는 수단임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업데이트** 2권을 빌리려는데 계속 오류가 나길래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그새 pool에서 『삼체』가 빠졌다고 한다! 맙소사. 넌 바로 해지다. 줬다 뺏는 게 어딨어 과학기술과 상상력이라는 양 날개를 달고 창공을 향해 비상하는 작가 *작가 류츠신에 대한 혹자의 평가. 오바마는 『삼체』에 대해 "작품의 스케일이 워낙 커서 그걸 읽는 동안에는 백악관의 일상사가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 책을 읽기 전에는 그 말이 의아했다. 해봤자 책, 텍스트인데 어떻게 그 정도의 인상을 줄까. 그러나 그 말을 이해하는 데까지 몇 페이지 걸리지 않았다. 왕먀오가 "삼체" 게임을 시작한 직후 난세기에서 사람들이 탈수해 얇은 가죽으로 변한다는 걸 읽었을때,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건 그럴 법 하면서도 한번도 본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그림이었다! 그때 나는 사람들이 보통 생각해보지 않는 특이하고 신선한 것을 상상하는, 그리고 그것이 어울리는 배경을 설정하는 작가의 능력에 반했다. 삼체 세계에서의 항성의 거동도 마찬가지다. 삼체문제의 일반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우주에는 쌍성계가 단일 항성계보다 많다는 사실 모두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별이 겨우 하나 늘어난 삼성계의 경우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복잡한 삼체 운동으로 인한 그 항성계에서의 생명의 삶은 더더욱. (실제로 관측(추정)된 최다 다중성계는 3중성도 아닌 무려 7중성계 라고 한다!) 갑자기 옛 삼성전자 로고가 다르게 보이는걸 이야기 전개의 자연스러움이나 과학적 타당성이 약간 떨어져보이는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양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미숙한 단계에 있던 비도(飛刀)가 바로 작전에 투입된 부분이나, 양성자 펼침(이 애초에 가능한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지만 가능하다고 가정했을 때 지자(智子)는 묘사된 것보다 훨씬 더 큰 파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등. 다만 이것들은 소설적 자유라고 충분히 납득할 만한 범위 안에 있긴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고편에 달린 댓글 중에는 소설의 과학적 기반이 아주 단단하지는 못한 편이라서 영상으로 옮기기에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작품 속 세상의 설정이 얼마나 견고한지는 다른 유명한 SF소설들을 더 읽어보며 비교해보아야겠다. 소설의 매체적 특성에 관한 고찰 — 영화와는 다른 책을 읽으면서 나는 소설이라는 예술의 갈래를 더 좋아하게 됐다. 소설은 이야기의 전달이 주된 목적이라는 점에서 영화와 비슷하다. 그럼에도 영화와 달리 가진 장점들에 주목했는데, 그 첫번째는 내 템포에 따른 소화가 가능하다는 것. 영화 보는 것을 즐기고 또 많이 보아왔지만 그에 비해 등장인물과 그 관계, 이야기 흐름을 영화의 첫 관람만에 완벽히 이해하는 내 자신의 능력은 떨어진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그래서 요즘은 같은 장면을 여러번 돌려볼 수 있는 노트북으로 영화를 시청하는 걸 더 선호하기도 했다(웅장한 시각·음향 효과가 주를 이루는 일부 제외). 그러나 소설은 기본적으로 내 페이스에 맞추어 읽는다. 느리게 읽어도, 다시 읽어도 좋다. 메모를 하면서 읽어도 된다. 덕분에 다 읽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릴지언정 완독하고도 뭔가 놓쳤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두번째 장점은 글이라는 매체의 유연함에 기인한 표현의 확장 가능성에 있다. 사실 이건 독자보다 작가 입장에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나 또한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여기에 주목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소설 원작의 드라마의 존재를 아는 채로 읽다보니 이 내용을 영상으로 다시 만든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를 책을 읽으며 계속 상상했다. 쉽지 않았다. 이야기의 스케일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스토리보드로 옮기고, 실제 영상으로 제작까지 해내려면 한 명은커녕 수 백 명도 부족한 일손이 들 터였다. 하지만 똑같은 이야기를 류츠신은 혼자 그려냈다. 소설에서 작가는 독자의 상상력에 기대어, 자신이 명시하지 않는 부분은 그것이 대신 채워줄 것으로 믿고 표현하고 싶은 부분에만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다. 결국 소설을 이해한다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만큼이나 거대한 독자의 상상력이 함께 작용하여 이루어내는 합작품인 것이다. 이런 특징 덕분에 소설 속 작가의 세계는 무한히 확장 가능하다. 1부 초반에 이런 구절을 읽었을 때 혼자 속으로 웃었다: "왕먀오와 스창은 물가의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적당한"이라니! 영상에서는 "적당한"이라는 어중간한 표현이 통하지 않는다. 모든 걸 구체화해야 한다. 이 장면을 영상으로 옮기려면 먼저 고즈넉한 강가와 거기서 앉을만한 바위를 찾고, 온화한 계절과 날씨에 맞추어 그 장소에 찾아가 결정적인 시간대에 미리 섭외한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해야 했을 것이다. 이 고된 과정을 글은 그냥 한 단어로 퉁칠 수 있는 것이다. 영상을 각종 장비와 계측기를 요하는 공학에 비유한다면 글은 분필과 칠판만 있으면 되는 수학과도 같다. 소설의 수준은 오롯이 상상하고 표현해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에 달렸으며, 그렇기에 쓰기는 쉽지만 동시에 좋은 소설을 쓰는 것은 어렵다. — 영화와 비슷한 한편으로는 영화와 비슷한 장점도 있다. 처음 보는 분야나 장소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는 건 내가 영화 관람을 즐기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내 원픽 감독인 데에는 그의 작품이 다루는 허구의 이야기가 몹시 그럴듯하다는 점도 있지만 그 이야기들이 진행되는 신선한 배경에도 있다. <인터스텔라>의 가르강튀아 블랙홀, <덩케르크>의 덩케르크 해안, <테넷>의 수장고와 오페라 극장, <인셉션>의 파리 도심과 설원 등등. 그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여행을 떠난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울 때 발생하는 쾌감이 『삼체』를 읽으면서도 느껴졌다. 중국 소설을 읽는 게 처음이다보니 등장하는 모든 중국 지명이 새로웠고 문화대혁명 같은 시대적 배경도 신선했다. 삼체 세계는 말할 것도 없다. '쟁(箏)' 작전이 실행될 때 그 쾌감은 최대치를 찍었는데 바로 흘수와 건현, 파나맥스(Panamax) 같은 용어들을 모두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 어렵지도 않은데 지금까지 들어본 적조차 없던 이런 개념들을 이 책이 아니라면 난 어디서 접할 수 있었을까. 주제넘는 걱정 수준이 높으면서도 내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오랜만에 읽다보니 이런 걱정도 했다: '이제 웬만한 소설은 성에도 안 차면 어떡하지?'. 그런 경험이 이전에 그림을 보면서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순전히 외부적인 요인으로, 누구를 따라가서, 혹은 싼 값에 표를 구해서 몇몇 미술 전시를 가보면서 나는 점차 내 자신이 그림 보는 것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임을 알게 됐다. 그걸 깨달은 20대 초반 이후로는 어디를 여행하든 시간이 허락하면 그곳의 미술관을 꼭 들렀다. 덕분에 그림이라는 넓은 범주 안에서 다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주제와 화풍을 식별할 수 있었고, 또 만족스러운 관람에 요구되는 그림의 수준도 높아져갔다. 그러다가 작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보러 갔다. 영국 내셔널갤러리는 그림을 볼 줄 모르던 정말 어린 시절에 가보았던게 다라 항상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인물을 담은 유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그림이라서 이 전시에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방문한 첫날에는 이미 당일 표가 다 팔려서 관람에 실패했지만 다음날 다시 방문해서 기어코 입장했다. 그러나 막상 관람을 마친 뒤 남는 건 실망감이었다. 수 십 점에 달하는 그림들, 개중에는 렘브란트처럼 유명한 작가의 그림도 있었지만 이들 모두 내 마음을 크게 움직이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전시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단지 내 기준이 높아졌을뿐. 이제는 웬만한 그림들로는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유명한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먼길을 떠나야 볼 수 있는 소수의 그림들만이 눈에 차겠구나, 하는 막연한 걱정이 실제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몹시 건방지게 들릴 것임을 안다. 그렇지만 내 느낌이 그랬다. 이런 비슷한 걱정이 『삼체』를 읽으면서도 든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니 그림보다는 상황이 훨씬 낫다. 그림은 화면을 통해서나 인쇄된 것으로는 원본의 감동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원본을 찾아가서 보아야만 한다. 그에 반해 소설은 사본이 원본과 똑같은 감동을 전달할 수 있다. 원문이 외국어로 되어있을 경우 번역이라는 새로운 장벽을 넘어야 하긴 하지만. 시라면 몰라도 소설에서의 번역 장벽은 그림에서의 복제 장벽보다는 훨씬 낮아보인다. 따라서 원본으로의 접근성 문제는 사소해지고 오히려 좋은 책을 발굴하고 꾸준히 읽고자 하는 내 의지가 병목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주제넘는 걱정보다는, 내 나태함으로 인해 뛰어난 소설들 대부분을 시작도 못한 채로 죽을 걱정을 먼저 하기로 했다. 그럼 이제 2권으로 다시 달려보자! <!-- 책, 글이 좋다. 적당히만 설정을 쓰고 나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면 되기 때문이더. Ex. 왕먀오와 스창은 물가의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Adobe PDF: 삼체에서 온거임? https://www.youtube.com/watch?v=8_RRZcqBEAc 해봤자 텍스튼데 상상력이 대단해도 얼마나 대단하다고..,. 했는데 사람을 탈수시킨다? 사람으로 컴퓨터만들기? 대단하면서도 중국스러운 상상력 유한요소법? 스펙트럼법? 베르나르 베르베르 넘어서나? 삼성! 영화를 볼 때도 내가 경험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주제, 배경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인셉션을 좋아한 이유 중 하나) 삼체를 읽으면서도 그걸 경험했다. 흘수/건현, 파나맥스. 들어볼 일이 있었겠어? 선박 관련 용어들: 흘수/건현, 파나맥스(Pa
2년 전 · #책

일본은 내게 가깝고도 먼 나라다. 북한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그래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여행지인 일본. 꽤나 많은 해외여행을 다녔음에도 그런 일본을 나는 아직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 가장 큰 이유로는 해외여행을 다닐 때 적용되는 내 특수하고 개인적인 상황이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도 단지 일본이 나랑 안 맞는다고 느꼈다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여행을 가장 큰 취미 중 하나로 삼는 나지만 일본을 찍은 사진은 내게 떠나고픈 설렘을 준 적이 거의 없다. 아,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 딱 한 군데 있는데 바로 겨울의 삿포로다. 하지만 그곳의 사람과 문화보다는 눈내린 자연 경관이 궁금했던 것이니 일본의 '문화'는 아무래도 나를 잡아끄는 요인은 아닌 듯하다. 물론 무언가를 제대로 경험해보기도 전에 그건 나와 안 맞는다고 단정짓는 건 위험한 일이다(여행지도, 진로도, 사람도). 그래서 누군가 내게 일본을 같이 여행하자는 제안을 해온다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언젠가 혼자 가볼 수도 있다. 일본만큼 가까운 나라인 중국도 여행 전보다 후에 내 인식이 훨씬 더 좋아졌던 것(사실 이건 두 번의 중국 여행 모두 각각 어떤 authority 아래서 편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지만)을 생각하면 더욱 그래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심상을 이야기할 때, 일본은 나와 잘 맞는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의 예술로 대상을 좁혔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했고 나도 이를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나에게 예술적인 울림을 준 작품은 『센과 치히로』를 제외하면 없다. 일본의 문학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더 심각해져서 내가 끝까지 완독한 일본 문학이 거의 없을 정도다. 적어도 내 기억엔 없다. 그래서 며칠 전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완독이 쉽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었다. 사실 집에 오래 전부터 있었어서 몇 년 전에 한 열 쪽 스무 쪽 읽다 내팽개친 이력도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한번은, 적어도 한번은 일본 문학도 제대로 경험해보아야 한다고, 그리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자세를 고쳐앉고 독서에 임했다. 이 정도 길이도 다 못 읽으면 넌 빠가사리다, 라고 결의를 다지며(오 이럴 땐 일본어가 찰지군). 그 과정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160쪽 남짓을 읽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거야'라고 생각하길 수십 번. 일본과의 케미가 나랑 비슷한 정도인 것 같은 어머니께서 옆에서 보시면서 그건 끝까지 읽어도 모를 거라고 알려주셨지만 나는 애써 부정하며 결국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결론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불륜이 공공연히 자행되는 것, 그럴 수 있다. 작품 속 시대와 문화가 내가 사는 세계와 다르고, 보편적으로 부도덕한 일도 그것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작품 속에서야 뭐 문제 없다. 하지만 이야기에서는 그 어떤 메시지도 읽어내지 못했다. 그럼 문체에 집중해야 하나? 비평들을 보면 이 책이 문체로 유명해진 건 맞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작가가 독특한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그 독특함이 내게 불러일으키는 건 감동보다는 마치 최준의 B대면데이트를 보고 있으면 드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과 거부감에 가까웠다. 이유가 뭘까? 일본의 문화를 내가 알고 있지 못해서일까? 언어를 옮기면서 운율과 같은 의미 외 요소가 소실된 탓일까? 아니면 정말 그냥 나랑 안 맞는 것뿐일까? 마지막 경우라면 이건 참 흥미로운 사례다. 사실 난 상당히 재미없는 부류의 사람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즐기지만 나는 향유하지 못하는 것들이 꽤 있다. 이를테면 커피 마시기, 음주, 스포츠 팀 응원 등등. 이것들을 나는 좋아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이해는 한다. 이들과 다르게 『설국』이 흥미로워지는 것은 그것을 좋아할 이유조차 모르겠다는 데에 있다. 『설국』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화이글스 팬이나 소주 애주가보다 발견하기 힘들지만 『설국』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분명 그러한 사람이 많다는 걸 의미할텐데. 일본 문화권 밖에,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설국』을 제대로 즐겼던 사람이 있다면, 내게 한번 대화를 걸어 나를 일깨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세계인지 나를 납득시켜줘. 기껏 오랜만에 길게 써내려간 독후감 요지가 '이건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라니 나로서도 좀 아쉽지만, 솔직한 감상이 그랬다. *** 아래는 『설국』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가 일본어를 할 줄 몰라서, 운율을 읽지 못해서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떠올랐던, 예전에 지나쳤던 유튜브 영상. The bigger the circle of the known, the greater the contact with the unknown. 언어를 배우면 배울수록 내가 평생 배우지 못할 언어로 된 수작들은 얼마나 많겠냐는 생각에 슬퍼진다는, 자랑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감되는 내용이다.
2년 전 · #책

회사 대표님께서 라운지에 남아돈다고 그냥 주신 책. 나도 모르는 새에 가장 많이 방문하는 소매점이 된 다이소. 그들에 대한, 항상 궁금하긴 했지만 따로 찾아볼 정도는 아니었던 질문들에 답이 되는 이야기라 정말 즐겁게, 금세 읽었다. 다음에 다이소에 방문하면 매장에 대한 박정부 회장의 진술이 사실인지 따져보는, 또 제품에 들어간 수많은 고민들을 상상해보는 재미있는 일들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2년 전 · #책

읽는 중
2년 전 · #책

제목이 좀 무시무시하게 생겼는데,,, 원본 영문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어제, 어느새 GitHub repo가 서른 개가 넘어가길래 필요없는 것들은 정리하던 와중에 한 repo가 눈에 띄었다. git 사용이 익숙해진 학부 고학년부터는 코드 작성이 필요한 전산과 과제들은 원본 코드를 GitHub에 백업했는데 그렇게 올라간 과제 중 하나였다. 21년 가을에 수강한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공학] 과목의 두 번째 과제로, metaheuristic search를 적용할만한 real-world problem을 찾고 이를 해결하는 solver를 구현해야 했다. 겨우 2년이 지났지만 내용은 다 까먹고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것마냥 흥미롭게 보고서를 읽어내려갔는데 웬걸, 좀 재밌다. 서울 집과 대전행 버스를 타는 고속버스터미널 사이에서 주구장창 탔던 9호선 급행에 착안해 주제를 잡았는데 그 과정이 꽤나 신선했다. 내 작업에 이런 말 하기 낯부끄럽기도 한데 어쨌거나 오랜만에 읽어본 감상은 그랬다. 그래서 자기만족성으로 블로그에도 올리기로 했다.ㅎ 주제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과제는 학생의 성장에 있어 양날의 검과 같다. 교수도 예상하지 못한 창의적인 주제 선정으로 크게 역량을 키울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개떡같이 해놓아도 큰일이 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 그러한 과제들은 다행스럽게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 이건 그 중에서 평이한 편이고, 더 이상한 주제를 잡아놓고 그런 과거의 나를 원망하며 어거지로 해낸 과제들이 돌이켜보면 나를 한층 성장하게 만들어준 경우가 여럿 있었다. 양방향 통신위성 제작, 2차원 재사용 로켓 착륙 시스템 개발 등…ㅋㅋㅋ 이들에 관해서도 나중에 여기에 썰을 풀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 아래 GitHub repo에 포함된 solver와 보고서로 이루어진 본 과제 제출물은, real-world problem으로 여러 단계의 급행이 있는 지하철 노선에서의 최단시간 경로를 찾는 문제를 선택하고 이를 유전알고리즘을 사용한 metaheuristic search로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 GunheeYi/cs454-ass2 — Github Repository 보고서 (제출 버전에서 약간 수정됨) 2021 Fall CS454 at KAIST Assignment 2: Solving Minimum-Time Path Problem in a Metro System Involving Multiple Levels of Express Lines, Using Genetic Algorithms Gunhee Yi (20180431) In almost every weekend I take the line 9 of Seoul Metro. It conveniently connects the Express Bus Terminal and my town, and the 18 minutes that I spend there becomes the last step of the long journey from KAIST in Daejeon to my home in Seoul. 18 minutes, that is the time when I take the express train. There are both express and local trains in line 9. It takes 30 minutes if I take the local train, so it is better to take the next express rather than the local one even if I just missed the express. Though knowing that already, I still check the metro app often to see the arrival time of the next train. Then one day, as I was staring blankly through the screen, I started wondering about the cases where the departing or arriving stations were not express stations. In these cases, going forward some local stations before/after getting in/out of an express train was a common doing. But what if going BACK a little actually earned you some time? It turns out that it is not the case in line 9. Refer to the following deduction: Settings: $s_1$ is a local station right after the express station $s_0$. There are $n$ local stations between $s_0$ and another express station $s_{n+1}$. You are now at $s_1$ and desires to reach $s_{n+1}$. It takes constant $l$ minutes for a local train to move 1 station. It takes $e$ minutes for an express train to move from $s_0$ to $s_{n+1}$. Going forward for $n$ local stations takes $ln$ minutes, whereas going back a station and taking the express takes $(l+e)$ minutes. If the backward route is to be better, it should be $l+e There are not any adjacent pairs of express stations in line 9 that has more than two local stations in-between, so going back should never be an option for the passengers. But further search revealed that there was another line that had expresses. It was line 1, and its expresses passed through well over 10 stations during their operation. Now that we have found a real-world example that going back would actually benefit us, many path-finding algorithms may fail or struggle to utilize the fact. Take a greedy algorithm for example, which picks a path that is now possible and most decreases the distance to destination at a constant time. It will never try going back because it increases both the distance and time taken, in short sight. An algorithm that looks through every possible routes, will succeed on finding the optimal path but will still struggle, for two reasons. First, the capability of going back practically doubles the number of edges. Most of the path finding algorithms has a time complexity proportional to this number, so the solving time will double as well. Second, loop is newly introduced. A loop may cause the path finder to iterate in it indefinitely and fail eventually, so we should modify the algorithm to detect and exclude loops from its routes. This is where I thought the genetic algorithm could come to place. In a problem like this, we expect that suboptimal solutions will be a lot alike with the actual optimal solution. And in alike I mean that their paths are likely to be the same part by part. This is what the genetic algorithm directly looks for. By some predefined methods, my genetic algorithm will try to preserve the optimal part of genes (that is, sub-paths in this case) and try new types in other parts. By doing this, the genetic algorithm exceeds other algorithms in that it retains some memories and only tries solutions that are likely to be good, using prior memories. There is also some factor of "exploration" such that the solver lies not only in local optimums. One may argue that even though the amount of calculation increases due to the addition of reverse ways, it is still in a manageable range for the traditional algorithms and a modern computer to handle if the number of stations is limited to about the magnitude of a single metro line. I was also convinced by this self-argument, so I decided to complicate the problem in a useful way: adding multiple levels of expresses. There won't be many metro systems that has multiple levels of expresses in a single line, but we can think of it as an analogy of the whole transportation system that involves not only metros but also buses, trains and even airliners. Level 0 should be the slowest means such as town buses, and the highest level should be the airliner. This kind of expansion will allow the problem to be applied to a system not only with higher levels, but also with bigger number of "stations" (Think about the number of stations that you would have to pass if you were to travel from Seoul to Busan only on town bus!), where traditional algorithms will begin to fall. Now that I have pictured the problem, I formulated into a real set of stations and local/express lines. Refer to the following: Level 0 (2min):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 Level 1 (5min): 1---------6----------11-------------16 Level 2 (8min): 0-------------------10----------------------------20 * Mr. Yi is now at station 2, and wants to reach station 19. In this setting, there are 21 stations and three level of lines in total. Level 0 line is the local line, where every adjacent stations are connected and takes a 2 minute ride between. There is level 1 line as well, and this connects every $(5n+1)$th stations with a 5 minute ride. Lastly we have the level 2 line, where every $(10n)$th stations are connected. It is the sparsest but is the fastest at the same time (10 stations in 8 minutes). Using this metro system, Mr. Yi wants to travel from station 2 to station 19. Now let's see through some example solutions: Sol1. 2-19, 34 minutes (using only level 0) Sol2. 2- 6-16 -19, 24 minutes (using level 0 and 1, no reverse direction) Sol3. 2-<span class="l
2년 전 · #CS
●○ 심란해서 좋았던 소설은 처음이라고 하겠다. 담 (◯) 할아버지 이모 구 (●) 부모님 노마 더지 진주 몸은 고되고 앞날은 곤죽 같아도, 마음 한구석에 영영 변질되지 않을 따뜻한 밥 한 덩이를 품은 느낌이었다. (73) 우리는 사귄다는 단어를 채우고도 그 단어가 보이지 않을 만큼 넘쳐흐르는 관계였다. (76) 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 (151)
2년 전 · #책

읽는 중
2년 전 · #책

[Runner's High] 러너스하이는 달리기 애호가들이 느낄 수 있는 도취감을 말합니다. 러너스하이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A.J.맨델이 1979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입니다. 주변의 환경자극이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행복감을 말합니다. —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자료실 얼마 전부터, 한 1-2주 전부터 꾸준히 야외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있다. 러닝을 꾸준히 해보려는 본인의 시도는 여러번 있었는데 매번 날씨나 다른 운동 스케줄을 핑계로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최근 달리기에서 발견하고 있고, 그래서 헬스처럼 달리기가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페이스를 늦추고 거리를 늘렸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달리기 하러 나가면 보통 2km를 잡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페이스로 뛰었다. 그래봤자 km당 4분 40초대(이하 페이스는 모두 per km 기준) 언저리였지만 정말 죽을 듯이 힘들었고 컨디션이 나쁘거나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날은 2km도 한번에 채우지 못하곤 했다. 그런데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좀 느리게 긴 거리를 달려야겠단 생각을 어느 순간 했고 그때부터 5km를 잡고 뛰었다. 처음 몇 번은 페이스 조절을 못하고 초반에 빠르게 뛰다가 3km 가서 퍼지기도 했었지만 점점 5km를 전부 뛸 수 있는 적정 페이스를 익혀갔고 그때부턴 그 페이스를 조금씩 줄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니 관련된 유튜브 영상도 자연히 보게 되고, 거기서 주법과 페이스에 대한 도움도 많이 얻고 있다. 5km로 거리를 늘리고 내가 처음 접한 문제는 정강이 통증이었다. 정식 명칭이 전경골근이라는 것 같은 이 근육이 1-2km만 지나면 뭉치면서 아파오는 것이었다. 이 근육은 발 앞쪽을 들어올려 뒷발을 끌고 올 때 땅에 끌리지 않도록 해주어서 뛸 때 특히 많이 쓰였다. 클라이밍에서의 전완근처럼 그 운동에 특화된 근육을 내가 아직 단련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고, 자주 뛰거나 고무 밴드로 정적인 훈련을 해주면서 근육이 길러지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강이뼈와 뒷쪽 근육 사이에 숨은 탓에 마사지로 깊은 자극을 주기도 어려워서 단기간에 통증을 무마하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이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었는데 그건 바로 주법의 변화를 통해서였다. 이전까지 나는 뒤꿈치 쪽으로 착지를 했었는데, 유튜브에 누군가가 미들풋 주법이라고 불리는, 발 가운데로 착지하는 방법을 추천하길래 한번 따라해봤다. 말이 미들풋이지 발은 오목하기 때문에 발 전체가 한번에 닿도록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인 것 같고, 그렇게 하려면 자연스레 상체도 앞쪽으로 좀 더 숙이게 된다. 이 새로운 착지법을 도입하고 나서 정말 정강이 통증이 눈에 뛰게 줄었다! 이전에는 숨이 차기도 전에 정강이가 너무 뭉쳐서 못 뛰겠는 정도였는데 착지법 전환 이후 그런 주객전도는 없어졌고, 오늘의 달리기에서는 덜 아픈 정도를 넘어 아예 아프지 않은 단계에 가까워진 것 같았다. 요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또 하나는 목의 각도이다. 러닝 영상을 보다 보니 급기야는 이봉주 선수의 훈련을 담은 다큐멘터리까지 보게 됐는데ㅋㅋㅋ 앞에서 선수는 뛰고 있고 뒤에서 코치가 차로 슬슬 따라가며 확성기로 외쳤던 조언이 턱을 너무 들지 말라는 거였다. 나도 뛸 때 보니 턱을 꽤 들고 있었고 턱을 당겨주니 숨 쉬기가 훨씬 편해졌다. 뛰다가 힘들면 습관적으로 턱을 들게 되는데 그래서 뛰는 내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의식적으로 턱을 내려야 한다. 이렇듯 간단하게는 흡흡후후 하는 호흡법부터 시작해서 착지, 상체의 각도, 목의 각도까지 신경쓰다 보니 달리기를 하는 것도 대단한 집중이 필요한 일이라고 요즘 느낀다. 딴 생각을 하다 보면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페이스를 잃는다. 그래서 음악도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만 틀어두고 온 정신을 달리기에만 집중한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모든 분야가 그렇듯 기록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5분 40초 중반대였는데 며칠 전에 30초대로 내려왔다. 페이스 전략을 바꾼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원래는 초반에 5분 30초 페이스로 뛰다가 후반으로 갈 수록 허억허억하면서 뒤쳐지곤 했다. 그리고 점점 늘어지는 페이스에 속으로 슬퍼했지. 그러다가 3일 전인가부터는 초반에 목표 페이스보다 약간 느리게 뛰다가 후반에 점점 끌어올리는 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렇게 하니 비슷한 시간임에도 덜 힘들었고 결국 기록 단축까지 이어졌다. 그끄저께가 28분 17초(5'38" 페이스), (그저께는 축구,) 어제는 28분 09초(5'37" 페이스)를 기록했다. 그래서 오늘은 27분대만 나와도 대성공이다 하고 나갔는데 웬걸, 31초나 줄은 27분 38초를 기록했다! 원래처럼 5분 40초 페이스로 뛰다가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끌어올려서 5분 32-33초가 찍히기 시작했는데 뭔가 오늘은 그 페이스로 퍼지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들었고 그대로 해냈다. 러너스하이가 온 것도 큰 요인이었다. 저번에 250m 남겨두고부터 스퍼트를 시작했더니 힘이 좀 남아서 이번에는 4,500m 지점부터 페이스를 더 올렸는데, 4,600~4,700m 사이 그 어딘가에서 러너스하이를 경험했다. 첫경험이었다. 러너스하이라는 용어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예전에 달리다가 정신이 멍해져서 힘든지도 모르게 되는 이 시점을 러너스하이라고 부르는 건가, 긴가민가해 하곤 했었다. 그런데 진짜 러너스하이를 경험해보니 이건 긴가민가해 할만한 경험이 아니었다. 영화 명장면을 볼 때 돋는, 그런데 그것보다 좀 더 강렬한 소름이 등골을 타고 쫙 내려왔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남은 거리를 아주 빠른 페이스로도 비교적 쉽게 주파할 수 있었다. 찾아보니 보통 분당 심박수 120회 이상으로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경험하게 되는 것이 러너스하이라고 한다. 이 설명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한번 러너스하이를 경험한 사람은 여기에 마약과 같이 중독될 위험이 있다는데,, 난 아니겠지? 근데 당장 내일도 뛰러 갈거임.ㅋㅋㅋㅋ 아직은 몸에 이상이 없으니 다행인데, 만약 내가 부상을 입고도 뛰려 한다면 그때는 옆에서 좀 말려줘. 아 그리고 한강에서 같이 달릴 분 있으면 연락주세요. 한계 극복이 달리기의 주 목적인 사람으로서 본 페이스로 뛰기 어려운 단체 러닝을 매일같이 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가끔 만나서 같이 뛰고 땀흘리는 건 좋잖아요? ︙ 내 장비도 여기서 한번 소개해볼까. 사실 장비랄 게 없다. 나는 스마트워치도 없고 그냥 핸드폰을 손으로 쥐고 뛴다. 기록은 Nike Run Club으로 한다. 인터넷에서는 기록 내보내기의 편의를 들어 Strava를 추천하던데 나는 페이스 읽어주기가 필요해서 Nike를 쓴다(찾아보니까 Strava도 읽어주기 있네? 근데 옵션이 부족해서 계속 Nike 쓸 듯). 250m마다 총 시간을 제외한 거리, 페이스를 읽어주도록 설정해놓았다. 복장은 반팔-반바지 위에 집업, 오늘 처음으로 장갑을 챙겼는데 안 썼다. 그렇지만 금방 또 미친듯이 추워지겠지… 소지품은 핸드폰이랑 귀가를 위한 교통-체크카드 한 장. 사실 2.5km 뛰고 돌아가면 먼길 걷거나 대중교통 탈 필요 없는데 사람 심리란 게 꼭 왔던 길 돌아가기가 싫다? 그래서 항상 5km를 쭉 달려버리곤 한다. ︙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건 내 친구가 추천해줬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인데 미루다가 이제 마침 때가 온 것 같아서 읽어보려고 한다. 마침 오늘 뛰러 나가는 길에 예약 도서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대문호가 달릴 때 하는 생각은 과연 나의 그것과 닮아있을 것인가?
2년 전 · #수필 #운동

© 2026 이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