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목차 학식 외식 인스턴트·포장 및 직접 조리 귀국 후 격리 기간 집밥 학식 우리 학교 학식이 이랬으면 4점대 찍었지 외식 인스턴트·포장 및 직접 조리 귀국 후 격리 기간 집밥 <img src="https://files.gunh.ee/p/37/격리/202003
4년 전 · #프랑스 #교환학생

저번 가을에 교환학생 파견이 확정되고 친구들과 생활 계획을 세우면서, 매 주말은 꼭 근교 도시들로 여행을 가보자고 했었다. 하지만 어떤 주는 비가 내려서, 어떤 주는 귀찮아서 점점 미루다 보니 두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녀온 곳은 툴루즈에서 70km 정도 떨어진 알비Albi 하나뿐이었다. 알비는 방문하는 사람에 따라 여행에 적합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볼거리라 하면 오래된 다리를 낀 강가의 풍경과 거대한 성당, 정육면체 모양으로 괴상하게 가지를 친 나무 정도인데, 나는 종교를 믿지 않아서 성당도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의외의 곳에서 알비의 가치를 찾았다. 여느 도시가 그렇듯 알비에는 강이 흐르고 그 강은 한 호수 주위로 가장 심하게 휘는데, 그 호수 주변으로 있는 공원이 바로 그곳이었다. 사실 공원이라고 하기도 뭐한 게 호수 주변으로 사람들이 다니다 다져진 길과 몇몇 피크닉 테이블이 사람의 흔적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이 포인트다. 이것이 공원이라고 만든 곳인지 아니면 자연 그대로인지가 헷갈릴 정도의 환경. 내가 간간이 올리는 스토리를 보아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혼자 쏘다니는 걸 상당히 좋아한다. 빌딩숲, 시장, 강가 등 도시에 가볼만한 곳은 많지만 공원은 그중에서도 단연 나의 베스트픽이라서, 새로운 지역에 머물게 되면 한 공원에서 다음 공원으로 도장깨기 하듯이 다니곤 한다. 이러다 보니 난 공원에 대한 나만의 독특한 지론을 갖게 됐다. 한국에 있는 공원들을 보면, 도시를 계획하는 높으신 분들은 풀과 나무를 갈아엎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느낌이 든다. 평지는 전부 보도블럭 아니면 우레탄으로 덮고 거꾸리 같은 생활체육 기구 몇 개를 올려놓으면 그게 공원이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께는 이런 시설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녹음이 우거진 공원도 우리에게는 꼭 필요하다. 집이나 학교에 있다가 가끔씩 좀 멀리 떠나서 숲에서 각종 식물과 곤충을 만나게 되면 무척이나 반갑다. '세상에는 이런 것도 있는데 내가 그걸 까마득하게 잊고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린 시절 화단이 딸린 집과 넓은 호수공원 덕에 자연을 배울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공원이라곤 우레탄 바닥밖에 없는 도심에서 그것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느낌이 더욱 아득하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알비의 공원은 내게 마치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알비에 같이 간 친구들은 고맙게도 나와 성향이 비슷해서 우리는 호숫가에 돗자리를 깔고 한 시간 정도를 그곳에 있었다. 물에 반쯤 잠긴 통나무, 우거진 수풀과 그 사이를 유유히 떠가는 오리, 물에 들어갈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 결국은 첨벙하고 빠져버리고 마는 강아지와 그걸 지켜보는 주인까지 가만히 앉아 그곳에서 조용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있는 건 분주하게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 못지않게 재미있었다. 그때는 아직 날씨가 쌀쌀해서, 여름이 가까워지고 초록이 더욱 짙을 학기 말쯤 이곳에 다시 와보자고 얘기했었는데 그러지 못해 조금은 아쉽다. 프랑스 교환학생기 Ep4 원본: 2020년 6월 3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6년 전 · #인스타그램 #프랑스 #교환학생 #여행

그간 내가 올렸던 것 중 가장 변태스러운 글이 될 것 같다. 내가 내 버킷리스트에 오랫동안 담아두고 있었던 것 중에 '완전한 어둠 속에 있어보는 것'이 있었다. KAIST 기숙사 방에서든 내 집 내 방에서든,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노라면 항상 어딘가에서 오는 빛이 있었다. 불을 끈 직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도, 방문 틈새로, 암막커튼 사이로 혹은 노트북 충전기 LED에서든 어디서든 오는 그 소량의 빛 때문에 눈이 암순응을 하고 결국에는 방에 물건들이 보였다. 물론 그런다고 잠을 못 잘만큼 예민하진 않지만 이럴 때마다 암순응을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있는 느낌은 무엇일까하고 궁금해지곤 했다. 창문 없는 화장실에서 문을 닫고 있어보면 해결되는 일이긴 한데, 화장실에 혼자 앉아서 주변 물건이 보이는지 한참 기다리는 건 별로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쓰면 쓸수록 더 변태같네. 어쨌거나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SUPAERO 기숙사 방에 블라인드를 내리면 빛을 완벽히 차단한다는 걸 발견했다. 손잡이를 돌리면 셔터처럼 내려오는 식이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위도가 한국보다 높은 지역이라 여름이 되면 낮이 너무 길어서 이런게 필요했던게 아닐까 싶다(근거 없음). 복도 불빛도 꺼진 밤에 블라인드를 내리고 멀티탭과 전자레인지 코드까지 뽑아버리면, 각종 LED는 물론 가로등 불빛도 들어오지 못해서 정말 말 그대로 칠흑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책상과 매트리스를 더듬거리며 어떻게든 침대에 누우면 몇 분이 지나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눈을 멍하니 뜨고 있으면 마치 내 시야가 텅 빈 공간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청각과 촉각은 잃어버린 시각을 어떻게든 메꾸려고 훨씬 예민해지는데, 밤에는 이렇다 할 소리를 낼 사람도 없으니 느껴지는 건 오직 촉각밖에 없다. 시야와 함께 지능도 빨려들어가는 듯해서 온갖 잡념이나 시간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는다. 자주 이러고 있으면 딱 미치기 좋을 것 같은데, 가끔씩 해보기에는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프랑스 교환학생기 Ep3 원본: 2020년 5월 18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6년 전 · #인스타그램 #프랑스 #교환학생

ISAE-SUPAERO의 기숙사는 KAIST보다 4배가량 비쌌다. 상대적으로 높은 프랑스의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결코 낮지 않은 가격이었다. 1인실에 화장실까지 딸려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었지만, 변변치 못한 난방과(가서 한 2주는 후드집업에 경량패딩까지 껴입고 잤다) 다른 동에까지 가야 있는 세탁실을 생각하면 좋은 점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기숙사에 큰 불만을 품지 않았던 건 바로 공용주방의 존재 때문이었다. 국적이나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호실 배정 시스템 덕분에 식사 시간 즈음에 주방에 가면 언제나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하는 요리와 말을 보고 들으며 이 사람은 어디에서 왔을까, 주식은 이렇구나 하고 생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끔은 그들과 대화도 트면서 캠퍼스에서 마주치면 인사하는 사이가 되기도 했다. 요리하는 것 자체는 더 즐거웠다. 처음에는 레시피를 보고 장을 봐도 꼭 한두 개씩 빠뜨려서 요리할 때 곤란해지기 일쑤였는데, 시간이 지나니 알리오올리오나 김치볶음밥 같이 두어 번 해본 메뉴는 어떤 코너에서 장을 볼지, 동시에 뭘 조리해야 할지 착착 떠올라 일사천리로 만들 수 있었다. 익숙해지는 메뉴들이 하나씩 느는 것이 마치 RPG 캐릭터 레벨을 올리는 것 같이 뿌듯했다. 이러다 보니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에는 어떤 요리를 하면 남은 식재료를 남김없이 먹을 수 있을지 전략을 세울 정도가 되었다. 어느새 6년 차가 된 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걸 직접 해먹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잊고 있었다. 프랑스에서의 생활이 그걸 깨닫게 한 탓에 난 앞으로 요리를 하지 않고는 살기 힘들 것 같다. KAIST에서도 다음 학기부터는 여건이 된다면 자취를 할 듯하다. 프랑스 교환학생기 Ep2 원본: 2020년 5월 18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6년 전 · #인스타그램 #프랑스 #교환학생

툴루즈에는 비행기가 많았다. 해가 떠있을 때 언제든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에 비행운이 두세 줄 정도는 그어져 있었다. 파리와 마드리드의 중간 정도 되는 지리적 위치와 항공 산업의 요지라는 지역적 특성의 콜라보라고 생각되는데, 후자는 내가 이곳으로 파견되기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떠다니는 많고 많은 비행기 중 단연 나의 눈길을 끈 것이 있었으니, 바로 벨루가(Airbus Beluga XL)였다. 이름을 따온 고래의 형상에서 알 수 있듯 머리가 비대한 이 비행기는 다른 항공기의 동체나 날개 등을 운송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었다. 툴루즈에서는 날아다니는 벨루가를 보는 일이 흔하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한 마리의 고래가 바다를 헤엄치는 듯한 기이한 광경과 이곳이 아니면 볼 일이 없겠다는 아쉬움에 나는 벨루가가 나타날 때마다 자리에 멈춰 서서 그것이 시야에서 없어질 때까지 지켜보곤 했다. 프랑스 교환학생기 Ep1 원본: 2020년 4월 21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6년 전 · #인스타그램 #프랑스 #교환학생

원본: 2020년 1월 27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6년 전 · #인스타그램 #프랑스 #교환학생

원본: 2020년 1월 23일 인스타그램 업로드
6년 전 · #인스타그램 #프랑스 #교환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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