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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카월드 코믹스
입력 2024.05.04. 12:38 · 수정 2024.05.07. 08:54 · 라이선스
라이선스


'재화'에 대해 요즘 내가 가진 생각들을 앞으로 몇 개의 글로써 풀어보고자 한다. 이건 그 시리즈의 첫 글이다.

***

지난 1월부터 회사에 다니고 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회사다. 지난해 말 창업 아이템의 투자 유치 목적으로 처음 접촉했다가 인연이 이어져 입사까지 하게 됐다. 사내에서 나는 회사의 주 업무, 그러니까 투자 심사와 사후 관리 등을 직접 수행하기보다는 그런 업무를 일부 자동화하고 보조함으로써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도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을 한다. 내 지난 경험들과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한편으로는 전혀 몰랐던 투자 프로세스를 새로이 알아가자는 것이 입사 당시의 내 의도였고 그게 꽤나 맞아떨어진 덕에 일은 재미있다. 하지만 동시에 단점도 분명 존재하는데, 사내에서는 연구개발 인력이 나뿐이다보니 기술적인 의견을 교환할 사람이 없어 외롭고, 또 그런 의견교환을 통해 더 빠른 성장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다.

풀타임으로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지난 인생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씀씀이도 덩달아 커졌는데 절대적으로 대단한 수치를 찍은 건 아니고 작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사실 작년에 창업을 시도한답시고 변변한 벌이 없이 한 해를 통으로 보내면서 내 소비 심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위축되어있었다. 소비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절대적인 은행 잔고보다는 지금 들어오고 나가는 순수입/지출이더라.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버는 건 없이 쓰는 족족 마이너스니 정말 지난해말에는 나가서 밥 한끼 사먹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 심리는 금세 회복됐다. 더불어 최근에는 더 다양한 소비재에 관심이 생겨(이건 재화 시리즈의 이어지는 글에서 상술할 것이다) 돈이 나갈 구멍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에 묶여있는 시간 동안은 소비가 제한되고 또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종류의 사람도 아니다 보니 지출은 아직 적당한 범위에 머물러있다고 (스스로는)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 ext{태어난 이래 최대 수입}) - ( ext{그만큼 늘어나지는 않은 지출})$$ $$ = ( ext{태어난 이래 최대 저축})$$

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그러다보니 자산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성인이 되어 자산을 자주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이래로 항상 내 포트폴리오에서는 예금·적금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해왔다. 이외에는 주식과 펀드를 각각 몇 달 정도씩 시도해봤던 게 다이니 예·적금이 거의 전부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주식을 하던 중에는 거기에 자산의 절반 가까이가 들어가있던 때도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 회복장에서 평가금을 조금 불리며 내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있다가 하락장에서 두드려맞고 약간의 합산 순손해를 보며 전량을 매도하고 끝냈었다. 멋모르고 들어갈 판이 아니라는 걸 적당한 교육비를 내고 배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후에는 모든 예수금을 다시 돌려서 예금으로 예치하고 있다. 그리고 수입이 들어오면 단지 그중 최대한 많이, 최대한 빨리 최대한 금리가 높은 예금에 넣는 것만을 행동강령으로 삼았다. 다음 수입은 언제이며 그때까지 나는 얼마를 쓸까, 그럼 지금 얼마까지 넣을 수 있을까를 추산해보면서. 많은 예금에 긴급출금 기능이 생기고 최근에는 개인 신용카드도 발급받으면서 그 고민은 많이 줄기는 했는데.

이번에 K패스 되는 걸로 현대카드를 재발급받았는데… 너무… 못생겼어…
애플페이 아니었으면 탈주했다
+고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세상에 저축을 하는 방법이 예금에 예치하는 것밖에 없다면 이보다 좋은 방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금리 상승은 멈췄으며, 자산이 늘어남은 서로 다른 수익률로 인한 수익 차이 또한 커짐을 의미하므로 예금이 아닌 더 고수익률의 무언가도 함께 들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또 무턱대고 주식을 시작할 수는 없고, 따로 공부를 한다 해도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태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유튜브에서 눈길을 잡아끄는 썸네일을 보게 되었으니…

이하 모든 썸네일 클릭하면 영상으로 이어집니다.

'어? x될순 없지.'라는 생각과 함께 홀린 듯이 들어가 영상을 시청했다. 상당히 긴 길이임에도 한번에 다 보았고, (다분히 의도되었겠지만) 훨씬 위안이 되는 제목의 다음 화, 그리고 훨씬 이전에 업로드되었던 관련 영상까지도 열심히 시청했다:

도합 한 시간이 넘는 영상들을 모두 보고 내가 얻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투자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와 실행의 필요성에 대한 환기. 스포 아닌 스포를 하자면, 영상에서 자산을 100%의 확률로 압도적으로 불릴 수 있는 마법은 소개되지 않는다. 단지 가장 많은 돈을 가장 빠르게 넣어 복리의 효과를 최대한 누리고, 분산투자를 통해 원금 손실의 위험을 줄이라는 조언뿐. 조언이라고 하기도 뭐한게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전자는 내가 예·적금에 대해 이미 가지고 있던 행동강령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성인쯤 된 사람에게 대부분의 문제의 해결은 인지보다는 실천의 여부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 영상은 그 실천을 이끌어낼만한 좋은 촉진제인 것이다.

둘째, 약간의 지식 습득과 앞으로의 학습 방향 설정. 과거의 나는 분산투자를 정말 유명한 격언 그대로 여러 계란 바구니, 그러니까 다수의 상품에 자산을 배분하라는 정도로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을 섞어 수익률은 비슷하게 유지하며 위험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영상을 보며 그 개념을 조금 더 구체화했으며, 이걸 포트폴리오 이론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론을 적용한 간단한 예시도 따라가보았다. 이론의 이름을 알았으니 이제 이를 더 깊게 공부하고, 더 많은 예시를 찾아볼 수도 있게 되었다. 당장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MIT OpenCourseWare의 <포트폴리오 관리> 강의가 피드에 뜬다.

너무나 유용했다. 이 시리즈에 깊은 감명을 받아 다른 강의들도 마저 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열 개 좀 안 되게 본 것 같은데 하나하나 주제 선정이 너무나 훌륭하다. 주택청약과 금리, 국민연금 개혁, 고물가의 원인이 되는 산업구조 분석 등등. 이 시대와 나이에 알아야 할 것, 주시하고 있어야할 것, 실천해야 할 것 그리고 고등학생 때 경제 수업을 들으면서 '이런 건 왜 교육과정에 없지?'했던 것 이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느낌이다.

특히 가장 최근에, 연말정산에 관한 영상이 올라왔을 때는 정말 감동받았다. 소득세 신고의 달에 맞추어 기획한 영상인 듯한데, 바로 작년 이맘때에 2년 동안 미루어두었던 소득세를 신고하며 아찔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기타소득 등 다양한 소득 종류와 각종 공제, 이 모두를 아우르는 몇 십 개에 달하는 신고서 항목들을 들여다보면서 진짜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다. 다행히 깨먹지는 않고 많은 걸 배우면서 같은 상황의 친구들을 돕기도 했었다. 나도, 친구들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이걸 설명해주는 과외 선생님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치 그 생각을 읽은 것마냥 이 영상이 올라온 것이다.

아직 본 영상을 보지는 못했다. 영상 업로드 주기가 짧아서 연말정산 이전에도 아직 볼 영상들이 산재해있다. 이렇게 유익한 콘텐츠를 공장처럼 찍어내는 슈카월드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하나의 사업체로서 수익도 잘 내고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큰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나는 슈카월드로부터 마치 성심당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슈카월드 코믹스를 보며 느낀 깊은 감동을 기록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여러분도 영상을 보게 하기 위함이다. 정말 강력 추천한다. 영상 대부분의 조회수가 100만에 근접 또는 상회하니 이미 본 이들도 꽤 많을 거라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위의 '지금 안하면 x되는 거야' 영상부터 바로 시작해보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내 미래의 배우자는 이런 자료를 보고 배우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면 좋겠다, 라고까지 생각했다. 배움의 기쁨을 공유하고, 각자가 모르던 지식이 있다면 서로 채워주며, 배운 것을 통해 미래의 가정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방안에 대해 건설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관계를 맺고 싶다. 하지만 일단 배우자는 둘째 치고 연인부터…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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