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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또 제주도
2022.02.08 - 12
입력 2022.02.13. 15:41 · 수정 2022.07.04. 13:07 · 라이선스
라이선스


다시 제주도다. 코로나 창궐 이후 지난 8월에 처음 방문하고 여섯 달 새에 총 세 번째, 혼자서는 두 번째다. 지난 자전거 일주처럼 이번에도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 바로 한라산 등반. 하지만 그 하나 때문에 제주를 왕복하기는 너무 번거로웠기에 좀더 시간을 내서 등반 앞 3일을 협재에서 보내기로 했다.

협재에서 들렀던 한림공원, 그리고 한라산은 각각 내용이 너무 많기에 별도의 글로 빼고, 이 글에서는 둘의 나머지를 다룬다.

1일차

가보자고

→ 한림

숙소 가는 길에 본 기묘한 그래피티
알고 보니 따끈따끈한 신작
숙소 뷰 최고
but 바람 미친듯이 불어...
결국 다음날부터 반강제적으로 왁스도 안 바르고 후드 레이어드로 다녔다

숙소 도착한 게 이미 4시라 첫날은 신창풍차해안만 보고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시간이 애매해 첫끼는 라면

3km 정도 걸어 도착한 신창풍차해안. 일몰이 임박해서 쫓기는 마음이 있었는데 석양이 오히려 최고의 경치를 선사해주었다.

파란 선이 보이는 대부분의 길을 내가 이미 한번쯤 지난 적이 있음을 떠올리면 감회가 새롭다
돌아오는 길에 보말칼국수

2일차

흑돼지고기국수로 아점을 먹고, 협재 해변을 좀 둘러보다가 한림공원으로 향했다. 한림공원은 별도의 게시물 참고.

한림공원 미리보기1
한림공원 미리보기2
공원에서 나와 먹은 금능샌드

숙소에서 맥북만 집어들고 바로 다시 협재행.

좀 따뜻한 곳에서 경치도 보고 사진 정리도 할겸 카페에 들렀다. 우도 땅콩 크러플을 시켜 먹었는데, 저번에 크러플을 처음 먹을 때도 느낀 거지만 정말 미친듯이 달다. 그래서 맛있다.

2일차의 마지막 끼니는 평이 아주 좋았던 곳의 연어 아보카도 덮밥. 밥을 하나 추가하니 양도 딱 맞고 연어도 싱싱해서 맛있게 먹었다. 인테리어도 아주 아늑했지만 사람이 많아서 사진은 생략. 사시미가 있는 혼술 세트도 있으니 만약 혼자 다시 협재를 오게 된다면 또 들러도 좋을 듯하다.

숙소인 게스트하우스는 남자와 여자 방을 딱 정해놓았을 줄로 알았는데, 크기가 다른 두 방을 유동적으로 바꿔가며 사용했다. 첫날에는 큰 방에서 네 명이서 자고 둘째 날 여자 손님이 여럿 들어온다길래 유일하게 연박하는 내가 방을 옮겼다. 새로운 방에서는 31살 공고 건축 선생님과 23살 대학생을 만났다. 대학생 친구는 들어갈 때부터 멘탈이 나가있더니 곧 오는 길에 렌터카 사고가 났다고 실토했다. 제주 운전이 어렵다고 누누이 들어왔는데 이렇게 바로 사고 당사자를 만날 줄이야. 다행히 도로변 조경석에 바퀴를 긁은 가벼운 사고였다고 한다. 면허 따고 첫 운전 여행이라 기대를 많이 했었나 본데 남은 여행 좌절하지 않고 재밌게 즐겼기를...

3일차

협재만큼이나 아름다웠던 금능
간장새우장 정식
7 레이어 가나슈 케이크

어제는 새로운 맛을 찾아 카페에 들렀다면, 오늘은 체크아웃 이후 갖고다닌 캐리어도 있고 해서 익숙한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달달한 케이크와 함께 하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술술 읽혔다.

이제 제주 시내로.

숙소와 협재를 오갈 때 애용한 202번 버스를 제주 시내로 가는 길에도 탔다. 지나는 정류장이 상당히 많았는데 사실 이건 전체 노선의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202번 버스는 일주서로를 따라 섬의 서반부 전체를 도는 버스로서 총 정류장 개수가 180개에 육박한다고 한다. 일주동로를 따라 도는 201번 버스와 짝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나는 길에 본 제주공항 활주로 착륙유도등

제주시외버스터미널 근처 숙소에 짐을 놓고 내일 쓸 등산 장비를 대여하러 가보자.

숙소에서 대여점까지는 1km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한천이 흘렀다. 겨울철이라 물이 다 말라서 바닥의 돌들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그 모양이 마치 "나 용암이었어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제주는 섬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강변의 가로수들도 볼거리였다. 2020년 이탈리아 여행 중에 로마에서 보았던 우산소나무와 똑같이 생겼는데, 정확한 수종을 아는 사람은 제보 바람. 로마 제국 시대 문화재들의 이미지와 맞물려서 그런지 느긋하고 풍요로우면서도 신성한 정취를 자아낸다. 그곳에서도 참 아름답다고 느꼈던 모양의 나무를 제주에서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똑같이 생겼지

빌린 스틱과 아이젠을 숙소에 떨구고 식당과 이마트를 향해 해안가 쪽으로 이동. 화산섬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3km를 걷는 내내 길이 해안가 쪽으로 꾸준히 기울어 있었다.

수제버거집 탐방은 제주에서도 계속된다

이마트는 다음날 등반에 필요한 물과 음식을 사려고 들렀는데, 에너지바 등 대부분의 살 것이 대량포장되어있는 탓에 편의점을 다시 들러야했다.

제주에서는 제주 삼다수가 싸다는 당연한 소리

돌아오는 길에는 전기버스를 탔다. 학교 OLEV처럼 정말 조용했다. 숙소에 다 와 갈 때쯤에는 승객이 나밖에 없었는데, 신호 대기 때는 너무 조용해서 혼자 앉아있는 게 어색할 정도.

꼬불꼬불

4일차

드디어 그날! 한라산을 등반한 4일차는 별도의 게시물 참고.

한라산 미리보기

5일차

하산할 때 무릎에 충격이 많이 가서 좀 걱정했었는데 다음날 보니 생각보다 아주 멀쩡했다. 몸도 말짱하겠다, 정신도 재충전됐겠다. 이제 서울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육개장 든든히 챙겨먹고 비행기 탑승.

예전에 비행기 탔을 때 발견한건데, 객석에서 창밖을 보면 바로 아래나 저 멀리 있는 지표면은 또렷한데 중간쯤이 번져보이는 현상이 있었다. 너무 먼 거리라서 눈이 초점을 못 맞추는 거라고 그때는 생각했다. 사실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것 외에는 가능한 설명이 안 떠올랐기에. 몇 번 더 타보니 더 나은 가설이 떠올랐다. 제트엔진 배기구에서 나오는 난류 때문에 빛이 불규칙하게 굴절됐다는 것. 아지랑이와 비슷한 원리다. 날개 뒷쪽에 탔을 때만 보였으니 거의 맞을 것 같다. 아지랑이와 다르게, 초점이 안 맞는다고 생각할만큼 균일한 빛번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아직 설명 불가.

착륙 직전 포착한 우리 동네. 저 빨간색 자취가 중학생 시절 내 등굣길이었다.

토요일 1시쯤 김포공항에 착륙함으로써 이번 여행은 끝이 났다. 코로나가 얼른 종식되어서 다음 여행은 해외로 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제주를 또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혼자서는 충분히 즐겼으니 다음에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올 수 있기를.


#제주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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