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끔 일어나는 특별한 경험.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사소하고 개인적이라서 어디에 물어보거나 찾아보기도 전에 까먹는 것들. 그런 것들이 몇 개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게 까먹고 지나가지만, 정말 가끔씩 잊어버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데 성공하거나 그와 비슷한 경험을 다루는 자료를 찾아냈을 때. 나아가 그들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고 그것이 학술 용어로까지 정의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나는 대단한 희열을 느낀다. 아래는 내가 그렇게 발견한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발생 빈도가 낮거나 내게 개인적인 의미가 클수록 뒤쪽에 가도록 정렬해놓았다. 이 글의 초안을 완성한 이후에도 새롭게 발견해나가는 것들을 아래 목록에 계속 추가해나갈 것이다. 지난 5월에 정리를 시작한 글감을 지금(2024년 12월 16일)에야 이 글로서 본격적으로 풀어내는 것 또한, 후술할 특정 상황을 바더-마인호프 현상이라고 부른다는 걸 방금 새롭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쓰다보니 기시감(데자뷰)과 같은 별의별 심리 현상들이 다 떠오르는데, 이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것들은 글에서 배제하겠다. ‼️ 이 글과 관련된 설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고 시간이 남으신다면 아래 링크에서 설문에 참여해주세요! 🔗 설문조사 링크 목차 크로노스타시스 안내섬광 멀티플렉스 디스플레이 붕괴 의미 포화 빛 재채기 증후군 바더-마인호프 현상 그 외 목록 크로노스타시스 Chronostasis, a.k.a. Stopped-Clock Illusion 뇌가 새로운 사건을 인식하거나 새로운 작업을 요청받을 때 그것의 첫번째 작용이 시간 상에서 늘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 어릴 때, 다른 걸 보고 있다가 갑자기 시계를 보면 초침이 잠깐 멈춘 듯 했다. 연속 초침 무브먼트 시계가 아닌 이상 초침은 물론 멈춰있다 점프하지만, 그 멈추어있는 시간이 일시적으로 길어진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다음 초들은 정상적으로 빠르게 흘러갔다. 내 시선에 놀라 시계가 잠시 얼어붙은 건 아닐까?! 하는, 당시에도 스스로 시답잖게 여겼던 상상을 함께 하곤 했다. "새로운 감각의 인식 → 시간이 지연되는 듯한 느낌"이라는 인과관계만 유지한 채 현상을 보편적인 감각에 대해 일반화한 것을 chronostasis라고 부르고, 실제로 청각이나 촉각 영역에서도 이것이 발생한다고 한다. 다만 이 현상을 대표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례가 시계 초침이었던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닌지, 위키백과에서도 chronostasis의 대표적인 예로 "멈춘 시계 착각(stopped-clock illusion)"을 들고 있다. 현상을 일으키는 기작은 좀 복잡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다. 같이 보기 Chronostasis (위키백과 문서) 안내섬광 Phosphene 망막에 빛 이외의 물리적인 부적당자극이 작용할 때 순간적으로 생기는 빛의 감각.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 어떤 점들이 흩어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점들이 무슨 색인지는 확실치 않다. 빨간색이었지만 파란색인 것 같기도 하다가 다시 초록색이다. 눈에 압력을 가할 때 점들은 많아진다. 눈이 뻐근해서 눈두덩을 누를 때라든지, 팔뚝으로 눈두덩을 압박하며 책상에 엎드려있을 때라든지. 어둠 속에서의 시선에 따라 점들은 파도처럼 밀려나는 듯하기도 하다. 어릴 때는 이 점들이 마치 우주 공간의 별들을 보는 것 같아, 일부러 눈두덩을 누르며 우주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을 즐겼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안내섬광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눈에 가해지는 압력이 시각세포에 마치 빛처럼 자극을 일으켜 무언가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아래 자료들에 잘 설명되어있다. 그러나 이중 어떤 것도 내 경험을 충분히 잘 대변하지는 못한다. 나의 경험의 핵심은 어떤 점이나 얼룩 같은 것들이 불규칙하게 분포해있다 그들의 색은 바뀌고 있거나 정확히 식별하기 어렵다 그들은 시선에 따라 느리게 밀려나고 밀려온다 는 것이다. 여유가 생기면 내가 직접 시각화 자료를 만들어보고 싶다. *주제와 다소 벗어나는 잡소리 취중 시각 시각화: USAG Stuttgart's View from Drunk Goggles (ssri+dxm audio+visual) waking up with serotonin syndrome after drinking 2 bottles of cough syrup --> 같이 보기 Phosphene (위키백과 문서) 눈 감고 눈꺼풀 누르면 보이는 섬광들은 뭘까? (유튜브 영상) Phosphenes: What You See Behind Closed Eyes (유튜브 영상) 팔에 눈박고 엎드리면 보이는 세계 (인스타그램 게시물) 멀티플렉스 디스플레이 붕괴 Multiplexed Display Break-up 7-세그먼트 디스플레이 등에 표시된 글자를 보며 무언가를 씹을 때 글자가 요동치는 현상. 이건 어디에 정식으로 정의되어있는 용어는 아니고 위키백과에서의 묘사를 내가 명칭으로써 차용한 것이다. 위의 설명 그대로, 무언가를 씹으며 전광판을 보면 글자가 춤추듯이 요동친다. 그러나 모든 화면의 글자가 그런 것은 아니고, 7-세그먼트나 그와 비슷한 종류의 전광판 위의 것만 그렇게 보인다. 7-세그먼트 디스플레이. 이런 전광판들 위의 글자는 사실은 특정 시간에 한 전구(세그먼트)만이 발광한다. 글자가 온전해보이는 것은 우리 시각의 잔상 효과 때문이다. 이렇게 작동하는 디스플레이를 multiplexed display라고 부른다. 무언가를 씹어서 우리의 시점에 순간적인 변화가 생기면, 한 글자 안에서도 세그먼트들의 정렬이 깨져 글자가 요동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위키백과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같이 보기 Multiplexed display (위키백과 문서) - "Break up" 섹션 의미 포화 Semantic Satiation 단어나 문구의 반복이 일시적으로 그것의 의미를 잃도록 하는 현상. 위키백과 문서는 청각적인 반복을 위주로 작성되어있는데, 나는 청각으로는 이를 경험한 적이 없고 오직 시각으로만 경험했다. 내가 읽거나 쓰고 있던 단어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진 것이다. 그 단어의 뜻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왜인지 모르게 낯설었다. 같은 단어가 반복되는 경우에 자주 발생했지만 꼭
2년 전 · #수필

'재화'에 대해 요즘 내가 가진 생각들을 앞으로 몇 개의 글로써 풀어보고자 한다. 이건 그 시리즈의 첫 글이다. *** 지난 1월부터 회사에 다니고 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회사다. 지난해 말 창업 아이템의 투자 유치 목적으로 처음 접촉했다가 인연이 이어져 입사까지 하게 됐다. 사내에서 나는 회사의 주 업무, 그러니까 투자 심사와 사후 관리 등을 직접 수행하기보다는 그런 업무를 일부 자동화하고 보조함으로써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도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을 한다. 내 지난 경험들과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한편으로는 전혀 몰랐던 투자 프로세스를 새로이 알아가자는 것이 입사 당시의 내 의도였고 그게 꽤나 맞아떨어진 덕에 일은 재미있다. 하지만 동시에 단점도 분명 존재하는데, 사내에서는 연구개발 인력이 나뿐이다보니 기술적인 의견을 교환할 사람이 없어 외롭고, 또 그런 의견교환을 통해 더 빠른 성장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다. 풀타임으로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지난 인생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씀씀이도 덩달아 커졌는데 절대적으로 대단한 수치를 찍은 건 아니고 작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사실 작년에 창업을 시도한답시고 변변한 벌이 없이 한 해를 통으로 보내면서 내 소비 심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위축되어있었다. 소비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절대적인 은행 잔고보다는 지금 들어오고 나가는 순수입/지출이더라.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버는 건 없이 쓰는 족족 마이너스니 정말 지난해말에는 나가서 밥 한끼 사먹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 심리는 금세 회복됐다. 더불어 최근에는 더 다양한 소비재에 관심이 생겨(이건 재화 시리즈의 이어지는 글에서 상술할 것이다) 돈이 나갈 구멍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에 묶여있는 시간 동안은 소비가 제한되고 또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종류의 사람도 아니다 보니 지출은 아직 적당한 범위에 머물러있다고 (스스로는)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 ext{태어난 이래 최대 수입}) - ( ext{그만큼 늘어나지는 않은 지출})$$ $$ = ( ext{태어난 이래 최대 저축})$$ 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그러다보니 자산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성인이 되어 자산을 자주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이래로 항상 내 포트폴리오에서는 예금·적금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해왔다. 이외에는 주식과 펀드를 각각 몇 달 정도씩 시도해봤던 게 다이니 예·적금이 거의 전부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주식을 하던 중에는 거기에 자산의 절반 가까이가 들어가있던 때도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 회복장에서 평가금을 조금 불리며 내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있다가 하락장에서 두드려맞고 약간의 합산 순손해를 보며 전량을 매도하고 끝냈었다. 멋모르고 들어갈 판이 아니라는 걸 적당한 교육비를 내고 배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후에는 모든 예수금을 다시 돌려서 예금으로 예치하고 있다. 그리고 수입이 들어오면 단지 그중 최대한 많이, 최대한 빨리 최대한 금리가 높은 예금에 넣는 것만을 행동강령으로 삼았다. 다음 수입은 언제이며 그때까지 나는 얼마를 쓸까, 그럼 지금 얼마까지 넣을 수 있을까를 추산해보면서. 많은 예금에 긴급출금 기능이 생기고 최근에는 개인 신용카드도 발급받으면서 그 고민은 많이 줄기는 했는데. 이번에 K패스 되는 걸로 현대카드를 재발급받았는데… 너무… 못생겼어… 애플페이 아니었으면 탈주했다 +고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세상에 저축을 하는 방법이 예금에 예치하는 것밖에 없다면 이보다 좋은 방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금리 상승은 멈췄으며, 자산이 늘어남은 서로 다른 수익률로 인한 수익 차이 또한 커짐을 의미하므로 예금이 아닌 더 고수익률의 무언가도 함께 들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또 무턱대고 주식을 시작할 수는 없고, 따로 공부를 한다 해도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태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유튜브에서 눈길을 잡아끄는 썸네일을 보게 되었으니… 이하 모든 썸네일 클릭하면 영상으로 이어집니다. '어? x될순 없지.'라는 생각과 함께 홀린 듯이 들어가 영상을 시청했다. 상당히 긴 길이임에도 한번에 다 보았고, (다분히 의도되었겠지만) 훨씬 위안이 되는 제목의 다음 화, 그리고 훨씬 이전에 업로드되었던 관련 영상까지도 열심히 시청했다: 도합 한 시간이 넘는 영상들을 모두 보고 내가 얻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투자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와 실행의 필요성에 대한 환기. 스포 아닌 스포를 하자면, 영상에서 자산을 100%의 확률로 압도적으로 불릴 수 있는 마법은 소개되지 않는다. 단지 가장 많은 돈을 가장 빠르게 넣어 복리의 효과를 최대한 누리고, 분산투자를 통해 원금 손실의 위험을 줄이라는 조언뿐. 조언이라고 하기도 뭐한게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전자는 내가 예·적금에 대해 이미 가지고 있던 행동강령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성인쯤 된 사람에게 대부분의 문제의 해결은 인지보다는 실천의 여부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 영상은 그 실천을 이끌어낼만한 좋은 촉진제인 것이다. 둘째, 약간의 지식 습득과 앞으로의 학습 방향 설정. 과거의 나는 분산투자를 정말 유명한 격언 그대로 여러 계란 바구니, 그러니까 다수의 상품에 자산을 배분하라는 정도로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을 섞어 수익률은 비슷하게 유지하며 위험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영상을 보며 그 개념을 조금 더 구체화했으며, 이걸 포트폴리오 이론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론을 적용한 간단한 예시도 따라가보았다. 이론의 이름을 알았으니 이제 이를 더 깊게 공부하고, 더 많은 예시를 찾아볼 수도 있게 되었다. 당장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MIT OpenCourseWare의 <포트폴리오 관리> 강의 가 피드에 뜬다. 너무나 유용했다. 이 시리즈에 깊은 감명을 받아 다른 강의들도 마저 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열 개 좀 안 되게 본 것 같은데 하나하나 주제 선정이 너무나 훌륭하다. 주택청약과 금리, 국민연금 개혁, 고물가의 원인이 되는 산업구조 분석 등등. 이 시대와 나이에 알아야 할 것, 주시하고 있어야할 것, 실천해야 할 것 그리고 고등학생 때 경제 수업을 들으면서 '이런 건 왜 교육과정에 없지?'했던 것 이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느낌이다. 특히 가장 최근에, 연말정산에 관한 영상이 올라왔을 때는 정말 감동받았다. 소득세 신고의 달에 맞추어 기획한 영상인 듯한데, 바로 작년 이맘때에 2년 동안 미루어두었던 소득세를 신고하며 아찔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기타소득 등 다양한 소득 종류와 각종 공제, 이 모두를 아우르는 몇 십 개에 달하는 신고서 항목들을 들여다보면서 진짜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다. 다행히 깨먹지는 않고 많은 걸 배우면서 같은 상황의 친구들을 돕기도 했었다. 나도, 친구들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이걸 설명해주는 과외 선생님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치 그 생각을 읽은 것마냥 이 영상이 올라온 것이다. 아직 본 영상을 보지는 못했다. 영상 업로드 주기가 짧아서 연말정산 이전에도 아직 볼 영상들이 산재해있다. 이렇게 유익한 콘텐츠를 공장처럼 찍어내는 슈카월드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하나의 사업체로서 수익도 잘 내고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큰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나는 슈카월드로부터 마치 성심당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슈카월드 코믹스를 보며 느낀 깊은 감동을 기록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여러분도 영상을 보게 하기 위함이다. 정말 강력 추천한다. 영상 대부분의 조회수가 100만에 근접 또는 상회하니 이미 본 이들도 꽤 많을 거라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위의 '지금 안하면 x되는 거야' 영상부터 바로 시작해보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내 미래의 배우자는 이런 자료를 보고 배우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면 좋겠다, 라고까지 생각했다. 배움의 기쁨을 공유하고, 각자가 모르던 지식이 있다면 서로 채워주며, 배운 것을 통해 미래의 가정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방안에 대해 건설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관계를 맺고 싶다. 하지만 일단 배우자는 둘째 치고 연인부터…
2년 전 · #수필

얼마 전에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다 나왔는지, 부모님께 흥미로운 사실을 들었다: 전남도청이 과거 광주에 소재했다는 것. 과거에 그랬다는 사실의 단순 전달이었는지 아니면 지금도 그런지에 대한 의문 제기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건 내겐 의외였다. 내가 태어난 때부터 항상 광주는 광역시로서 전라남도와 같은 광역자치단체 레벨에 있었고, 과거를 따지기에도 전라남/북도청은 전라도의 이름이 유래한 전주나 나주에 있는 편이 더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듣고보니 광주는 근대에 전주나 나주를 능가하는 체급에 있었으므로 혼자 광역시로 승격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승격 직전까지는 광주에 전남도청이 속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부모님의 말씀대로 전남도청의 과거 소재지는 광주였고, 지금은 무안에 위치한다. 비슷한 양상이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알아보니 인천광역시와 울산광역시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개 광역시 모두가 한때 자신이 지리적으로 속한 도의 도청 소재지였고, 해당 도청들은 시의 승격 이후 각각 관내의 다른 도시로 이전됐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나는 이것이 마치 경기도청이 한때 서울시내에 있었다는 말처럼 들려 느낌이 이상했고, 이런 나를 보고 부모님께서는 세대차이를 느낀다고 하셨다.ㅋㅋ 부모님이 나와 이야기하듯 내가 미래 세대와 이야기한다면 거리감을 느낄 요인이 될만한 행정구역 수정이 요새도 일어나고 있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에도 변화들이 있었는데 그중 내가 살던 지역에 적용된 건 고양시 일산구의 일산동구+일산서구로의 분구 정도. 주민등록초본을 떼니 거기 기입되어있더라. 그런데 이 정도로는 사소하고, 이와는 비교도 안 될 큰 변화가 눈앞에 있는데 바로 경기북도의 신설이다. 경기도를 남북으로 분도하며 남쪽은 그대로 경기도로 부르고 북도를 새로 두자는 것이다. 경기도 전체 인구, 그리고 서울이라는 메가시티로 인한 분단을 보았을 때 아주 이상한 제안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명칭이다. 경기북도, 본딧말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가칭이고 정식 명칭이 되기도 어렵다. 두 글자로 줄였을 때 경상북도와 구분할 수가 없기 때문. 그래서 새로운 이름을 위한 공모전을 열고 오늘 그 결과가 나왔는데 결과를 두고 대단한 논란이 일고 있다. 대상 수상작이 '평화누리특별자치도'인데 이걸 구글에 그대로 치기만 해도 불만이 한 바가지니 논란의 내용을 더 서술하지는 않겠다. 웹사이트나 앱의 UI가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될지라도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행정구역 이름도 너무나 익숙해서 사실 그걸 무엇으로 바꾼다고 한들 여론이 좋았을 것 같지는 않다. 다른 도들이 명명된 방식처럼 주요 도시 머리글자만 따서 지었어도 중박은 쳤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경기북도에 속할 시들 중 상위 2개 시인 고양시와 남양주시를 따면, 고남시? 똑같이 낯설었을 것이다. 다만 그걸 감안해도 앞으로 익숙해지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 같다. 평화누리특별자치도, 줄이면 평누도. 내 고향이 평누도 고양시가 된다고? ㅋㅋㅋㅋ뭔가 많이 웃긴데. 경기북도가 경북과 겹쳐서 문제라면 차라리 경기는 유지하되 다른 구분자를 쓰는 것이 어떨까도 싶은데. 남북 말고 상하를 쓴다면⋯ 경기상도를 줄이면 또 경상도가 되네. 또 북쪽이 위인건 누가 정했냐면서 남반구 사람들이 따지려나? 경기일도와 경기이도로 구분하기에도 누가 일도가 될 것인가 하는 논란이 있겠지? 아니면 남북 모두 '경'을 떼고 이미 수도권의 의미를 지닌 '기畿'만 유지하면서 기남도, 기북도? 남북 모두 경기라는 이름을 버림으로 인한 행정 비용이 크려나. 쉽지 않은 문제임은 분명해보인다. 공모전 결과로 명칭이 완전히 확정되지는 않은 것 같고, 아직 다른 이름으로 변경될 여지도 있어보인다. 어떤 이름으로 정해지든, 다소간의 거부감을 지닌 기간을 지나 결국에는 모두가 익숙해지겠지. "경기도랑 XX도가 원래 하나였다고요?"라며 누군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묻는 날도 올 것이다. ⋮ 고향 이야기를 하다보니 함께 드는 생각. 어떤 도시는 고풍스러운 멋을 뽐내며 늙어가고, 어떤 도시는 달리 대책이 없어 늙어간다. 어떤 곳은 금세 갈아엎어지고 새 도시가 되기도 한다. 다른 도시는 몰라도 자신의 고향만큼은 옛 모습을 유지하며 오래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고향인 일산은 어느새 서른 살을 넘긴 도시가 되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살던 강선마을 14단지가 고양시 최초로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지난해 초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다고 한다. 분담금 등의 문제 때문에 갈등이 빚어져 이후 진행이 더딘 것 같긴 한데,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언젠가는 이루어질 분위기다. 나는 유년기를 아주 행복하게 기억하고 있고 내가 일산에 살았던 것이 그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규모와 연식의 아파트 단지, 그 안에 작은 화단이 딸려 있던 1층집. 걸어서 5분 거리의 학교, 풀과 나무를 좋아하는 내가 어린 나이에도 혼자 찾아갈 수 있었던 바로 앞 호수공원. 그런 일산을 두고 중학교에 입학하며 서울로 이사를 와야 했던 초반에는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서울에서도 금방 적응은 했지만 행복한 기억은 남아 먼 거리를 혼자 오갈 정도가 된 고등학생 때는 혼자서도 몇번씩 귀굣날* 이른 시간에, 아니면 방학에 일산에 들렀던 기억이 난다. 운전면허를 딴 이후에는 부모님 차를 끌고 다녀오기 시작했고 지금도 일산은 내가 가장 즐기는 드라이빙 코스 중 하나다. *우리 고등학교는 학기 중에 달에 한 번씩만 주말에 학생들을 내보냈고 그 주말 끝에 학교로 돌아오는 일요일을 귀굣날이라고 불렀다. 그런 일산에 우리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바뀌면 솔직히 많이 섭섭할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나,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여야지. 그 전까지 더 많이 방문하고 더 열심히 눈에 담아두어야겠다. *** 이 아이는 훗날 십자인대를 끊어먹고도 축구를 끊지 못합니다. 선생님 지나가시기도 전에 후리죠? 근데 나 몇 년 전에 부모님 골프연습장 따라가서 채 휘둘러봤는데 공 맞히지도 못하던데 이때는 어떻게 한거지 ㅋㅋㅋㅋ뚝딱거리는 것 좀 보소
2년 전 · #수필

[Runner's High] 러너스하이는 달리기 애호가들이 느낄 수 있는 도취감을 말합니다. 러너스하이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A.J.맨델이 1979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입니다. 주변의 환경자극이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행복감을 말합니다. —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자료실 얼마 전부터, 한 1-2주 전부터 꾸준히 야외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있다. 러닝을 꾸준히 해보려는 본인의 시도는 여러번 있었는데 매번 날씨나 다른 운동 스케줄을 핑계로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최근 달리기에서 발견하고 있고, 그래서 헬스처럼 달리기가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페이스를 늦추고 거리를 늘렸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달리기 하러 나가면 보통 2km를 잡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페이스로 뛰었다. 그래봤자 km당 4분 40초대(이하 페이스는 모두 per km 기준) 언저리였지만 정말 죽을 듯이 힘들었고 컨디션이 나쁘거나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날은 2km도 한번에 채우지 못하곤 했다. 그런데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좀 느리게 긴 거리를 달려야겠단 생각을 어느 순간 했고 그때부터 5km를 잡고 뛰었다. 처음 몇 번은 페이스 조절을 못하고 초반에 빠르게 뛰다가 3km 가서 퍼지기도 했었지만 점점 5km를 전부 뛸 수 있는 적정 페이스를 익혀갔고 그때부턴 그 페이스를 조금씩 줄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니 관련된 유튜브 영상도 자연히 보게 되고, 거기서 주법과 페이스에 대한 도움도 많이 얻고 있다. 5km로 거리를 늘리고 내가 처음 접한 문제는 정강이 통증이었다. 정식 명칭이 전경골근이라는 것 같은 이 근육이 1-2km만 지나면 뭉치면서 아파오는 것이었다. 이 근육은 발 앞쪽을 들어올려 뒷발을 끌고 올 때 땅에 끌리지 않도록 해주어서 뛸 때 특히 많이 쓰였다. 클라이밍에서의 전완근처럼 그 운동에 특화된 근육을 내가 아직 단련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고, 자주 뛰거나 고무 밴드로 정적인 훈련을 해주면서 근육이 길러지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강이뼈와 뒷쪽 근육 사이에 숨은 탓에 마사지로 깊은 자극을 주기도 어려워서 단기간에 통증을 무마하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이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었는데 그건 바로 주법의 변화를 통해서였다. 이전까지 나는 뒤꿈치 쪽으로 착지를 했었는데, 유튜브에 누군가가 미들풋 주법이라고 불리는, 발 가운데로 착지하는 방법을 추천하길래 한번 따라해봤다. 말이 미들풋이지 발은 오목하기 때문에 발 전체가 한번에 닿도록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인 것 같고, 그렇게 하려면 자연스레 상체도 앞쪽으로 좀 더 숙이게 된다. 이 새로운 착지법을 도입하고 나서 정말 정강이 통증이 눈에 뛰게 줄었다! 이전에는 숨이 차기도 전에 정강이가 너무 뭉쳐서 못 뛰겠는 정도였는데 착지법 전환 이후 그런 주객전도는 없어졌고, 오늘의 달리기에서는 덜 아픈 정도를 넘어 아예 아프지 않은 단계에 가까워진 것 같았다. 요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또 하나는 목의 각도이다. 러닝 영상을 보다 보니 급기야는 이봉주 선수의 훈련을 담은 다큐멘터리까지 보게 됐는데ㅋㅋㅋ 앞에서 선수는 뛰고 있고 뒤에서 코치가 차로 슬슬 따라가며 확성기로 외쳤던 조언이 턱을 너무 들지 말라는 거였다. 나도 뛸 때 보니 턱을 꽤 들고 있었고 턱을 당겨주니 숨 쉬기가 훨씬 편해졌다. 뛰다가 힘들면 습관적으로 턱을 들게 되는데 그래서 뛰는 내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의식적으로 턱을 내려야 한다. 이렇듯 간단하게는 흡흡후후 하는 호흡법부터 시작해서 착지, 상체의 각도, 목의 각도까지 신경쓰다 보니 달리기를 하는 것도 대단한 집중이 필요한 일이라고 요즘 느낀다. 딴 생각을 하다 보면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페이스를 잃는다. 그래서 음악도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만 틀어두고 온 정신을 달리기에만 집중한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모든 분야가 그렇듯 기록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5분 40초 중반대였는데 며칠 전에 30초대로 내려왔다. 페이스 전략을 바꾼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원래는 초반에 5분 30초 페이스로 뛰다가 후반으로 갈 수록 허억허억하면서 뒤쳐지곤 했다. 그리고 점점 늘어지는 페이스에 속으로 슬퍼했지. 그러다가 3일 전인가부터는 초반에 목표 페이스보다 약간 느리게 뛰다가 후반에 점점 끌어올리는 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렇게 하니 비슷한 시간임에도 덜 힘들었고 결국 기록 단축까지 이어졌다. 그끄저께가 28분 17초(5'38" 페이스), (그저께는 축구,) 어제는 28분 09초(5'37" 페이스)를 기록했다. 그래서 오늘은 27분대만 나와도 대성공이다 하고 나갔는데 웬걸, 31초나 줄은 27분 38초를 기록했다! 원래처럼 5분 40초 페이스로 뛰다가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끌어올려서 5분 32-33초가 찍히기 시작했는데 뭔가 오늘은 그 페이스로 퍼지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들었고 그대로 해냈다. 러너스하이가 온 것도 큰 요인이었다. 저번에 250m 남겨두고부터 스퍼트를 시작했더니 힘이 좀 남아서 이번에는 4,500m 지점부터 페이스를 더 올렸는데, 4,600~4,700m 사이 그 어딘가에서 러너스하이를 경험했다. 첫경험이었다. 러너스하이라는 용어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예전에 달리다가 정신이 멍해져서 힘든지도 모르게 되는 이 시점을 러너스하이라고 부르는 건가, 긴가민가해 하곤 했었다. 그런데 진짜 러너스하이를 경험해보니 이건 긴가민가해 할만한 경험이 아니었다. 영화 명장면을 볼 때 돋는, 그런데 그것보다 좀 더 강렬한 소름이 등골을 타고 쫙 내려왔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남은 거리를 아주 빠른 페이스로도 비교적 쉽게 주파할 수 있었다. 찾아보니 보통 분당 심박수 120회 이상으로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경험하게 되는 것이 러너스하이라고 한다. 이 설명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한번 러너스하이를 경험한 사람은 여기에 마약과 같이 중독될 위험이 있다는데,, 난 아니겠지? 근데 당장 내일도 뛰러 갈거임.ㅋㅋㅋㅋ 아직은 몸에 이상이 없으니 다행인데, 만약 내가 부상을 입고도 뛰려 한다면 그때는 옆에서 좀 말려줘. 아 그리고 한강에서 같이 달릴 분 있으면 연락주세요. 한계 극복이 달리기의 주 목적인 사람으로서 본 페이스로 뛰기 어려운 단체 러닝을 매일같이 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가끔 만나서 같이 뛰고 땀흘리는 건 좋잖아요? ︙ 내 장비도 여기서 한번 소개해볼까. 사실 장비랄 게 없다. 나는 스마트워치도 없고 그냥 핸드폰을 손으로 쥐고 뛴다. 기록은 Nike Run Club으로 한다. 인터넷에서는 기록 내보내기의 편의를 들어 Strava를 추천하던데 나는 페이스 읽어주기가 필요해서 Nike를 쓴다(찾아보니까 Strava도 읽어주기 있네? 근데 옵션이 부족해서 계속 Nike 쓸 듯). 250m마다 총 시간을 제외한 거리, 페이스를 읽어주도록 설정해놓았다. 복장은 반팔-반바지 위에 집업, 오늘 처음으로 장갑을 챙겼는데 안 썼다. 그렇지만 금방 또 미친듯이 추워지겠지… 소지품은 핸드폰이랑 귀가를 위한 교통-체크카드 한 장. 사실 2.5km 뛰고 돌아가면 먼길 걷거나 대중교통 탈 필요 없는데 사람 심리란 게 꼭 왔던 길 돌아가기가 싫다? 그래서 항상 5km를 쭉 달려버리곤 한다. ︙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건 내 친구가 추천해줬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인데 미루다가 이제 마침 때가 온 것 같아서 읽어보려고 한다. 마침 오늘 뛰러 나가는 길에 예약 도서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대문호가 달릴 때 하는 생각은 과연 나의 그것과 닮아있을 것인가?
2년 전 · #수필 #운동

--> 강력하지만 통제 가능한 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서울을 사랑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오늘의 불꽃은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위로는 상황을 바꿀 수 없고, 결국 바뀌어야 하는 건 나라고 항상 여겼고. 더군다나 불꽃에게 위로받을 수 있다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들쑥날쑥한 오늘의 감정상태가 원인이었을까, 작년보다 더 먹먹하던 소리였을까, 아님 그냥 축구 대판 뛰고 바닥난 체력 때문일까. 아마도 마지막이 맞을거다. 얼른 쓰고 자야지 작년에 이어 두번째 관람이었다. 역시 올해도, 무엇보다 부족하지 않아서 좋았다. 다른 불꽃놀이들은 대학축제 탑티어 아이돌 공연마냥 끝나고도 '이게 끝이라고?' 싶은데 이건 뭐 '끝났나? 이 정도면 됐지 뭐' 할 때쯤 다시, 심지어 더 강렬하게 터지길 여러 번이었다. 그래서 보고 돌아설 때마다 아쉬움이 없다. 내가 본 다른 모든 불꽃놀이를 합쳐도 서울불꽃축제만큼에 못 미칠 것 같다. 어쩌면 한 해 분에도 못 미칠지도. 이 정도면 당연히 세계 불꽃 축제 순위권에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까 규모 면에서는 부산불꽃축제에도 밀리는 것 같다네? 이쪽에선 견문이 아직 넓지 못한가보다. 부산 축제가 1달 뒤인데 보러갈까 규모만큼이나 불꽃의 종류도 다채롭다. 개별 불꽃들이 보이는 움직임만 해도 자유낙하 / 느리게 흘러내림 / 공중부양 / 임의 방향으로 추진 등 여러가지가 있다. 그들이 구성해내는 모양은 단색의 구 / 겉과 속 색깔이 다른 구 / 구를 두른 띠 / 폭포 / 용(공중부양) / 꽃 / 별 / 스마일 / 하트 / 스마일→하트 등으로 더 다양하다. 아 그리고 고양이가 추가됐다! 이건 작년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스마일 등 형상이 있는 불꽃이 터지는 방향을 제어하기란 어렵나보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이렇다: 🙃 🙂 🙃 🙂 근데 이건 작년에 여의나루쪽 정면에서 봤을 때 얘기고 올해에는 강북에다가 방향도 약간 안 맞아서 🙂 🙃 🙂 🙃 이런 식으로 애들이 짜부나더라ㅋㅋㅋㅋ 이번 관람이 강북에서였던 것은 바로 직전 일정으로 효창운동장에서 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3쿼터 후반부터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경기장 지대가 좀 높아서 경기장에서도 바로 보이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건물들 사이로 불꽃의 끄트머리만 겨우 보일뿐 정상적인 관람이 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서 경기 끝나자마자 뛰쳐나와서 강변으로 향했다. 원래는 경기 종료와 동시에 한국팀 공연 시작이었는데 일정이 좀 지연된 덕분에 그리 많이 놓치지는 않은 것 같다. 0411번 타고 원효대교 북단에서 로터리 돌 때가 사실 제일 잘 보였지만 거기서 내릴 순 없었고 성촌공원 입구(37.5302N 126.9532E) 까지 걸어가서 봤다. 거리가 아주 가까웠다. 빛과 소리의 시차를 재보니까(ㅎ) 2.3초 나오더라. 불꽃의 높이를 감안하면 6-700m 반경 이내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육교와 건물에 가려서 시야가 아주 좋지는 못했는데 나를 압도하는 건 소리였다. 소리가 정말 무지하게 컸다. 마지막 절정에 빨간 불꽃 무더기의 소리는 경이로움을 넘어 무서울 지경이었다. 어제를 계기로 불꽃놀이에 대한 지론이 하나 생겼는데 그건 바로 시야를 조금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무조건 가까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레와 같은 소리가 가슴을 먹먹하게 채운다. 로켓 발사를 직관하는 일과 비슷하다. 동영상 촬영본이 구도가 더 좋을지언정 절대 못 담는 것이 바로 소리다. 비록 폭발음은 아쉽지만 공식 다시보기 에는 현장에서 듣지 못한 배경음악이 실려있다. 이것 때문에 다시보기를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특히 05:50 데이식스 필링굿은 레전드 아무튼, 매년 이런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한화에게 무척이나 고마운 마음이다. 회사의 이익을 넘어 사회에 공헌할 여력까지 있는 기업을 나도 만들고 싶다. 내년에 다시 보자 서울의 불꽃!
2년 전 · #수필
여름 시내버스 오른쪽 맨 앞자리 두껍고 바싹 굽지 않아 육즙이 가득한 소고기 패티 빌라에르바티움 모시글렌 인물이 등장하는 인상파 유화 옅은 햇빛에 어둡게 빛나는 침엽수림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 이들은 모두 나에게 은은한 만족감을 주는, 내 취향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다. 인스타를 보다 보면 나와 비슷한 나이임에도 자신의 취향을 식별하고 경험, 기록하는 능력에 있어 나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이들이 있다. 그들의 피드를 보면 소위 인스타 갬성과는 결이 다른, 여러 게시물을 관통하는 그들의 섬세한 취향이 보인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꽤나 존경스럽다. 취향을 구체적으로 식별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요즘 부쩍 생각한다. 그것에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게 만든다. 오래된 취향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며 지식이 깊어지고 인맥이 넓어진다. 취향에 부합하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게 된다(여름이 돌아온다!). 이는 행복이 충만한 삶으로 이어진다. 나라는 사람을 더욱 입체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다. 항공우주공학과 이건희보다는 로켓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열광하는 이건희가 기억에 더 오래 남지 않을까. 이건 취향 하니까 떠오른, 얼마 전에 인스타 광고에 떴던 앱인데 이름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헀다. 취향에도 등급이 있다. 좋고 나쁘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 취향을 찾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에 따른 등급. 가령 위의 항목들은 필요한 노력이 커지는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내가 겨울보다 여름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계절이 흐르다보니 자연히 알게 됐다. 모시글렌이 마음에 든다는 건 며칠 전 친구가 뿌리고 왔던 향수가 무어냐고 굳이 물어야 알 수 있었다. 캐나다 국립공원을 방문할 형편이 안 됐다면, 옅게 빛나는 침엽수림을 내가 좋아한다는 사실을 나는 죽을 때까지 몰랐을지도 모른다. 이미 당신이 알고 있는 취향이 있고, 위 앱의 이름처럼 삶의 어떤 순간에 '어랏? 나 이거 좋아하네?'하며 예기치 못하게 발견하는 취향도 있다. 몇 번 오지 않는 기회를 잡아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 한 발굴할 수 없는 취향도 있다. 내 목표는 세상이 허락하는 범위 안의 모든 취향 발견의 순간을 빠짐없이 겪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시작은 아마도 (재)작년 2월 클라이밍을 시작했을 때일 것이다. 같이 갈 사람을 구한다는 친구 스토리를 보고 단지 호기심에 따라나섰던 클라이밍은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가장 큰 취미가 됐다. 스스로는 결코 클라이밍에 입문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전까지 클라이밍이라고 하면 높은 절벽에 줄을 매달고 오르는 모습을 상상했고 그런 익스트림 스포츠는 내 길이 아니었다. 하지만 첫날 경험한 클라이밍의 세부종목—볼더링은 와이어 없이, 높이 올라가기보다는 문제를 푸는 게 목표였고 그게 마음에 쏙 들었다. 상상과는 전혀 달랐던 실체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막연한 추측이나 무관심으로 지금까지 지나쳤을 세상의 수많은 재미들에 대해 생각하며, 이제는 그것들을 놓치지 말자고 다짐했다. 얼마 전에 뉴질랜드에 갔을 때 번지점프에 도전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였다. 다른 사람이 뛰는 걸 전망대에서 보자마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눈이 돌아간 것도 있었지만, 번지점프를 내가 생각보다 좋아한다면 그 사실을 알아내기에 모든 조건이 허락된 지금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지체없이 실행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초당 7만원의 지출을 정당화해보자. 하하). '이제 번지점프 없으면 못 살겠다'는 정도의 인상을 받진 않았지만, 내가 얼마나 그것을 좋아하는지와 그에 따라 기꺼이 지불할 시간과 비용의 상한을 알아냈고 그런 사실에 큰 의의를 둔다. ⋮ 어떤 취향을 식별해내는 데에 성공했다면 그걸 이따금씩 일깨워주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일상에서 쉽게 만족되기 어려운 취향은, 마치 저 아래 오래된 재생목록에 박혀있는 노래처럼 많이 좋아한다 하더라도 잊어버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이를 달성하도록 시작해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신의 방을 꾸미는 것이다. 하이틴 영화를 보면 꼭 주인공들의 방 벽에 어떤 영화나 밴드의 포스터들이 붙어있지 않는가? 영드 「Skins」의 Tony 방에 붙어있는 갖가지 포스터들. 사실 스킨스는 highteen보다는 나락teen 드라마에 가깝지만 그냥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라서 가져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매일 직접 눈에 보이는 곳에 놓음으로써 인생은 보다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거처를 계속 옮겨다니는 삶을 살아서, 특히 최근에는 더더욱 메뚜기 같이 살아서 나로서도 방을 많이 꾸미진 못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해보았다: 다이소에서 철제 격자망을 사다가 거기에 그간 찍은 인생네컷과 여행 사진들을 진열한 것. 모두들 보지 않고도 대충 구도와 포즈를 말할 수 있는, 존재를 뻔히 알던 사진들인데도 눈에 자주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책장 한 구석에 박혀있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나를 위해주고 나도 그렇게 할, 내 '취향'인 사람들이 존재함을 되새기고 나면 세상을 사는 일이 조금은 덜 외로워진다. 여기 당신을 담은, 혹은 당신이 인화해준 사진이 있나요? 그런 당신은 제 삶에서 큰 의미를 갖는 사람이랍니다. 메타버스에는 회의적이지만 이미 방 벽보다는 훨씬 더 긴 시간 쳐다보고 있는 컴퓨터와 핸드폰 바탕화면을 내 취향의 것들로 채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1년이 넘도록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바탕화면. 앞서 언급한 "옅은 햇빛에 어둡게 빛나는 침엽수림"이라는 취향을 깨달은 순간 찍은 사진이다. 여러 사진이 순환하는 게 글의 요지에는 더 맞으려나?
3년 전 · #수필

얘가 지금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인데, 누군지 알아? 동명의 책 속 등장인물인 수학귀신이야. 워낙 책이 유명했으니 바로 알아본 사람도 있겠지. 왜 이렇게 괴상하게 생긴 놈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놨냐 하면, 그런거 있잖아, 어릴 때 진짜 자주 보던 만화 캐릭터들을 한참 잊고 지내다가 어느날 우연히 다시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향수 같은거. 사실 어릴 때는 얘(나무위키 찾다가 잊고있던 얘 본명 발견..! 테플로탁슬!)한텐 별 생각 없었어.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감정이입하게 되는건 얘가 아니라 꿈을 꾸는 어린 남자애였지. 그런데도 어젠가 인스타 피드를 내리다가 갑자기 어떤 게시물에서 얘를 마주치니까 신기한 감정이 들더라고. 어려서는 모든걸 다 아는 선생님 귀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돼서 보니까 그냥 수염 기른 내 또래 같고 그랬던거야.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어. 군대는 갔다왔으려나. 요즘 그런 생각들을 부쩍 하게 되는데 내 나이가 이제 정말 적지 않은 편이라는거. 잘나가는 아이돌이 나보다 어릴때, 캠코더로 아빠가 찍어놓은 유아체능단 공개수업 영상 속 선생님이 어쩌면 지금의 나랑 동갑일수도 있겠다 싶을 때. 날 낳았을때 엄마의 나이가 지금의 나와 멀리 떨어져있지 않을 때. 그런 내 나이에 주눅이 들거나 하는건 아니야. 물론 일찌감치 성공을 이룬 몇몇 또래와 내 자신을 비교해보면 부러워질 때도 있지만, 나는 나대로 치열하게 살았고 또 소소하게나마 이루어놓은 것들이 있기에. 나이가 찬다는걸 얘기하니까 말인데, 올해는 왠지 모르게 봄이 오고 막 어떤 꽃, 풀이 돋아나는 이 과정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난 그냥 졸업학기에 좀 한가해져서 길을 걷는데 여유가 생겼나부다, 했지. 그러던 와중에 한 친구랑 밥을 먹게 됐는데, 내가 요즘 이렇더라는 얘기를 했더니 친구가 나이가 들어서 그렇대.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난 그걸 농담으로 받아들였어. 근데 계속 생각해보니까 이게 농담으로 치부할게 아닌거같은거야. 내가 점점 커가면서 정신적 성장이 어떤 단계에 도달했다는걸 알 수 있는 표지석들이 몇 개가 있었어. 가장 기억에 남는건 중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바로 말을 입밖에 꺼내기 전에 한번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정확히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전에는 분명히 못하던걸 내가 하고 있더라고. 다가오는 봄을 느끼고 즐길 수 있게 된 사실이 바로 그와 비슷한 또 하나의 표지석이 아닐까 나는 생각해. 그보다 더 최근에 새롭게 이르고 있다고 느낀 지점은, 내가 노래의 가사를 향유하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다는 것? 전까지 내가 사랑하던 노래들은 대부분 멜로디에 반한 것들이었어. 가사야 물론 알아들었고 개중에는 마음을 울리는 것들도 있었지만, 가사가 멜로디와 합쳐져서 노래라는 형태로 다가올 때 주는 시너지를 온전히 느끼는 건 최근에 들어서야였던 것 같아. 사람이 성장기가 끝나고 더이상 키가 크지 않는 것처럼, 사람의 정신 또한 어느 순간 이후부터는 성장판이 닫혀 성장하지 못할거라고 나는 한때 생각했어. 그 순간부터는 지식의 양은 늘어도 그를 이해하는 깊이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거지. 나는 이미 그 기점을 지났고, 부모님께서 해주시는 조언에 대해서도 ‘내가 그걸 몰라서 이러고 있겠냐’, 하고 생각하는 오만한 때가 있었어. 그런데 요즘도 이렇게 새로운 표지석들을 발견해나가는 나를 보면서, 그때의 생각이 틀렸다는걸 느껴. 청소년기에 비해 속도는 더딜지언정 정신은 계속해서 성장하는 법이었던거야. 그 경향은 아마도 내가 죽기 직전까지 계속될거고. 난 그런 생각을 몇 번 한 적이 있어. 가장 결정적이었던 때는 1학년 말에 호주여행을 가서 국립공원을 실컷 둘러보고 시드니로 돌아가는 열차에 노곤한 몸을 실었을 때. 이어폰에서는 BTS의 Euphoria가 흘러나오고 있었지. 정말 하루가 만족스러운거야. 얼마나 만족스러웠냐면 이보다 내가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내 인생은 이 순간을 고점으로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늙어서는 이렇게 돌아다닐 체력도 없어지고, 처음 봐서 가슴이 뛸 것들도 줄어들 테니까. 난 정신적인 성장을 간과한거야. 세월이 흐르면, 같은걸 봐도 느끼는게 많아지겠지. 지난 몇 년 동안에도 꽃과 풀, 노래 가사에 내가 느끼는 게 달라진 것처럼. 지금까지는 내 정신이 알아서 잘 커왔던 것 같은데, 앞으로는 이를 촉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겠다는 생각도 갑자기 드네. 어쩌면 내가 따로 신경쓰지 않으면 절대 이르지 못할 경지가 있겠다 싶기도 하고. 책을 좀 더 열심히 읽어야 할까봐. 오늘은 좀 빨리 자려고 일찍 누웠는데 잠은 안 오고 이런 잡생각이 나서 그냥 한번 주저리주저리 써봤어.
4년 전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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