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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케일업하는 방법
입력 2024.08.03. 15:41 · 수정 2024.08.04. 12:38 ·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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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부터 대학원을 간다. 내 모교와 주전공이었던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그대로, 사실상 졸업학기였던 22년 봄학기가 끝나고 대전을 뜬 지 2년 만이다. 진학을 결정할 때까지 나름의 고민과 걱정이 많았고 지금으로서도 설렘 반 걱정 반인데, 그건 오늘 쓸 글의 주제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풀어보자.

자연히 다니던 회사는 8월 중하순을 끝으로 그만두기로 했다. 단 출근 형태의 풀타임 근무를 중단하는 것일 뿐, 하던 일은 원격·파트타임 근무로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회사 내 유일한 개발자로서 이미 대부분의 일은 혼자 해오고 있었으므로 원격으로 전환해도 큰 문제가 없고, 대학원생으로서는 풍족한 소득을 바라기 어려우니 부가 소득이 있으면 좋겠다는 나의 생각 + 그리고 나만큼 현재 업무에 적합한 사람을 새로이 찾기 어려우며 찾더라도 인수인계에 자원이 드니 가능하면 내가 계속하면 좋겠다는 회사의 생각이 서로 맞아 가능했던 일이다.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나 새로운 근무 형태에 따른 수당을 협상할 일은 아직 남았다. 또 석사 첫 학기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져 도저히 부업을 할 시간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올해 초에 입사한 후 회사에서 일한 지는 어언 만 일곱 달이 되었다. 지금도 상당히 바쁘다. 올해 초중반까지만 해도 업무의 템포를 어느 정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었지만 내가 개발해 오던 사내 소프트웨어가 7월에 시작되는 반기 영업보고부터 도입되기로 결정되면서 작업에 기한이 생겼고, 또 배포가 시작된 이후로는 잔 버그들을 고치고 기능을 추가하면서도 직원 사용에 지장이 없도록 하느라 신경 쓸 게 많아졌다. 이제는 회사 사정에 밝으니 주어지는, 입사 직후에는 없었던 잡다한 일들도 많다.

최근에 프로그래밍 외주도 하나 들어왔다. 작업 내용과 수당을 협의해 오다 나흘 전에 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직후부터 평일에 퇴근하고 나서, 그리고 주말인 오늘도 틈틈이 작업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회사에서는 회사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것에 대해 의뢰해 왔다. 주 업무인 사내 소프트웨어 개발 외의 분명한 추가업무이기에 합당한 추가수당을 요구할 수 있어 보였고 그게 받아들여진다면 평소의 나는 야근을 해서라도 그 일을 마쳤을 것이다.

그러나 거절했다. 수당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해서. 지금 하고 있는 주 업무와 외주만 해도 하루가 꽉 차고, 나는 돈을 버는 것 이외에도 삶에서 챙겨야 할 것이 많았다.

요즘 나에게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이다. 다른 무엇보다 정말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 몸이 두 개든 하루가 48시간이든 둘 중 하나는 현실이 되면 좋겠다.

그렇게 느끼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요즘 그것을 더욱 절실히 바라는 이유는 시간이 늘어났을 때 따를 추가적인 보상이 이렇게 가시적인 경우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학부 때 내가 과제나 시험공부를 하는 데에 두 배의 시간을 들이더라도 석차가 반절이 되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지금 내게 두 배의 시간이 주어질 경우 두 배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은 거의 확실하다.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없게 만드는 유일한 제약 요소가, 내가 어떻게 해서도 늘릴 수 없는 유일한 자원이라는 사실이 나를 정말 골치 아프게 한다. 아, 사실 최근에 내 시간이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게 하나 있기는 하다. 바로 LLM. AI hype 속에서 수도 없이 언급되며 이제는 그 말을 들으면 거부감부터 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LLM의 등장으로 정말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프로그래밍은 작업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코드라는 plain text로 이루어지므로 그것을 입출력하는 LLM에 애초부터 적용하기 가장 적합한 업무라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에다 사용 경험이 쌓이면서 모델과 함께 최적의 결과를 내기 위한 소통 방식까지 정립해 나가며 내 작업 효율은 최소 50% 이상 늘어났다. ChatGPT와 GitHub Copilot 등 LLM 기반의 도구들과 함께하며 나는 내 몸이 두 개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찾아오는 산발적인 가속화일 뿐 내가 어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본인의 시간 부족을 타개하는 지속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사람을 운영하는 것, 즉 경영뿐이다. 나도 이제 웹개발이라는 좁은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었으니, 내 휘하에 다른 개발자를 두고 교육, 통솔하며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프로젝트를 빠른 속도로 소화하고 싶다.

그러나 쉽지 않다. 혼자 하는 개발은 템포가 내 마음대로이니 부업으로도 하겠는데 사람을 부리는 순간 그들과 함께 일정 속도를 유지해야 하므로 파트타임으로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풀타임으로 외주를 뛰자니 벌이가 불규칙하고, 나 자신의 장기적인 성장도 미지수이며 ‘업’으로는 개발을 평생 하고 싶지도 않다.

더군다나 팀단위 외주에 fully commit 할 각오가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잘 꾸려나갈 만한 경영 능력을 내가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여러 아이템을 전전하며 창업을 시도해 보고, 그 과정에서 비록 소규모지만 팀 단위로도 움직여보며 절실히 느낀 것은 사람을 이끄는 능력이 내게 정말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건 어릴 때부터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다. 으레 공부 잘하고 행실이 바른 아이(그게 보통 나였다)가 맡던 반장 자리를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과는 무관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아이들이 꿰차는 모습을 보며, 그 두 가지 능력은 분명히 다르며 후자에서는 내가 압도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에 와서는 과대표나 동아리 회장단과 같은 자리에 경쟁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멀찍이서 지켜보고는 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큰 일을 하는 데에 필요한 능력이 결국 리더십과 경영 능력이라면 일부러 좀 더 부딪히며 길러볼 걸 그랬다. 예전에는 경영자가 왜 그렇게 대우받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겠다. 어쩌면 경영이란 가장 궁극의 기술이 아닐까. 사회가 아직 체계적이지 못하던 근대에 군 장성들이 군을 나와서도 각종 요직에 앉는 일이 흔했던 것은 군대가 당시에 사람을 대규모로 부리던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충분히 그랬을 법하다. 구체적인 형태는 아직 모르겠지만 대학원에 가서도, 그리고 그 후에도 내가 경영을 연습해 볼 기회가 있다면 이제는 그 기회를 누리기 위해 뛰어들어볼 생각이다.

회사 대표님께서 마침 읽어보라고 주신 책.
이런 내 생각과 맞닿아있으려나
근데 맞닿고 아니고가 문제가 아니고
내일까지 150쪽 읽어가야 함
이 글 쓴다고 미뤘는데 큰일 났다

*

이번에 대전에 내려가서는 차를 끌고 다닐 예정이다. 원래는 같은 월세에 넓은 방을 구하기 위해 학교 근방을 포기하게 될 경우에만 차를 타려고 했다. 그러나 문득 위의 생각들과 함께 차가 편리함뿐만 아니라 시간을 살 수 있는 수단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님께 '저는 차를 가지고 내려가야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이미 그럴 걸로 생각하고 계셨다더라ㅋㅋㅋ. 비록 노쇠한 마티즈지만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

차가 한두 푼도 아니고 기본 몇 천만 원씩 하는데 그걸 살 바에야 필요할 때마다 렌트를 하고 대중교통을 타고 말지, 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수천만 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마티즈가 생각보다 빨리 퍼지면 내 돈으로라도 중고차를 또 사지 않을까. 이미 2-300만 원씩 하는 고가의 맥북을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잘 쓴 바 있다. 아마도 그런 다음 물건이 자동차가 되지 않을까 싶다.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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