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순간서울세계불꽃축제 2023
서울을 사랑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오늘의 불꽃은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위로는 상황을 바꿀 수 없고, 결국 바뀌어야 하는 건 나라고 항상 여겼고. 더군다나 불꽃에게 위로받을 수 있다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들쑥날쑥한 오늘의 감정상태가 원인이었을까, 작년보다 더 먹먹하던 소리였을까, 아님 그냥 축구 대판 뛰고 바닥난 체력 때문일까. 아마도 마지막이 맞을거다. 얼른 쓰고 자야지
작년에 이어 두번째 관람이었다. 역시 올해도, 무엇보다 부족하지 않아서 좋았다. 다른 불꽃놀이들은 대학축제 탑티어 아이돌 공연마냥 끝나고도 '이게 끝이라고?' 싶은데 이건 뭐 '끝났나? 이 정도면 됐지 뭐' 할 때쯤 다시, 심지어 더 강렬하게 터지길 여러 번이었다. 그래서 보고 돌아설 때마다 아쉬움이 없다.
내가 본 다른 모든 불꽃놀이를 합쳐도 서울불꽃축제만큼에 못 미칠 것 같다. 어쩌면 한 해 분에도 못 미칠지도. 이 정도면 당연히 세계 불꽃 축제 순위권에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까 규모 면에서는 부산불꽃축제에도 밀리는 것 같다네? 이쪽에선 견문이 아직 넓지 못한가보다. 부산 축제가 1달 뒤인데 보러갈까
규모만큼이나 불꽃의 종류도 다채롭다. 개별 불꽃들이 보이는 움직임만 해도 자유낙하 / 느리게 흘러내림 / 공중부양 / 임의 방향으로 추진 등 여러가지가 있다. 그들이 구성해내는 모양은 단색의 구 / 겉과 속 색깔이 다른 구 / 구를 두른 띠 / 폭포 / 용(공중부양) / 꽃 / 별 / 스마일 / 하트 / 스마일→하트 등으로 더 다양하다.
아 그리고 고양이가 추가됐다! 이건 작년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마일 등 형상이 있는 불꽃이 터지는 방향을 제어하기란 어렵나보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이렇다:
근데 이건 작년에 여의나루쪽 정면에서 봤을 때 얘기고 올해에는 강북에다가 방향도 약간 안 맞아서
이런 식으로 애들이 짜부나더라ㅋㅋㅋㅋ
이번 관람이 강북에서였던 것은 바로 직전 일정으로 효창운동장에서 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3쿼터 후반부터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경기장 지대가 좀 높아서 경기장에서도 바로 보이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건물들 사이로 불꽃의 끄트머리만 겨우 보일뿐 정상적인 관람이 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서 경기 끝나자마자 뛰쳐나와서 강변으로 향했다. 원래는 경기 종료와 동시에 한국팀 공연 시작이었는데 일정이 좀 지연된 덕분에 그리 많이 놓치지는 않은 것 같다.
0411번 타고 원효대교 북단에서 로터리 돌 때가 사실 제일 잘 보였지만 거기서 내릴 순 없었고 성촌공원 입구(37.5302N 126.9532E)까지 걸어가서 봤다. 거리가 아주 가까웠다. 빛과 소리의 시차를 재보니까(ㅎ) 2.3초 나오더라. 불꽃의 높이를 감안하면 6-700m 반경 이내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육교와 건물에 가려서 시야가 아주 좋지는 못했는데 나를 압도하는 건 소리였다. 소리가 정말 무지하게 컸다. 마지막 절정에 빨간 불꽃 무더기의 소리는 경이로움을 넘어 무서울 지경이었다. 어제를 계기로 불꽃놀이에 대한 지론이 하나 생겼는데 그건 바로 시야를 조금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무조건 가까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레와 같은 소리가 가슴을 먹먹하게 채운다. 로켓 발사를 직관하는 일과 비슷하다. 동영상 촬영본이 구도가 더 좋을지언정 절대 못 담는 것이 바로 소리다.
비록 폭발음은 아쉽지만 공식 다시보기에는 현장에서 듣지 못한 배경음악이 실려있다. 이것 때문에 다시보기를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특히 05:50 데이식스 필링굿은 레전드
아무튼, 매년 이런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한화에게 무척이나 고마운 마음이다. 회사의 이익을 넘어 사회에 공헌할 여력까지 있는 기업을 나도 만들고 싶다.
내년에 다시 보자 서울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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