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랭귀지 : 도시·건축·시공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작년 가을학기 학복위 북마켓에서 3000원 주고 산 책, 이제야 읽는다. 앞선 책들은 게시물을 올리는 시점이 모두 읽은 후였는데, 이 책은 이렇게 공개적으로 박아두고 시작하지 않으면 끝까지 안 읽을 것 같아서. 무려 1100 페이지임. 원래 금연도 주위 사람들에게 소문내고 시작하는게 효과적이라고 하잖아? 가까운 시일에 날 만난다면 '너 패턴랭귀지 다 읽었냐?'라고 물어봐줘.
노파심에 말하는데 나 담배 안 피움.
학복위 도서 리스트에서부터 날 사로잡던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을 개별적인 요소[패턴]로 해체, 분석한 후 각각이 지닌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듯하다. 추정의 어투를 쓴 것은 내가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역자 서문과 서문을 읽은 참이지만 현재로서는 내가 책을 구매할 때 예상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각각의 패턴은 아주 포괄적이거나 혹은 세부적일 수 있어서, 패턴 사이에도 상하 관계가 존재한다. 한 패턴은 상위 패턴에 필수적이며 하위 패턴에 의해 비로소 완성된다. 저자는 이러한 개별적인 패턴을 규정하고 이를 재구성함으로써 인간 생활에 보다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방법[랭귀지]을 제시하려 한다.
건축에 대한 이 책의 접근은 수학과 상당히 닮아있는 것 같다. 가장 기본이 되는 패턴이 실제로 우리가 활용 가능한 공간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은, 특정 공리계에서 몇 개의 공리를 전제로 유도를 통해 다양한 명제를 도출해내는 과정과 아주 비슷하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캠브리지대학교에서 건축학과 수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이러한 접근은 많은 비평의 대상이 되었다고도 한다. 서문에서 역자가 언급했듯이 건축은 좋은 공간의 창출이라는 목적 이외에 수많은 외부적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학문이기에, 수학과 같은 이상론적인 사고는 무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실현은 어렵다 할지라도 그 건축물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회 집단에 의해 민주적이며 적극적인 방식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시험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설계론은 큰 의미가 있다고 역자는 말하고 있고, 이에 대해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지난 한두 달 간 내가 거의 펼치지 못하고 질질 끌어왔던 합리적인 세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는데, 내용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7일=1주, 12월=1년 등 통상적으로 쓰여왔던 단위들을 싸그리 무시하고 모두 "상식적"으로 새로 정의한다면 그 모습이 어떨까에 대한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그를 적용하려는 시도는 많은 convention에 익숙해져있는 사회의 반대에 부딪히겠지만, convention이 서서히 변해간다면 그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혹은 그냥 세상이 이랬더라면 하는 망상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그런 시도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글을 쓰기 시작했던 내 이러한 생각이 저자의 생각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
서문 하나 읽어놓고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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