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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er's High] 러너스하이는 달리기 애호가들이 느낄 수 있는 도취감을 말합니다. 러너스하이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A.J.맨델이 1979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입니다. 주변의 환경자극이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행복감을 말합니다. —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자료실 얼마 전부터, 한 1-2주 전부터 꾸준히 야외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있다. 러닝을 꾸준히 해보려는 본인의 시도는 여러번 있었는데 매번 날씨나 다른 운동 스케줄을 핑계로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최근 달리기에서 발견하고 있고, 그래서 헬스처럼 달리기가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페이스를 늦추고 거리를 늘렸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달리기 하러 나가면 보통 2km를 잡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페이스로 뛰었다. 그래봤자 km당 4분 40초대(이하 페이스는 모두 per km 기준) 언저리였지만 정말 죽을 듯이 힘들었고 컨디션이 나쁘거나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날은 2km도 한번에 채우지 못하곤 했다. 그런데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좀 느리게 긴 거리를 달려야겠단 생각을 어느 순간 했고 그때부터 5km를 잡고 뛰었다. 처음 몇 번은 페이스 조절을 못하고 초반에 빠르게 뛰다가 3km 가서 퍼지기도 했었지만 점점 5km를 전부 뛸 수 있는 적정 페이스를 익혀갔고 그때부턴 그 페이스를 조금씩 줄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니 관련된 유튜브 영상도 자연히 보게 되고, 거기서 주법과 페이스에 대한 도움도 많이 얻고 있다. 5km로 거리를 늘리고 내가 처음 접한 문제는 정강이 통증이었다. 정식 명칭이 전경골근이라는 것 같은 이 근육이 1-2km만 지나면 뭉치면서 아파오는 것이었다. 이 근육은 발 앞쪽을 들어올려 뒷발을 끌고 올 때 땅에 끌리지 않도록 해주어서 뛸 때 특히 많이 쓰였다. 클라이밍에서의 전완근처럼 그 운동에 특화된 근육을 내가 아직 단련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고, 자주 뛰거나 고무 밴드로 정적인 훈련을 해주면서 근육이 길러지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강이뼈와 뒷쪽 근육 사이에 숨은 탓에 마사지로 깊은 자극을 주기도 어려워서 단기간에 통증을 무마하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이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었는데 그건 바로 주법의 변화를 통해서였다. 이전까지 나는 뒤꿈치 쪽으로 착지를 했었는데, 유튜브에 누군가가 미들풋 주법이라고 불리는, 발 가운데로 착지하는 방법을 추천하길래 한번 따라해봤다. 말이 미들풋이지 발은 오목하기 때문에 발 전체가 한번에 닿도록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인 것 같고, 그렇게 하려면 자연스레 상체도 앞쪽으로 좀 더 숙이게 된다. 이 새로운 착지법을 도입하고 나서 정말 정강이 통증이 눈에 뛰게 줄었다! 이전에는 숨이 차기도 전에 정강이가 너무 뭉쳐서 못 뛰겠는 정도였는데 착지법 전환 이후 그런 주객전도는 없어졌고, 오늘의 달리기에서는 덜 아픈 정도를 넘어 아예 아프지 않은 단계에 가까워진 것 같았다. 요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또 하나는 목의 각도이다. 러닝 영상을 보다 보니 급기야는 이봉주 선수의 훈련을 담은 다큐멘터리까지 보게 됐는데ㅋㅋㅋ 앞에서 선수는 뛰고 있고 뒤에서 코치가 차로 슬슬 따라가며 확성기로 외쳤던 조언이 턱을 너무 들지 말라는 거였다. 나도 뛸 때 보니 턱을 꽤 들고 있었고 턱을 당겨주니 숨 쉬기가 훨씬 편해졌다. 뛰다가 힘들면 습관적으로 턱을 들게 되는데 그래서 뛰는 내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의식적으로 턱을 내려야 한다. 이렇듯 간단하게는 흡흡후후 하는 호흡법부터 시작해서 착지, 상체의 각도, 목의 각도까지 신경쓰다 보니 달리기를 하는 것도 대단한 집중이 필요한 일이라고 요즘 느낀다. 딴 생각을 하다 보면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페이스를 잃는다. 그래서 음악도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만 틀어두고 온 정신을 달리기에만 집중한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모든 분야가 그렇듯 기록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5분 40초 중반대였는데 며칠 전에 30초대로 내려왔다. 페이스 전략을 바꾼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원래는 초반에 5분 30초 페이스로 뛰다가 후반으로 갈 수록 허억허억하면서 뒤쳐지곤 했다. 그리고 점점 늘어지는 페이스에 속으로 슬퍼했지. 그러다가 3일 전인가부터는 초반에 목표 페이스보다 약간 느리게 뛰다가 후반에 점점 끌어올리는 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렇게 하니 비슷한 시간임에도 덜 힘들었고 결국 기록 단축까지 이어졌다. 그끄저께가 28분 17초(5'38" 페이스), (그저께는 축구,) 어제는 28분 09초(5'37" 페이스)를 기록했다. 그래서 오늘은 27분대만 나와도 대성공이다 하고 나갔는데 웬걸, 31초나 줄은 27분 38초를 기록했다! 원래처럼 5분 40초 페이스로 뛰다가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끌어올려서 5분 32-33초가 찍히기 시작했는데 뭔가 오늘은 그 페이스로 퍼지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들었고 그대로 해냈다. 러너스하이가 온 것도 큰 요인이었다. 저번에 250m 남겨두고부터 스퍼트를 시작했더니 힘이 좀 남아서 이번에는 4,500m 지점부터 페이스를 더 올렸는데, 4,600~4,700m 사이 그 어딘가에서 러너스하이를 경험했다. 첫경험이었다. 러너스하이라는 용어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예전에 달리다가 정신이 멍해져서 힘든지도 모르게 되는 이 시점을 러너스하이라고 부르는 건가, 긴가민가해 하곤 했었다. 그런데 진짜 러너스하이를 경험해보니 이건 긴가민가해 할만한 경험이 아니었다. 영화 명장면을 볼 때 돋는, 그런데 그것보다 좀 더 강렬한 소름이 등골을 타고 쫙 내려왔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남은 거리를 아주 빠른 페이스로도 비교적 쉽게 주파할 수 있었다. 찾아보니 보통 분당 심박수 120회 이상으로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경험하게 되는 것이 러너스하이라고 한다. 이 설명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한번 러너스하이를 경험한 사람은 여기에 마약과 같이 중독될 위험이 있다는데,, 난 아니겠지? 근데 당장 내일도 뛰러 갈거임.ㅋㅋㅋㅋ 아직은 몸에 이상이 없으니 다행인데, 만약 내가 부상을 입고도 뛰려 한다면 그때는 옆에서 좀 말려줘. 아 그리고 한강에서 같이 달릴 분 있으면 연락주세요. 한계 극복이 달리기의 주 목적인 사람으로서 본 페이스로 뛰기 어려운 단체 러닝을 매일같이 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가끔 만나서 같이 뛰고 땀흘리는 건 좋잖아요? ︙ 내 장비도 여기서 한번 소개해볼까. 사실 장비랄 게 없다. 나는 스마트워치도 없고 그냥 핸드폰을 손으로 쥐고 뛴다. 기록은 Nike Run Club으로 한다. 인터넷에서는 기록 내보내기의 편의를 들어 Strava를 추천하던데 나는 페이스 읽어주기가 필요해서 Nike를 쓴다(찾아보니까 Strava도 읽어주기 있네? 근데 옵션이 부족해서 계속 Nike 쓸 듯). 250m마다 총 시간을 제외한 거리, 페이스를 읽어주도록 설정해놓았다. 복장은 반팔-반바지 위에 집업, 오늘 처음으로 장갑을 챙겼는데 안 썼다. 그렇지만 금방 또 미친듯이 추워지겠지… 소지품은 핸드폰이랑 귀가를 위한 교통-체크카드 한 장. 사실 2.5km 뛰고 돌아가면 먼길 걷거나 대중교통 탈 필요 없는데 사람 심리란 게 꼭 왔던 길 돌아가기가 싫다? 그래서 항상 5km를 쭉 달려버리곤 한다. ︙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건 내 친구가 추천해줬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인데 미루다가 이제 마침 때가 온 것 같아서 읽어보려고 한다. 마침 오늘 뛰러 나가는 길에 예약 도서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대문호가 달릴 때 하는 생각은 과연 나의 그것과 닮아있을 것인가?
2y ago · #수필 #운동

--> 강력하지만 통제 가능한 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서울을 사랑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오늘의 불꽃은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위로는 상황을 바꿀 수 없고, 결국 바뀌어야 하는 건 나라고 항상 여겼고. 더군다나 불꽃에게 위로받을 수 있다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들쑥날쑥한 오늘의 감정상태가 원인이었을까, 작년보다 더 먹먹하던 소리였을까, 아님 그냥 축구 대판 뛰고 바닥난 체력 때문일까. 아마도 마지막이 맞을거다. 얼른 쓰고 자야지 작년에 이어 두번째 관람이었다. 역시 올해도, 무엇보다 부족하지 않아서 좋았다. 다른 불꽃놀이들은 대학축제 탑티어 아이돌 공연마냥 끝나고도 '이게 끝이라고?' 싶은데 이건 뭐 '끝났나? 이 정도면 됐지 뭐' 할 때쯤 다시, 심지어 더 강렬하게 터지길 여러 번이었다. 그래서 보고 돌아설 때마다 아쉬움이 없다. 내가 본 다른 모든 불꽃놀이를 합쳐도 서울불꽃축제만큼에 못 미칠 것 같다. 어쩌면 한 해 분에도 못 미칠지도. 이 정도면 당연히 세계 불꽃 축제 순위권에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까 규모 면에서는 부산불꽃축제에도 밀리는 것 같다네? 이쪽에선 견문이 아직 넓지 못한가보다. 부산 축제가 1달 뒤인데 보러갈까 규모만큼이나 불꽃의 종류도 다채롭다. 개별 불꽃들이 보이는 움직임만 해도 자유낙하 / 느리게 흘러내림 / 공중부양 / 임의 방향으로 추진 등 여러가지가 있다. 그들이 구성해내는 모양은 단색의 구 / 겉과 속 색깔이 다른 구 / 구를 두른 띠 / 폭포 / 용(공중부양) / 꽃 / 별 / 스마일 / 하트 / 스마일→하트 등으로 더 다양하다. 아 그리고 고양이가 추가됐다! 이건 작년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스마일 등 형상이 있는 불꽃이 터지는 방향을 제어하기란 어렵나보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이렇다: 🙃 🙂 🙃 🙂 근데 이건 작년에 여의나루쪽 정면에서 봤을 때 얘기고 올해에는 강북에다가 방향도 약간 안 맞아서 🙂 🙃 🙂 🙃 이런 식으로 애들이 짜부나더라ㅋㅋㅋㅋ 이번 관람이 강북에서였던 것은 바로 직전 일정으로 효창운동장에서 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3쿼터 후반부터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경기장 지대가 좀 높아서 경기장에서도 바로 보이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건물들 사이로 불꽃의 끄트머리만 겨우 보일뿐 정상적인 관람이 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서 경기 끝나자마자 뛰쳐나와서 강변으로 향했다. 원래는 경기 종료와 동시에 한국팀 공연 시작이었는데 일정이 좀 지연된 덕분에 그리 많이 놓치지는 않은 것 같다. 0411번 타고 원효대교 북단에서 로터리 돌 때가 사실 제일 잘 보였지만 거기서 내릴 순 없었고 성촌공원 입구(37.5302N 126.9532E) 까지 걸어가서 봤다. 거리가 아주 가까웠다. 빛과 소리의 시차를 재보니까(ㅎ) 2.3초 나오더라. 불꽃의 높이를 감안하면 6-700m 반경 이내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육교와 건물에 가려서 시야가 아주 좋지는 못했는데 나를 압도하는 건 소리였다. 소리가 정말 무지하게 컸다. 마지막 절정에 빨간 불꽃 무더기의 소리는 경이로움을 넘어 무서울 지경이었다. 어제를 계기로 불꽃놀이에 대한 지론이 하나 생겼는데 그건 바로 시야를 조금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무조건 가까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레와 같은 소리가 가슴을 먹먹하게 채운다. 로켓 발사를 직관하는 일과 비슷하다. 동영상 촬영본이 구도가 더 좋을지언정 절대 못 담는 것이 바로 소리다. 비록 폭발음은 아쉽지만 공식 다시보기 에는 현장에서 듣지 못한 배경음악이 실려있다. 이것 때문에 다시보기를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특히 05:50 데이식스 필링굿은 레전드 아무튼, 매년 이런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한화에게 무척이나 고마운 마음이다. 회사의 이익을 넘어 사회에 공헌할 여력까지 있는 기업을 나도 만들고 싶다. 내년에 다시 보자 서울의 불꽃!
2y ago · #수필
읽는 중
2y ago · #책

BuyBus에 들어간 기술 스택을 물어보는 이들이 종종 있어서 한번 정리해봤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개발자에게는 당연한 내용이겠지만! 모든 항목을 포함하려고 최대한 노력해봤으니 이런 비슷한 걸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상상만 해왔던 사람들에게는 꽤 유용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이어그램이 총 세 개인데, 맨 위가 내 개발 환경과 서버, 유저 기기, AWS / Google / PayPal 등 써드파티까지 포함한 overview이고 그 아래 두 개는 overview의 server와 client 부분을 각각 확대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세 개 모두 무려 벡터 그래픽이다! server, client 세부 아키텍쳐는 dependency-cruise라는 npm 패키지로 자동 생성했고, overview는 Figma로 직접 만들었다. Figma auto layout으로 포함 관계까지는 깔꼼하게 그려냈지만 화살표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요소 위치가 바뀌면 그를 잇는 화살표의 시종점을 자동으로 업데이트해주는 기능이 vanilla Figma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Arrow Auto라는 플러그인 깔아서 쓰니까 찰떡같이 되더라. Figma 짱짱맨 자동 생성된 server / client 아키텍쳐가 좀 무시무시하게 생겼는데,, 보기만큼 못할 짓은 아니다. 그냥 필요한 기능에 따라 서버 요청 / 클라이언트 페이지를 만들고, 재사용이 필요하겠다 싶으면 별도의 component로 분리하고, 구현할 기능이 이미 라이브러리로 존재하겠다 싶으면 구글에서 찾아서 끌어와서 쓰고, ⋯ 하다보면 이렇게 된다. 화살표가 지네끼리 너무 겹쳐있어서 하나를 똑바로 따라가기가 어려운데, 그냥 어떤 구성 요소가 있고 무슨 외부 라이브러리(빨간색 박스들)를 가져다 썼는지 정도만 봐주면 좋을 것 같다. overall server details client details
2y ago · #CS #창업 #BuyBus
한양도성 한 바퀴를 하루에 돌았다. 친구가 인스타에 올린 완주 사실이 발단이었다. 보자마자 가슴이 뛰었다. 서울 사람으로서 안 할 수가 없었다. 날씨도 좋은 지금 당장 하자는 생각에 같이 갈 사람을 구해서 5일 뒤인 어제 완주했다. 관심을 보인 친구들이 몇 있었으나 시간이 안 맞거나 한번에 한 바퀴를 돌 자신은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함께하지 못했다. 남은 친구는 하나였다. 근데 이 친구도 절반 정도 가고 탈주했다. 오늘 새벽출근해야 했으니 이해한다. 시간 날 때 나머지 완주해보길 바라. 점심까진 함께 먹어주어 고맙다 결국 나머지 절반을 혼자 걸었다. 아침 9시에 숭례문에서 출발해서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돈의문에서 스탬프 찍는 걸 깜빡하는 바람에 멍청비용으로 숭례문-돈의문 구간을 두 번 가고 끝은 돈의문에서야 났다. 처음에는 숭례문 출발 반시계방향을 생각했다. 사진을 도심 방향으로 찍게 될테고 그렇다면 오전엔 흥인지문, 오후엔 돈의문 쪽을 지나야 역광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경사가 가장 급한 인왕-백악산 구간을 앞부분에서 끝내는 게 낫겠단 생각에 시계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했고 결과적으로 보면 이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여정 막바지인 남산에서 내가 지나온 길과 둘러싸인 강북 시내를 한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완주 뱃지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돈의문 터이니 돈의문 출발 반시계방향도 추천한다. 체력고갈로 인한 거지꼴 이슈로 얼굴은 가림 지도와 완주 뱃지 4대문(숙정문의 경우 근처의 말바위안내소)에 있는 스탬프 지점 중 하나에서 지도를 수령한 뒤 스탬프를 모두 찍고 인왕산·백악산(청운대)·낙산·남산(봉수대) 네 군데에서 인증사진을 찍어 제시하면 통과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선 지도만 보고 뱃지를 줬고 내일 한양도성유적전시관으로 인증서를 발급받으러 가는데 인증사진은 아마 거기서 확인할 듯 싶다. 이날 8시간, 4만보 이상을 걷고 300층 가까이를 올랐다. 4만보를 넘긴 건 아마 내 인생에서 처음일 듯. 다행히 장딴지 좀 땡기는 것 이외에 오늘 별다른 증상은 없다. 소감은⋯ 무척이나 보람차다! 이제야 진정한 서울 사람으로 거듭난 느낌이다. 체력적인 성취도 있지만 내가 사는 서울을 더욱 잘 알게되어 아주 기쁘다. 어떤 지역의 지명과 랜드마크들을 알고 그곳으로 이르는 방향을 아는 것은 은은한 안정감과 만족감을 준다. 당연하고 웃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뚝섬. 급행타고 선정릉에서 수인분당 타고 올라가면 되겠네, 아니면 시간도 많은데 그냥 2호선 반바퀴 돌까?' 라든가 '인증서 발급이 남산공원⋯ 국립중앙박물관 별로 안 먼데 가는 김에 내셔널갤러리전 한방에 끝내자.' (바로 내일 얘기임)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착착 이루어질 때 나는 내가 진정한 서울 사람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이사 온지가 10년이 넘어감에도 태반을 기숙사와 대전에서 지내는 바람에 그 기간에 비해서는 서울 지명을 많이 모르는 나였다. 졸업 이후 서울에 상주하면서 많은 지명을 새로이 익혔지만 강북은 자주 갈 일이 없어 여전히 꽤나 안개 속이었고 그래서 한양 한 바퀴가 더 큰 도움이 됐다. 새로운 발견의 한 예로, 장충체육관을 무한도전에서 본 게 다였는데 드디어 그 앞을 걸어서 지나봤다. 이제 텔레파시 특집을 더욱 재밌게 볼 수 있겠군! 지나는 곳들 중에는 이미 가본 곳들도 당연히 있었다. 사실 가본 곳이 더 많았다. 그렇지만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접할 수 있었다. 인왕산·남산·낙산은 다 이미 가본데다가 성벽들도 형태가 멀쩡히 남아있는데 그걸 그냥 벽으로나 봤지 성벽으로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다. 이게 한양을 한 바퀴 둘러싸는 거대한 성의 일부라고까지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산이 아닌 도심에도 한양도성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고 심지어는 청계천을 지나는 다리도 도성과의 intersection에 해당하는 부분은 난간이 성벽이었다. 강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유럽 도시들이 자주 풍기는 오래된 도심의 아름다움을 요즘 강북에서 발견하고 있었는데 그럴 근거를 하나 더 확보한 것 같다. ︙ 쓸 수 있는 동력이 사람과 짐승의 힘밖에 없던 시절에 이 긴 걸 쌓았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해지기도 했다. 병역으로 한양도성을 쌓은 이들에게 존경을... 심지어 무너지면 지방에서부터 올라와 다시 쌓도록 했다고 함 🥲 ︙ 이런 고생스러운 경험에 대해 저녁에 부모님이랑 얘기하다 나온 건데 아빠는 대학교 때 직접 만든 뗏목으로 낙동강을 건너볼 생각도 하셨다고 한다. 이행까지는 못했다 하시길래 지금이라도 같이 해보실래요? 하니까 웃기만 하시지만⋯ 나 농담 아닌데. 자전거로 제주도 한 바퀴 돌기로 마음먹고 재작년에 실행까지 한 것도 거의 비슷한 나이에 있었던 아빠의 똑같은 경험이 한몫 했다. 사서 고생은 부전자전인듯. 이제부터는 그냥 photo dump. 제 장기자랑 보고 가실? 건대입구에서 2222번을 봤었는데. 3333부터는 없다더라 팔자 좋구냥 주차차단기 정도 태도만 지녀도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답니다 남산을 오르던 도중 갑자기 길이 막혀서 당황했는데 다행히 얼마 안 돌아가서 성벽이 다시 나왔다 다 끝나고 다다른 청계광장에 사람들이 단체로 한복 입고 서있길래 찾아보니까 성균관대학교에서 매년 주최하는, 조선 성균관 유생이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던 문화를 계승하는 '고하노라'라는 축제라고 한다. 오후 6시에 개최됐는데 돈의문에서 5시 45분쯤 뱃지를 받고 이동했으니 거의 정확히 개최 시각을 맞춰 지나간 셈이다. 국내든 해외든 여행하다 보면 하루종일 하는 것도 아닌 어떤 행사를 맞닥뜨릴 기회가 더러 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축제와 행사들이 있길래 이렇게 심심찮게 마주하는 것이며 그중 내가 놓치는 게 대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아쉬워지기도 한다. 이건 비슷하면서도 좀 딴 소리인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나 공부한 영단어 등이 불과 몇 시간 안에 일상에서 다시 확인되는 경험이 당신은 있는가? 나는 정말 여러 번 있었고 처음에는 그 우연이 무척 신기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우연이 아니라, 내 주위에 말도 안 되게 많은 정보가 지나가지만 내 무지로 놓치는 것이 99%인 것뿐이구나라는 생각에 공포스럽기만 하다. 저녁은 수제버거. 친구 따라서 한번 갔다가 단숨에 내 수제버거 목록에 상위 랭크한 바스버거다. 난생 처음 보는 트리플패티 옵션이 있길래 그만 자제력을 잃고 주문해버렸다. 패티 하나 추가 당 똑같이 3,500원이 가산되지만 더블→트리플이 싱글→더블만큼의 Δ감동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바스버거의 최대 강점은 양파다. 평소에 양파를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여기는 갈 때마다 상큼한 생양파에 정신을 잃을 것 같다. 바스버거 가면 꼭x10 무료로 얹을 수 있는 생양파 추가해서 드십쇼. 무한리필되는 감자칩에 마요네즈 찍어먹는 것도 꿀맛. 그 청계광장 바로 옆에 있는 뉴스 스튜디오 ON AIR도 처음 봤다! 카메라 위치 앞뒤로 바꿔가며 여러 앵글로 찍더라. 재밌는 건 저기 여자 아나운서 뒤에 '정윤철/스포츠'처럼 다음 뉴스 담당기자/주제가 요약 제시되는데 기사 중에 하나가 멧돼지 포획 기사였거든? 근데 그건 이건희/멧돼지 이런 식으로 안 뜨더라. ㅋㅋㅋㅋ + + + + 인증서 수령 완료. 저 아래 분홍 동그라미가 연중 4분기에 완주 시 주는 뱃지다. 분기마다 뱃지 색깔이 다르고 4개 다 모으면 금속 뱃지를 준다고 한다. 자연히 다음 목표는 다른 분기에 훨씬 더 많은 친구들과 / 혹은 훨씬 더 짧은 시간에 완주하는 것. 끝!
2y ago · #여행 #버킷리스트
드디어 BuyBus 에 매출이 발생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51일, 런칭한지는 31일 만이다. stats for nerds 코드로는 JS 약 5,200줄 (frontend 3,500줄 + backend 1,700줄), git commit 42개 만이다. 이틀 뒤인 오늘 코드는 이미 6,000줄을 넘어섰다. BuyBus의 첫 매출일뿐만 아니라, 지난 9월 랩인턴 끝을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창업에 매진한 후 (굴레를 쓴건가?) 1년 만의 첫 창업 소득이다. 내 올해 목표가 순수 "내 사업"으로 100만원 벌기였는데, 거기에 크게 한발 다가섰다. 저는 당신의 이름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D****씨 --> 그저께 저녁에 한강변에서 러닝하러 양화교를 지나던 중에 정말 갑자기 들어온 알림이었다. 뛸 듯이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답답했던 게 풀리는 편안한 기분이었다. 이런 걸 만들면 사람들이 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이 현실로 확인되었다는 안도감. 마냥 기쁠 수도 없었던 게, 프로젝트의 lean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두고 여태 진행해왔기에 구매 (및 확정) 직전까지만 빈틈없이 만들어두고 그 이후는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였다. 구매 내역 페이지의 오류를 바로잡고, 구매 확정 이메일 양식을 제작해서 확정과 동시에 백엔드에서 자동으로 발송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결국 그날 새벽 5시에 잤다. 러닝하고 돌아와서 목심 400g 든든히 먹어놨으니 망정이지. 난 운동 끝나면 고기가 그렇게 땡기더라. 평소에는 '아 맛있겠는데' 정도라면 헬스나 러닝 끝난 직후에는 '아 못 먹으면 죽겠는데' 정도임. 일하느라고 이 글도 하루에 한 문단 꼴로 밖에 못 쓰고 있다. 전전 문단에서 그저께였죠? 이제는 5일이 지났답니다. 어쨌든 승차권 구매, 업로드 후 이메일 발송까지 성공적으로 마쳤고 승차 가이드도 작성했다. 터미널을 구글 지도 상에서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고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도 올렸다. 웬만한 대학 교환학생 채널은 컨택을 다 마쳐가니, 이제는 어학당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광고를 검토해보고 또 그를 위해서 게시물을 미리 많이 찍어내서 올려두는 밑작업도 해놓아야 한다. PG사에 뜯기는 수수료율 낮출 방법을 강구하고, QR 코드 없이 현장 발권이 필요한 경우에 대한 가이드도 작성해야 한다. 할 일이 많다. 올해 추석은 BuyBus와 함께. ︙ 저는 당신의 이름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D****씨. 그때 듣고 있던 노래처럼, Now that I found you, I have the reason to carry on. P.S. 지금까지 7번, 20명어치의 표를 팔았다. 여러번이 다 같은 사람들로부터이긴 하지만. 이거 되는건가?
3y ago · #창업 #BuyBus

여름 시내버스 오른쪽 맨 앞자리 두껍고 바싹 굽지 않아 육즙이 가득한 소고기 패티 빌라에르바티움 모시글렌 인물이 등장하는 인상파 유화 옅은 햇빛에 어둡게 빛나는 침엽수림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 이들은 모두 나에게 은은한 만족감을 주는, 내 취향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다. 인스타를 보다 보면 나와 비슷한 나이임에도 자신의 취향을 식별하고 경험, 기록하는 능력에 있어 나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이들이 있다. 그들의 피드를 보면 소위 인스타 갬성과는 결이 다른, 여러 게시물을 관통하는 그들의 섬세한 취향이 보인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꽤나 존경스럽다. 취향을 구체적으로 식별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요즘 부쩍 생각한다. 그것에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게 만든다. 오래된 취향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며 지식이 깊어지고 인맥이 넓어진다. 취향에 부합하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게 된다(여름이 돌아온다!). 이는 행복이 충만한 삶으로 이어진다. 나라는 사람을 더욱 입체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다. 항공우주공학과 이건희보다는 로켓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열광하는 이건희가 기억에 더 오래 남지 않을까. 이건 취향 하니까 떠오른, 얼마 전에 인스타 광고에 떴던 앱인데 이름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헀다. 취향에도 등급이 있다. 좋고 나쁘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 취향을 찾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에 따른 등급. 가령 위의 항목들은 필요한 노력이 커지는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내가 겨울보다 여름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계절이 흐르다보니 자연히 알게 됐다. 모시글렌이 마음에 든다는 건 며칠 전 친구가 뿌리고 왔던 향수가 무어냐고 굳이 물어야 알 수 있었다. 캐나다 국립공원을 방문할 형편이 안 됐다면, 옅게 빛나는 침엽수림을 내가 좋아한다는 사실을 나는 죽을 때까지 몰랐을지도 모른다. 이미 당신이 알고 있는 취향이 있고, 위 앱의 이름처럼 삶의 어떤 순간에 '어랏? 나 이거 좋아하네?'하며 예기치 못하게 발견하는 취향도 있다. 몇 번 오지 않는 기회를 잡아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 한 발굴할 수 없는 취향도 있다. 내 목표는 세상이 허락하는 범위 안의 모든 취향 발견의 순간을 빠짐없이 겪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시작은 아마도 (재)작년 2월 클라이밍을 시작했을 때일 것이다. 같이 갈 사람을 구한다는 친구 스토리를 보고 단지 호기심에 따라나섰던 클라이밍은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가장 큰 취미가 됐다. 스스로는 결코 클라이밍에 입문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전까지 클라이밍이라고 하면 높은 절벽에 줄을 매달고 오르는 모습을 상상했고 그런 익스트림 스포츠는 내 길이 아니었다. 하지만 첫날 경험한 클라이밍의 세부종목—볼더링은 와이어 없이, 높이 올라가기보다는 문제를 푸는 게 목표였고 그게 마음에 쏙 들었다. 상상과는 전혀 달랐던 실체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막연한 추측이나 무관심으로 지금까지 지나쳤을 세상의 수많은 재미들에 대해 생각하며, 이제는 그것들을 놓치지 말자고 다짐했다. 얼마 전에 뉴질랜드에 갔을 때 번지점프에 도전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였다. 다른 사람이 뛰는 걸 전망대에서 보자마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눈이 돌아간 것도 있었지만, 번지점프를 내가 생각보다 좋아한다면 그 사실을 알아내기에 모든 조건이 허락된 지금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지체없이 실행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초당 7만원의 지출을 정당화해보자. 하하). '이제 번지점프 없으면 못 살겠다'는 정도의 인상을 받진 않았지만, 내가 얼마나 그것을 좋아하는지와 그에 따라 기꺼이 지불할 시간과 비용의 상한을 알아냈고 그런 사실에 큰 의의를 둔다. ⋮ 어떤 취향을 식별해내는 데에 성공했다면 그걸 이따금씩 일깨워주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일상에서 쉽게 만족되기 어려운 취향은, 마치 저 아래 오래된 재생목록에 박혀있는 노래처럼 많이 좋아한다 하더라도 잊어버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이를 달성하도록 시작해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신의 방을 꾸미는 것이다. 하이틴 영화를 보면 꼭 주인공들의 방 벽에 어떤 영화나 밴드의 포스터들이 붙어있지 않는가? 영드 「Skins」의 Tony 방에 붙어있는 갖가지 포스터들. 사실 스킨스는 highteen보다는 나락teen 드라마에 가깝지만 그냥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라서 가져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매일 직접 눈에 보이는 곳에 놓음으로써 인생은 보다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거처를 계속 옮겨다니는 삶을 살아서, 특히 최근에는 더더욱 메뚜기 같이 살아서 나로서도 방을 많이 꾸미진 못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해보았다: 다이소에서 철제 격자망을 사다가 거기에 그간 찍은 인생네컷과 여행 사진들을 진열한 것. 모두들 보지 않고도 대충 구도와 포즈를 말할 수 있는, 존재를 뻔히 알던 사진들인데도 눈에 자주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책장 한 구석에 박혀있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나를 위해주고 나도 그렇게 할, 내 '취향'인 사람들이 존재함을 되새기고 나면 세상을 사는 일이 조금은 덜 외로워진다. 여기 당신을 담은, 혹은 당신이 인화해준 사진이 있나요? 그런 당신은 제 삶에서 큰 의미를 갖는 사람이랍니다. 메타버스에는 회의적이지만 이미 방 벽보다는 훨씬 더 긴 시간 쳐다보고 있는 컴퓨터와 핸드폰 바탕화면을 내 취향의 것들로 채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1년이 넘도록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바탕화면. 앞서 언급한 "옅은 햇빛에 어둡게 빛나는 침엽수림"이라는 취향을 깨달은 순간 찍은 사진이다. 여러 사진이 순환하는 게 글의 요지에는 더 맞으려나?
3y ago · #수필

지금으로부터 2주 전에 내 인생 처음으로 강연이라는 걸, 그것도 운이 좋게 수강생이 90명 가까이 되는 모교 수업에서 하게 됐다. 반쯤 정신을 놓고 있던 나 대신에 이 수업 듣는 창현이 형이 영상을 찍어줘서 이 소중한 경험이 기록으로 남게 됐다! 정말 고맙습니다. 요즘 창업에 대해서 내가 가지게 된 철학을 짧게 한두 줄 씩 메모앱에 적어놓고 있었는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걸 말끔하게 한번 정리해서 내놓을 수 있는 무척 좋은 기회였다. 제목은 그냥 강의계획서에 적혀있는 특강 주제대로 정했다. 광범위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지만, 지난 1년 간 창업을 직접 시도해본 사람이 겪은 일과 한 생각을 쭉 훑은 이 발표가 그에 대한 좋은 답이 되었길 바란다. 내 발표를 영상으로 다시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인데, 하 발표할 일이 딱히 없어도 간간히 연습을 좀 해줘야겠다. 20분 남짓 발표에서 '이제' 소리만 65번 함ㅋㅋㅋㅋㅋ 아무리 대본 없는 프리스타일이었다 해도 너무했어. 내가 대통령 취임사 하면 대한민국의 청사진은 이제일 듯 영상에서 앞부분이 좀 잘려 있고 슬라이드 전체가 다 나오지 못하니 음성으로만 듣고 전체 내용은 아래 받아쓰기를 참고해주길 바란다. 요즘 받아쓰기 소프트웨어 진짜 좋다, 소리가 작은데도 틀린 단어가 거의 없더라. 덕분에 글 작성 시간이 몇 배로 준 것 같다. 클로바노트 짱짱맨 몇 억 줘도 어디가서 못 듣는 강연입니다. 당연함. 다시 할 일이 없으니까 수업은 2번째인데 개강을 금요일에 해서 주차는 3주차가 맞다고 합디다 * 아래는 클로바노트에서 생성한 키워드, 요약인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한번 옮겨놓았다. 재미로만 보세요. 키워드 BuyBus API 인맥 창업 시행착오 배차 KLMS 수업 이스트 환급 아이템 사업 결제 클레임 챗봇 클라이밍 런칭 예매 서비스 코드 AI 요약 창업 특강 (00:00) 창업을 시도하고 있는 입장에서 강의 자료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교수님께 장문의 문자를 보냈음 교수님께서 갑자기 전화를 하셔서 사업에 대해서 더 물어보시더니 수업도 문답식으로 이루어지니까 와서 얘기를 나눠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특강이 잡히게 됨 비대면 수업을 위한 klms 개편 (01:24) 21년 3월에 klms가 한 번 크게 개편이 됐었음 비대면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이 수업을 좀 더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학교는 좋은 의도에서 개편을 했는데 초기 버전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았음 개선을 하고자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배포를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점점 사용자가 늘어났고 제일 많이 쓸 때는 교내에서 1700여 명까지 사용을 했음 Nupjuk!을 개발했던 경험이 창업을 시도하게 된 가장 큰 계기인 것 같음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 (04:16) 사람들이 무료로 공부하고 잘 쓰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랑 돈을 주고 쓸 만한 거를 만드는 것은 천지 차이임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겪는 불편에 대한 뉴스를 보고 사업 기회를 봄 외국인들이 쓸 수 있는 결제 방법을 연동해서 표를 대리 구매해 주고 수수료를 취하면 매출이 발생하는 순간 수익이겠구나 생각을 하게 됨 자동화의 함정 (07:28) 창업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보면서 했던 생각들, 좋게 말하면 철학 그런 것들을 얘기를 해보고 싶음 세련된 사업만 할 수 없다는 것과 자동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음 자동화의 부작용 (12:21) 자동화된 시간은 짧지만 거기에 약간의 딜레이를 줘서 다시 보니까 오히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때 사람들이 삼쩜삼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것은 지나친 자동화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재미있는 사례임 자동화에 대한 인식을 바이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적용을 시켜보고자 함 별도 협의에서 쎄했던 것은 구글 api는 신청만 하면 자동으로 바로 쓸 수 있고 요율이 정해져 있어서 바로 청구가 되는데 이런 걸 봤을 때 신청하기를 누르면 어떤 의도로 쓰고 어떤 사용량으로 쓰고 그거를 다 쓰면 담당자가 확인한 다음에 너는 얼마를 내면 될 것 같다 이거를 다 결정하는 그런 프로세스를 거치게 될 것 같았음 스크래핑 코드의 취약성 (14:55) 페이지 구조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바로 깨질 수도 있는 취약한 방법으로 스크래핑 해오는 코드를 제작함 긁어올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긁어오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음 사업을 진행하고자 할 때 인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됨 실리콘밸리 창업 교육 (17:51) 실리콘밸리 창업 교육을 듣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함 사업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고려해야 될 사항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사업의 적법성이라고 생각함 const slidesData = [ { transcripts: [ `안녕하세요, 오늘 "창업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게 된 이건희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7주차에나 잡혀있는 특강을 갑자기 오늘 한다고 해서 놀라셨죠.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저도 이 강연 잡힌지 이제 3일 됐거든요. 주말 동안 열심히 준비해봤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곧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면서도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은데요, 영광입니다.` ]}, { transcripts: [ `먼저 제 소개를 간단히 할게요. 저는 KAIST 학부 18학번으로 항공우주공학과 전산학을 복수전공했고요, 올해 2월에 졸업 후 현재 외국인을 위한 버스 표 예매 대행을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 { transcripts: [ `이 에브리타임 글 모두들 보셨을 거에요. 이 글을 보고 본 과목을 수강하게 되신 분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하는데, 저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에브리타임을 들어가보다가 교수님께서 쓰신 이 글을 보게 됐습니다. 근데 지금 창업을 시도하고 있는 입장에서 제게 너무나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거에요. 근데 저는 지금 서울에 상주하고 있는 데다가 학교 출입도 자유롭지 않아서 강의를 직접 들으러 오기는 힘들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그냥 강의 자료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교수님께` ]}, { transcripts: [ `장문의 문자를 써서 보냈습니다. 저는 좀 겁이 났거든요. 왜냐하면 여러분은 이 수업을 듣기 위해서 등록금이 집행이 뻔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보면 무임 승차를 하겠다고 한 거니까. 되게 저자세로 들어가서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 transcripts: [ `근데 교수님께서 갑자기 전화를 하신 거예요. 그래서 받았더니, 제가 문자에는 간단하게 써놨었거든요: 버스 표 관련 사업을 해보려고 하고 있다. 그 사업에 대해서 더 물어보시더니, 그런 사업을 해보려는 입장이라면 거기에 많은 궁금증이 있을 테고 어차피 수업도 문답식으로 이루어지니까 와서 이것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면 어떻겠냐 해서 정말 갑작스럽게 이 특강이 잡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아까 소개해 주신 대로, 저는 이제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전혀 성공하지 않은 사람이고요, 오히려 그래서 이 수업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 점 감안해서 잘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transcripts: [ `제가 일단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말씀을 드릴게요. 고학번분들은 아실 텐데 21년 3월에 KLMS가 한번 크게 개편이 됐었어요. 비대면 수업을 아직도 할 때에 학생들이 이제 수업을 좀 더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학교는 좋은 의도에서 개편을 했는데 이게 초기 버전에서는 불편한 점이 되게 많았어요. 학생들도 불만이 많았고 저도 그중에 하나였습니다. 이것들을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통해 좀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KLMS를 심미적으로 기능적으로 좀 개선시키는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고 Nupjuk!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 { transcripts: [ `` ]}, { transcripts: [ `그리고 배포를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던 거예요. 점점 사용자가 늘어나더니 제일 많이 쓸 때는 교내에서 1,700여 명까지 사용을 했었습니다.` ]}, { transcripts: [ `이렇게 잘 사용을 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리뷰도 잘 써주셨는데, "복 받으세요"부터 시작해가지고 저를 위해서 사원을 지어주겠다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되게 기쁘더라고요.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아 내가 기획하고 개발해서 만들어낸 제품이 사람들한테 유용하게 쓰이는 걸 봤을 때 이게 이렇게나 보람찬 일이구나. 그리고 그 생각에 이어서 그 과정을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시도해 볼 수 있는 게 바로 창업이 아닐까 저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큰 돈을 한번 벌어보고 싶다'라는 생각, 아니면 제가 학부 때 했던 대기업 연구 장학생 / 연구실 개별 연구 경험 등이 저랑 크게 맞지 않았던 사실도 있었지만 결국 Nupjuk!을 개발했던 경험이 제가 창업을 시도하게 된 가장 큰 계기인 것 같습니다.` ]}, { transcripts: [ `그래서 졸업을 한 저는 창업에 매진을 하기로 하죠. 졸업은 올해 2월에 했는데 제가 작년 가을 학기에도 수업을 거의 안 들어서 실질적으로는 작년 11월부터 이제 1년이 좀 안 됐습니다.` ]}, { transcripts: [ `그 후로 좀 많은 아이템을 시도를 했었는데, 제가 작년부터 클라이밍에 좀 미쳐 있었어서 내가 푼 클라이밍 문제를 기록할 수 있는 앱이라든지, 영상을 텍스트로 재가공해서 검색을 할 수 있는 AI 기반 플랫폼이라든지 (이거는 제가 E5 팀에 후에 합류를 해서 했었고) 등을 했었고 그리고 지금은 좀 되긴 했지만 ChatGPT 같은 생성형 AI를 기업에 도입하고자 할 때의 보안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 등 여러 가지 아이템으로 시도를 해왔습니다.` ]}, { transcripts: [ `근데 이게 현실은 녹록치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새로운... (잘 안 들려서 마이크 써주실 수 있나요?) 죄송합니다. 아. 잘 들리나요? 네. 그래서 현실은 녹록치 않더라고요. 새로운 서비스에 사용자들이 트래픽이 몰리게 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고 트래픽이 몰린다고 해도 그거를 사람들이 돈까지 써가면서 계속 쓸 이유는 더욱더 찾기가 힘든 거였습니다. 저는 그때 느꼈어요. 사람들이 무료로 고마워하고 잘 쓰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랑 정말 돈을 주고 쓸 만한 거를 만드는 것은 정말 천지 차이구나. 그리고 Nupjuk!을 만들면서 경험했던 작은 성공이 나한테 오히려 독이 되는 건 않을까?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을 해서. 그런 생각까지 했었던 것 같아요.` ]}, { transcripts: [ `그런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이제 마지막 아이템도 잘 모르겠다, 하던 와중에 집에서 유튜브 보다가 JTBC 뉴스를 하나 보게 됐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겪는 많은 불편에 대한 뉴스였어요. 여러 가지를 다뤘는데 한국에서 구글 맵이 안 된다 이런 거는 익히 들어서 저도 알고 있던 얘기였지만, 그중에 하나가 부산을 가보려다가 포기했다는 거예요 어떤 관광객들이. 근데 그 이유가 고속버스 예매를 할 수가 없어서였대요. 저는 사실 좀 의문이었죠. 부산은 사실 기차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데고 고속버스 예매 앱이 한국어밖에 안 된다고 해도 사실 웹으로 들어가면 영어가 되거든요. 좀 의심스러웠지만 그냥 어쩌다 보니 좀 더 조사를 하게 되고 그러다가 이런 댓글을 보게 된 거예요.` ]}, { transcripts: [ `"It is almost impossible to reserve express bus tickets, if you don't have Korea credit card, Korean mobile phone." 그러니까 예매 사이트가 영어가 안 된다. 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외국인들이 어떻게 뚫고 들어갔어도 한국 카드나 한국 전화번호가 없으면 그냥 구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거에요.` ]}, { transcripts: [ `좀 더 찾아보니까 이게 이런 클레임들이 한 군데에서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정말 여러 소스에서 그런 것들을 확인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한국 번호가 필요하다, 외국 카드 안 받는다, 이런 클레임들이 많이 있었고, 오른쪽 아래를 보면 제가 블러 처리를 해놓긴 했는데 비속어까지 써가면서 좀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분도 계시죠.` ]}, { transcripts: [ `제가 조사를 해본 걸 종합을 해보니까 외국인 관광객들이 고속버스를 예약하기에는 ① 영문이 지원되지 않거나, ② 되어도 맥락 정보가 너무 부족하거나 아니면 그걸 뚫고 잘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③ 전화번호나 한국 체크/신용카드가 없어서 결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
3y ago · #창업 #Buy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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