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여름 해커톤 (1)~ 사전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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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21일 고려대학교 [ 소프트웨어 개발/연구 학회 DevKor · 디자인조형학부 비상대책위원회 · 경영대학 학생회 ]에서 개최한 <고려대학교 여름 해커톤 : 함께하는 항해>에 참가했다. KAIST 전산학부 18 톡방에 올라온 홍보글을 보고 개최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한번쯤 해커톤을 경험해보고픈 마음이 있었고 기간도 랩인턴 출근과 겹치지 않아서 아주 좋은 기회였다.
지원 시에는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자유 형식의 포트폴리오를 업로드해야 했다. 최근 들어 CV나 포트폴리오를 작성한 적이 없어 이번 기회에 아예 웹사이트에 새 페이지를 팠다. 학력·경력에 관한 내용이 원래 메인 아랫부분에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채로 올라가있었는데 이를 별도 페이지로 몰아놓으니 보기도 훨씬 깔끔하다. 관심 있다면 take a look ~ . 1,2학년 때만 해도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면 변변하게 쓸 만한 항목이 많이 없어 고전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새 쓸 거리가 뭐라도 생겨 기분이 좋다.
기획자1 + 디자이너1 + 개발자3 = 팀 당 다섯 명씩 스무 팀으로 해커톤 전체 참가자 규모는 100명 가량이었다. 개발에 관심을 가진 친구 몇 명을 모아가서 함께 팀을 꾸릴까 생각도 했지만 대회의 취지와 맞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일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혼자 지원했다.
팀에는 역할과 상관없이 리더가 한 명씩 있었는데, 지원서에 리더를 맡기를 희망하는지를 미리 기입해야 했다. 난 리더를 맡든 맡지 않든 큰 상관이 없어 "모르겠습니다"를 선택했다. 그런데 참가 확정 후에 운영진 측에서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 리더를 맡을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 리더를 희망한 사람이 스무 명이 안 되었나 보다. 부탁이 왔는데 또 거절할 수 없어 하겠다고 했다.
행사가 열리기 일주일 전인 13일 저녁에는 온라인으로 사전행사가 열렸다. 본 행사에 앞서 서비스 기획·개발을 함께할 팀을 꾸리기 위해서였다. 팀리더가 본인 소개와 만들고 싶은 서비스 등을 담아 아이디어 피칭을 진행하고, 일반참가자들은 이를 듣고 각 리더에게 합류를 신청하는 식이었다.
아이디어 피칭. 주제를 모른 채로 하는 아이디어 피칭이라, 좀 웃기긴 하지만 사전 작업이 허용되지 않고 주제가 당일 공개되는 해커톤 특성 상 불가피한 방법이었다. 이에 맞춰 나도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대신에 그간 내가 개발해왔던 것들을 소개하고 이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동기(분야를 가리지 않는 문제의식과 실행력)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디어 피칭을 그리 열심히 준비하지는 않았다. 주어진 시간이 2분 30초로 상당히 짧았고, 리더 역할을 수락한 게 사전행사 전날이라 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미 학부 5학년으로 짬이 찰대로 찬 입장에서 같은 학부생들이 해봤자 얼마나 대단한 것들을 해왔겠냐 하는 몹시 거만한 생각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지원 대상은 학부생으로 한정됐다).
오우, 그런데 첫 리더의 발표를 듣자마자 비상이 걸렸다. 생각보다 준비를 너무 잘 해 온 것이다! 첫 사람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두 번째도, 그 다음도 잘했다. 대단한 업적을 가진 이들이 있었고, 그렇지는 못해도 분명한 철학이 있고 그걸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의 발표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내가 팀빌딩이라는 이 자리에서 리더로서 갑은커녕 선택받지 못하는 슈퍼을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 순서는 마지막에서 4-5번째, 순서가 오는 동안 나도 내 철학을 급조해 넣었다. 그리고 부끄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만족스럽지도 않은 발표를 마쳤다. 역시 방심과 자만은 금물, 종종 세상과 부딪히며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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