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지난 18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이건희콜렉션 특별전에 갔다왔다.
본 전시를 한다는 소식을 작년부터 듣고 꼭 한번 갔다 와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어마어마한 작품들이 한데 모였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 이름이 적힌 전시장 입구에서 사진이나 꼭 하나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예약이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생각보다 쉽게 했다. 오히려 더 어려운 것은, 예약을 2주 전에 해야 해서 오래 전부터 고정해놓아야 할 일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방학은 무계획으로 보내길 즐기고 (사실 다른 때라고 해서 계획이 철저한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일이 생기면 최대한 빠르게 해치우려는 내 성격에는 2주도 너무 멀었다.
다행히 2주를 잘 기다리고 드디어 전시실 안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내 이름과 겹치는 전시 제목이 흥미 유발에 크긴 했지만, 작품들에도 큰 관심을 가진 게 사실이었고 더군다나 사진만 찍으러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태도는 정말 지양했기 때문에 그림들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유심히 보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도슨트 서비스는 별도 장비 대신 모바일 앱의 형태로 제공되었는데, 스무 개 정도의 작품에 하나당 2분 정도의 설명이 있었다. 설명 외에 추가적으로 볼 시간과 설명이 제공되지 않는 작품들을 생각하면 두 시간은 족히 걸릴 듯 했다. 예약은 세 시에서 네 시까지 한 시간으로 되어있었지만, 그건 순전히 명목 상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 무슨 수로 관람객 한명한명의 입장 시각을 따져 시간에 맞추어 내보낸다는 말인가?
그렇게 천천히 작품들을 돌아보고 있는데, 주변 관람객들은 나와 태도가 많이 다른 듯 했다. 작품 앞에서 사진 몇 장을 찰칵 찍더니 휙휙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런 이들을 보면서 나는, 작품 자체를 음미하지 못하고 그 앞에 있는 자신의 사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의 표본을 만난 것 같아 솔직히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리석은 건 나였다는 걸 깨달았다. 네 시 정각이 되자 전시실 한켠의 안내원이 사람들을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설명을 듣느라 끼고 있던 이어폰 때문에, 한편으로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이어폰을 빼고 안내원에게 다시 되물었다. 그렇다, 나는 다음 타임 사람들이 들어오기에 맞추어 나가야 했다. 몇 시간이나 며칠에 걸쳐 예약을 이미 해놓은게 아니라면, 아까 그들처럼 휙휙 지나가야 모든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결국 나는 쫓겨나듯이 빠져나왔다. 이렇게 유명한 전시를 두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내가 잘못이었다. 전시실 앞에서 찍은 사진은 들어가기 전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한 것인데 갑자기 그분께도 미안해졌다.
스무 점도 채 보지 못했지만 그 중에서 몇 개를 꼽자면
- 이상범, <산고수장>
- 변관식, <무창춘색> — 현재의 삶 묵묵히 사는 이곳이 무릉도원
- 김중현, <농악>
- 장욱진, <공기놀이>
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작품은 다 보아야했기 때문에 2월 초에 다시 예약을 잡아 친구와 갔다오기로 했다. 그때 가서는 좀 전략적으로 봐야겠다. 갔다온 후에 글 업데이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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